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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새해 토끼 왔네! 토끼띠 해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은 계묘년 토끼띠 해를 맞이하여 12월 14일(수)부터 2023년 3월 6일(월)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새해, 토끼 왔네!》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옛사람들이 토끼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했는지 지금 우리 곁에 토끼는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자리이다.

생태만상生態萬象, 토끼의 생김새에 얽힌 민속 이야기
토끼하면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귀엽다? 지혜롭다? 잘 달린다? 조선 시대 여러 문집에서 토끼는 옥토玉兔, 교토狡兔 등으로 표현되며, 근대 이후 신문과 잡지 등에서 토끼는 귀엽다, 사랑스럽다 등의 수식어와 함께 어린이 코너에 등장한다. 달토끼, 꾀쟁이, 귀여움 등 토끼는 우리 민속에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의미는 시대를 거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이러한 토끼의 상징과 의미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이번 토끼띠 해 특별전에서는 그 답을 토끼의 생김새와 습성에서 찾았다. 빨갛게 충혈된 눈을 ‘토끼 눈’이라고 하는 것처럼, ‘토끼 눈은 빨갛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토끼의 빨간 눈은 색소결핍증에 의한 것으로 대부분은 검정색이나 갈색을 띤다. 우리 조상들은 “퇴끼가 눈이 밝아, 별호를 명시明視라 하옵기를”이라는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의 구절과 같이 토끼의 눈이 밝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빛에 대한 감도가 사람보다 8배 높아서 어두운 곳에서도 잘 본다고 하니, 동물학이 발달하지 않은 그 시절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한반도에 주로 서식하던 토끼는 멧토끼로 회색, 갈색 털을 가지고 있다. 흔히 떠올리는 흰색 털의 토끼는 색소결핍증[Albino] 토끼이거나 20세기 전반에 수입된 외래종이다. 따라서 가끔 보이는 흰색 토끼가 조상들의 눈에는 퍽 신기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 “토끼는 1천 년을 사는데 5백 년이 되면 털이 희게 변한다고 한다兔壽千歲 五百歲毛變白”라는 기록을 남겼다. 흰 토끼에 장수의 의미를 불어 넣은 것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회화,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에 등장하는 토끼가 흰색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토끼의 앞다리는 짧고 뒷다리는 길게 생겼다. 보통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2~3배 정도 길어서 오르막에서는 빠르지만 내리막에서는 느리다. 때문에 토끼사냥은 산 위에서 아래로 몰며 한다. 잘 달리는 토끼의 행동에서 비롯된 재빠른 이미지는 사자성어 ‘탈토지세1)脫兔之勢’,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와 같이 동·서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오르막을 잘 뛰어오르는 특징 때문에 토끼가 나오는 꿈은 대개 길몽吉夢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토끼가 뛰는 모습을 경박하게 해석하여 정월 첫 토끼날에 언행을 삼가고 행동을 조심하는 풍습도 있다. 토끼의 지능은 50으로 호랑이45, 거북이20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를 어찌 알았는지 조상들은 토끼를 꾀 많고 교활한 동물로 인식했다. 토끼는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사는데 신기하게도 굴을 한 개가 아니라 세 개 이상 파는 습성이 있다. 이는 생태 피라미드 맨 하단에 위치한 초식 동물 토끼의 생존 전략일 테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토끼의 습성에 ‘꾀쟁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하였다. 토끼는 ‘꾀쟁이 토끼’ 유형의 설화에서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위기에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하는 영민한 동물로 묘사되며, 판소리 『수궁가』와 한글 소설 『별주부전鼈主簿傳』에서는 부패한 권력을 풍자하는 지혜로운 서민의 대변자로 나온다. 어린이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한 일제강점기에 이르면 토끼는 작고 순수한 어린이에 비유되기도 한다. 토끼와 호랑이, 토끼와 자라 이야기는 어린이 동화로 개작되거나 동시, 동요의 소재로 활용된다. 한편 한국 최초의 만화 단행본 「토끼와 원숭이」에서처럼 토끼는 조선을 상징하기도 한다. 원작은 마해송馬海松, 1905~1966의 동명 아동문학이다. 조선을 토끼에, 일본을 원숭이에 비유하여 당시의 상황을 풍자한 데에는 토끼처럼 지혜롭게 국난을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은 아닐까한다.

이처럼 토끼의 생김새와 행동은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낳았다. 그 밖에도 크고 긴 귀, 세로로 찢어진 입, 뭉툭한 꼬리 같은 생김새는 설화와 금기로 이어졌으며, 다양한 속담과 사자성어 등이 생겼다. 1부 생태만상에서는 토끼의 외형 및 습성에 우리 조상들이 어떠한 의미를 부여했는지 십이지 장식품, 화조영모도, 토끼털 풍차, 토끼와 자라 목각인형 등을 통해 전시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옛사람들이 동물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달 토끼에 얽힌 이야기
쎄쎄쎄로도 유명한 윤극영의 동요 「반달」은 MZ 세대를 포함하여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토끼가 달 속에서 방아를 찧고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참 익숙하다. 옛사람들은 달의 표면을 보고 방아 찧는 토끼를 연상하였으며, 달의 정령이라는 상징과 무병장수無病長壽 그리고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러한 달 토끼에 대한 인식은 ‘제석천帝釋天 설화’와 ‘항아嫦娥 전설’에 기원을 두고 있다. 제석천 설화는 석가모니의 전생 설화로 제석천이 자신을 위해 불길에 몸을 던진 토끼석가모니를 달에 살게 했다는 불교 신화로 토끼는 부처이자 희생을 상징한다. 항아 설화는 궁신弓神羿가 곤륜산 여신 서왕모西王母에게 받은 불사약을 항아가 혼자 먹고 달에 가서 토끼가 되었다는 중국 고대 신화로 토끼는 달이자 장생불사를 상징한다. 달 토끼에 얽힌 이야기는 불교, 도교 문화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한시, 문자도 등 유교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교적 덕목을 담은 ‘효제충신 예의염치孝悌忠信 禮義廉恥’ 문자도 중 충신의 대명사 백이·숙제伯夷·叔齊의 고사를 표현한 ‘’자도가 대표적인 예이다. ‘’자도는 백이·숙제가 죽은 뒤 해마다 매화꽃이 피고 달빛이 밝게 빛이 났다首陽梅月 夷齊淸節는 고사를 형상화 그림으로 ‘恥’자, 달, 매화나무를 그려 넣는데, 달 속에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가 함께 그려져 있다. 근현대에 이르면 달 토끼의 상징은 윤석중尹石重, 1911~2003의 「반달과 토끼」, 윤극영尹克榮, 1903~1988의 「반달」 등 동요의 소재로 수면등, 추석 선물 패키지 등 달, 밤, 추석과 연관된 각종 상품 이미지로 계속 활용된다. 전시장의 별도 공간에서는 달을 상징하는 토끼와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금오옥토, 金烏玉兔를 함께 장식한 가사袈裟, 승려들의 법의와 백이·숙제 고사를 묘사한 민화 ‘치자도’ 등을 달 속의 토끼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전시하였다.

 

옛날 옛적 꾀쟁이부터 MZ세대 캐릭터까지 변화무쌍한 토끼
요즘 핫한 아이돌의 앨범 자켓 디자인에 멤버 사진이 아닌 토끼 캐릭터 그림이 들어가 있는 이유와 토끼를 주인공으로 하는 일상툰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2년 발표된 논문 「유아와 성인의 동물 인지도, 선호도, 상징성에 대한 인식 분석」에 따르면, 토끼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에게 친숙하고 호감 가는 동물로 인식된다. 그 저변에는 옛날부터 이어져 온 토끼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기다랗고 큰 귀, 짧은 꼬리 등 토끼의 독특한 외형은 동화와 제품 디자인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토끼와 호랑이’, ‘토끼와 자라’ 등 토끼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 서사는 전래동화와 고전소설로 지금까지 읽히며, 국악과 연극의 주제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달과 관련된 토끼의 이미지 또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토끼의 생김새를 형상화한 캐릭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좋아하는 아이돌의 생김새를 토끼에 비유하기도 한다. 2부 변화무쌍에서는 재빠름과 경박함, 지혜로움과 교활함을 오고 가는 토끼의 생태와 의미가 오늘날의 사람들에는 어떻게 이어졌을지를 생태와 관련된 동화, 『수궁가』를 본문에 담은 교과서, 마시마로부터 최고심까지 다양한 캐릭터 상품 등으로 담아 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의 정서와 문화 속에서 의미 있는 동물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송응도(松鷹圖) 장승업(張承業) | 1843∼1897 | 19세기

새해 토끼 많이 받으세요! 토끼의 다양한 의미 중 좋은 것만 닮은 새해 되길…
토끼는 장수, 지혜뿐만 아니라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정한 토끼 한 쌍을 그린 ‘쌍토도雙兔圖’는 부부애와 화목한 가정을 상징하며, ‘추응토박도秋應兔搏圖’ 등 새해를 축하하는 세화에도 토끼가 등장한다. 에필로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에서는 2023년 한 해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송응도松鷹圖와 쌍토도雙兔圖 등 좋은 의미가 담긴 유물을 전시하였다. 새해가 되면 임금이 신하에게 길상 의미가 담긴 세화를 선물하곤 했다. 세화의 대표적인 화제 중 하나인 추응토박도는 매가 토끼를 잡기 위해 토끼를 응시하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 속 토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토끼의 움직임에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절대 잡히지 않으리라는 것처럼. 그림의 뒷이야기는 알 수 없지만 상상해보자면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위기와 용왕에게 간을 빼앗길 위기를 벗어난 것처럼, 민첩함과 지혜로 매에게 잡힐 순간을 어떻게든 피하지 않았을까?

이번 《새해, 토끼 왔네!》 특별전을 통해 2023년 민첩하고 지혜로운 토끼처럼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랫동안 우리 삶 속에서 함께 해온 토끼의 생태와 민속을 알아보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1) 달아나는 토끼의 기세라는 뜻으로, 매우 빠르고 날랜 모양을 이르는 말


글 | 오아란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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