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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루루 갈고! 쿵덕쿵덕 찧고! 맷돌과 절구

바닷물은 짜다. 왜? 바다 밑에 가라앉은 요술맷돌이 계속 돌아가면서 소금을 쏟아내니까… ‘바닷물이 짠 이유’ 속 맷돌 이야기이다. 달에는 누가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보름달이 뜨는 명절이면 달나라 토끼 두 마리가 떡방아를 찧고 있는 그림을 보았다. 절구통을 사이에 두고 절구공이로 떡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맷돌과 절구는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하다. 맷돌은 포개놓은 두 개의 돌이 돌아가면서 서로 마찰하여 곡식 등의 껍질을 벗기거나 갈아서 가루를 내는 도구이며, 절구는 절구통 안에 재료를 넣고 절구공이를 위아래로 찧어 부서지게 하는 것이다. 둘 다 곡식의 겉껍질을 벗겨 알곡으로 만드는 데 쓰였으며, 재료를 가루로 만들거나 으깨는 용도 등으로 쓰인다. 다른 점이라면 전자는 빙글빙글 돌려서 쓰고, 후자는 위아래로 찧어서 쓴다. 음식 중 두부나 빈대떡 등을 만드는 데는 맷돌이, 메주 등을 만드는 데는 절구가 흔히 쓰인다. 1936년 9월 11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오장환의 ‘내 생일’이라는 동요에서, “두루루루 두루루루 가는 맷돌은 빈대떡 붓칠야고 가—는 매. 내일은 내 생일. 두루루루 두루루루 엄마는 한나절 맷돌을 간다.”라고 썼다. 생일상에 차려주려는 빈대떡은 맷돌로 갈아 만드는 것이 제격이었다.

18세기 말 농서인 임원경제지 본리지 권11에, 조선의 농사연장 중 찧는 도구 그림에 ‘매[磨]’가 나오는데, 나무로 만든 매통을 목마木磨, 돌로 만든 맷돌을 석마石磨라고 하였다. 19세기말 기록에 이름은 ‘매돌[磨石]’, ‘매똘[磨礱, 磨石]’, ‘돌’ 등으로 나오며,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전라도에서는 맷독, 강원도에서는 ‘맷도리’, 충남에서는 ‘독매, 매통’, 경북에서는 ‘불매’, 제주도에서는 ‘가래레, 가렛돌’, 북한에서는 ‘망, 망돌, 돌망, 매돌’이라고 한다. 맷돌은 쌀, 콩, 팥, 메밀, 녹두, 옥수수 등 마른 곡식을 갈아서 가루로 만들고, 물에 불린 콩이나 녹두 등 젖은 곡물을 갈 때 많이 쓰인다. 북한에서는 전자를 건매질 또는 마른망질이라 하고, 후자는 물매질물망질이라고 한다. 주요 쓰임은 재료를 가는 것이지만, 무거운 돌이기도 해서 식재료의 물기를 빼거나, 순두부를 모두부로 만들 때도 맷돌을 올려놓아 썼다. 1967년 1월 30일자 경향신문 5면에는 ‘맷돌에 눌러 물기를 뺀 김치로’ 만든 별식 ‘김치지지미’ 조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마른 곡물을 갈거나 탈 때는 맷방석이나 함지 등의 매판을 깔아놓고 돌리며, 젖은 곡물을 갈 때는 매함지에 맷돌다리또는 쳇다리를 놓고 그 위에 맷돌을 올려놓고 간다. 매판이 맷돌 아래짝과 한 몸으로 제작된 풀매도 있다. 풀매는 주로 고운 가루를 내는데 쓰이는데 아랫돌 주변에 가장자리를 높이 세워 맷돌에 갈린 재료가 흘러내릴 수 있도록 경사진 길을 내고 주둥이가 있다. 주로 명주에 풀을 먹일 때 쓰거나, 잣죽이나 깨죽 등의 재료를 만들기 위해 쓰였다.

 

맷돌은 앉아서 손으로 돌리기 쉽도록 대개 30~50cm 정도의 어깨너비 안쪽 크기의 ‘손맷돌’이 흔한데, 지름이 60cm가 넘는 중대형 맷돌도 있다. 특히 대형 맷돌은 사찰에서 대량으로 재료를 갈아야 하는 곳에서 많이 쓰였다. 위아래 두 짝이 한 쌍으로 구성되며 주로 현무암이나 화강암 같은 돌로 만든다. 현무암 맷돌은 ‘고석매蠱石매’라고도 불린다. 윗돌에는 구멍을 파서 곡식을 집어넣을 수 있는 ‘입아가리’을 만들고, 돌릴 수 있도록 맷돌 손잡이를 다는데, 윗돌 옆 또는 위의 구멍이나 홈에 ‘맷손’을 끼워 박거나, 칡이나 대나무 테 등의 ‘맷테’를 윗돌에 감아 돌려 달기도 한다. 맷손을 ‘맷대’, ‘레 체경맷돌 자루’이라고도 한다. ‘어처구니’라고 부르는 곳도 있지만, 국어사전에는 이에 대한 기록이 없다. 아랫돌에는 윗돌에서 내려온 재료가 잘 갈리도록 선 무늬 등의 홈이나 빗살문 같은 선각을 파는데 이를 맷돌의 이[齒]라 한다. 닳으면 다시 쪼아 날카롭게 만드는 작업을 ‘맷돌을 죄다’라고 하며,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매죄료장수’ 또는 ‘매조이꾼’이라 하였다. 맷돌을 돌릴 때 어긋나거나 빠지지 않도록 윗돌 바닥과 아랫돌의 가운데 구멍에 쐐기를 박고 중쇠를 끼워서 고정한다. 윗돌에는 중쇠고리암쇠를 끼우고, 아랫돌제주에서는 알돌에는 중쇠를 끼우는데, 이를 민속적으로는 음양의 화합을 상징하여, 윗돌을 ‘암맷돌암돌’, 아랫돌을 ‘수맷돌숫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맷돌을 돌려서 재료를 갈기 때문에 ‘맷돌을 돌린다’ 또는 ‘맷돌로 간다’라고 말한다. 맷돌은 ‘우주의 운행’을 상징하기도 하였는데, 조선시대 장유張維, 1587~1638는 “하늘과 땅 맷돌처럼 스스로 돌아天地自回雙扇磨”라고 읊고 있다. 한편 민간에서는 맷돌을 쓸 때의 형태대로 놓아두면 집안의 곡물을 다 갈아서 가난하게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여겼기에, 맷돌을 쓰지 않을 때는 위짝과 아래짝을 뒤집어놓거나 따로 둔다.

절구는 통나무나 돌, 쇠 따위를 속이 우묵하게 만들어 곡식 등 재료를 넣고 절굿공이로 빻거나 찧는 통으로, 벼, 조, 수수, 보리 따위의 곡식과 고추, 깨 등을 빻거나 찧고 떡을 치기도 하는 도구이다. 절구는 겉보리나 겉벼를 찧어 보리쌀이나 쌀을 만들어 밥을 짓기도 하였고, 쌀을 찧어 쌀가루를 만들어 떡을 만들기도 하였다. 삶은 콩을 찧어 메주도 만들고, 태양초를 놓고 찧어 고춧가루도 만들고, 마늘 같은 양념을 찧어서 쓰기도 하였다. 이 밖에 약재 등을 찧는 약절구도 있었다. 한편 절구를 옆으로 뉘어 놓고 벼를 터는 ‘개상’으로도 쓰였다. 18세기의 『동문유해同文類解』에는 ‘졀고’, 『역어유해보譯語類解補』에는 ‘절구’로 나오며, 구마臼磨, 도구통搗臼桶, 절구통, 도구방아, 덜구, 절기방아, 퉁따리 등으로 불리는데, 흔히 강원도에서는 절고,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도구통이라고 한다. 대개 손으로 찧기에 손절구 또는 손방아라고도 한다. 절구는 나무, 돌, 금속쇠절구, 놋절구, 양은절구 등, 흙 등으로 만든다. 나무절구목절구를 만들 때는 나무를 바로 세워놓고, 나무 가운데에 숯불을 얹어서 태운 자리를 낫이나 자귀로 긁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파내어 만든다. 흔히 나무절구는 나무 형태대로 쓰기에 절구통의 위와 아래 굵기가 같은 ‘통절구’가 많다. 이 때문에 ‘뚱뚱한 사람’을 속되게 일컫는 데도 쓰인다. 허리 부분이 좁은 절구는 ‘잘록절구’라 한다. 통절구는 중부지방, 잘록절구는 중부 이남 지방에서 많이 쓴다고 한다. 돌절구는 위보다 아래가 좁은 형태이며, 굽을 달거나, 겉면에 무늬를 새겨 멋을 더하기도 한다. 나무와 돌을 함께 쓴 제주도의 남방아남방애는 큰 나무를 함지박같이 파고, 가운데에 작은 돌확을 끼워 만든다. 금속절구에는 쇠절구, 놋절구, 양은절구 등이 있으며, 소형절구가 많고 양념절구나 약절구 등으로 많이 쓰인다. 기타 옹기나 사기로 만든 도자 절구, 플라스틱 절구 등 재질도 다양하다. 절구 안에 홈을 파서 찧는 기능을 강화하기도 한다. 재료에 따라 공이를 맞추어 쓰지만, 돌절구에 나무공이를 쓰기도 한다. 나무공이는 참나무, 밤나무, 살구나무 등의 단단한 나무로 만들며, 사람의 키나 힘의 정도에 따라 쓸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로 준비한다. 긴 공이의 경우에는 손에 잡기 쉽도록 가운데를 잘록하게 깎고, 작은 공이의 경우에는 위쪽을 잘록하게 한다. 돌공이나 쇠공이는 공이 끝에 나무자루를 박아서, 자루와 몸이 직각을 이룬 ‘ㄱ’자 꼴이 많다. “솥은 부엌에 걸고 절구는 헛간에 놓아야 한다.”라는 속담처럼 절구는 주로 헛간에 놓았다. 소형 절구는 부엌에 두고 마늘이나 고추 따위의 양념을 찧거나, 깨소금 등을 만드는데 많이 쓰여 양념절구로 주로 쓰인다. 약을 찧는 약절구에는 거북이 모양 나무틀에 쇠절구를 고정시키는 것처럼 건강 장수의 뜻을 담기도 한다.

한편 절구와 관련된 민속을 살펴보면, 『송남잡지松南雜識』에 “두더지가 땅을 파헤칠 때, 절굿공이를 거꾸로 세워두면 두더지뿐만 아니라 쥐도 달아난다.”라고 하였는데, 민간에서는 ‘두더지 방아’라 하여, 새해 첫 쥐날[子日] 자시子時에 절구를 찧으면 쥐가 없어지고 두더지도 달아난다고 여긴다. 한편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정월 열나흗날 절구통을 핥으면 절구 찧듯이 잘 소화시킬 것이라 여겼고, 체하면 절구에 물을 붓고 공이로 세 번 찧어서 마시기도 한다. 또한 연주창連珠瘡을 오래 앓으면 절구에 고인 물을 바른다거나, 돌림감기가 돌 때 여자들이 밤에 이웃 마을 공이 서너 개를 가져와서 마을 입구에 세우거나, 공이를 태우고 남은 숯을 갈아 물에 타마시면 낫는다고 여겼으며, 돌림병을 막기 위해 문 앞에 공이를 매달기도 하였다. 경기도 서부지역 ‘공이노래’에 “문전 문밖 잡신 잡귀 / 절굿공이로 막아내고”라는 대목을 보면 그 믿음을 잘 볼 수 있다. 한편 섣달그믐날 밤 절구에 멍석을 덮었다가 다음날 걷어내었을 때 안에 들어있는 곡식을 보고 풍년을 점치는 농점 풍속도 있었는데, 쌀이 있으면 벼가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대보름날 아침 열두 달을 상징하는 음식을 절구에 차리고, 몇 가지 곡식을 넣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어떤 곡식이 풍년이 들지 알아보기도 한다. 이외에도 경남에서는 새해 첫 소날[丑日]에 절구질을 하면 소의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여 삼가고, 여자가 절구 위에 앉으면 입이 비뚤어진 아이를 낳는다고 하여 삼가기도 한다. “돌절구도 밑 빠질 때가 있다.”라는 속담은 아무리 튼튼한 것이라도 영구불변한 것은 없다는 뜻이며, “찧는 절구에도 손 들어갈 때 있다.”라는 속담은 방아를 찧다 보면 절구확의 가장자리로 곡식들이 올라오기 때문에 밀어 넣어주는 ‘께낌질’이 필요한데, 절구를 찧는 중간에도 안에 손을 넣어 께낌질 할 수 있으니, 아무리 바빠도 틈을 낼 수 있음을 비유하고 있다.

맷돌을 돌리는 ‘맷돌질’은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돌리면서 작업을 한다. 한 사람은 위짝 구멍에 재료를 떠 넣고 다른 한 사람은 위짝을 돌리는데, 서로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절구를 찧는 ‘절구질’도 혼자 하거나 여럿이 하기도 하는데, 혼자 하면 ‘외절구질’, 둘이 하면 ‘쌍절구질’ 또는 ‘쌍매질’이라 한다. 이들 작업은 여럿이 할 때 손이 맞아야 했으므로, 노동요를 부르면서 박자에 따라 손 맞춰 일하고, 자신의 삶의 고달픔도 해소할 수 있었던 노동요를 불렀다. 맷돌질의 ‘레 는 소리’나, 절구질의 ‘절구방아 찧는 소리’ 같은 노동요에는 시집살이의 설움, 노동의 괴로움, 소망 등의 내용을 담아 노래하고 있다. 가슴에 쌓아두는 것보다 스트레스 푸는 일이다. 1952년 10월 26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윤석중의 ‘고맙다’라는 동요에는 “보리를 찧어주는 절굿공아,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팥을 타주는 맷돌아,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라고 하여, 곡식을 찧어주고 타주는 절구와 맷돌에 대한 고마움을 노래하고 있다. 이제 맷돌과 절구는 믹서, 블렌더 등으로 많이 대체되었지만, 아직도 맷돌로 만든 두부집과 빈대떡집, 절구로 찧은 마늘을 쓴 음식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것은 필자만 느끼는 것일까? 동요에서처럼 나도 말해본다. “맷돌과 절구야 고맙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오면, 서울 본관과 파주관에서 고마운 맷돌과 절구를 쉽게 볼 수 있다.


글 | 정현미_섭외교육과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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