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한국생업기술사전: 어업』이 발간되었다. 이번 사전은 2004년 『한국세시풍속사전: 정월』로 시작된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한국생업기술사전』 시리즈 중 하나이다. 어업 사전에서는 지난해 발간된 『한국생업기술사전: 농업』에 이어 한국 바다에 관한 지식과 기술, 신앙, 어업 현장을 이루는 사람들을 총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시도하였다. 그 첫 번째 단계로 ‘어로기술’, ‘어구’, ‘어선’, ‘작업장’, ‘수산가공물’, ‘어로조직’, ‘의례’, ‘자료’, ‘문화재’, ‘제도’, ‘용어’, ‘국가중요어업유산’ 등 12개 분야에 속하는 표제어를 선정하여 한국의 어업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하였고, 관련 표제어끼리 상호 참조가 가능하도록 구성하였다.
통시적으로는 <작살>, <조개무지>,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등을 통하여 선사시대부터 <균역법>, <자산어보>, <한일어업협정> 등 역사적 사건, <수산물이력제>, <스마트양식>, <콜드체인> 등 현대 어업 기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의 시대상을 다루었다. 마찬가지로, 민속 신앙 분야에서도 <김포시 대곶면 대영리 풍어제>와 <미역부름> 등 익숙한 어업 의례들과 더불어, 원양어업에서 적도를 지날 때 지내는 <적도제>와 조업 도중에 순직한 선원들을 위한 <순직선원위령제>도 포함되었다. 그 외, <바당밭>, <통영 통구민배>, <물돛배> 등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표제어와 <유영층>, <적조>, <바다숲> 등 어업 생태와 어로 환경과 관련된 내용을 나타내어 어업 민속 문화를 다층적으로 다루고자 하였다. 또한, 불빛을 따르는 어종의 습성을 이용한 전통 조업인 <횃바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진출했던 해녀들의 원정 ‘물질’인 <바깥물질>, 주변 지형지물을 통하여 위치를 가늠하는 <산가늠>과 밀물과 썰물의 주기를 파악하여 시간을 경영하는 <물때> 등 이제는 우리에게 생소한 전통 지식도 함께 수록하였다. 지금도 대부도나 안면도처럼 도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갯벌을 산책하다가도 물때가 되면 돌아선다. 제방이 생기면서 예전의 ‘물때’와는 달라졌지만, 물때는 여전히 몸에 따라붙는 감각으로 삶을 구성하고 있다. 주민이 아니더라도 차를 타고 해안을 지나다 보면 수면 위로 작은 숲처럼 나뭇가지들이 튀어나온 모습을 볼 수 있다. 촘촘히 발울타리을 꽂아 <덤장>을 설치하고 나면, 밀물에 물살을 타고 들어 온 물고기들이 그 안의 그물에 걸려 잡힌다. 이렇게 물고기를 유인하여 잡는 어업을 함정어업이라고 하는데, 전근대부터 사용하던 <어살>뿐 아니라 현대에도 여러 <개막이그물>이나 <가두릿그물>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또,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족대>를 이용한 고기잡이와 <얼음낚시>는 전통어로기술이 어떤 모습으로 지금 전승되고 있는지 알게 해 준다. 생업과 놀이가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이들 어업은 현재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레저 활동으로 각종 미디어에 나타난다. 특히, 낚시는 줄 하나에 미끼 꿴 바늘 하나로 고기를 낚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낚싯줄 하나에 미끼 없이 여러 바늘을 묶어 사용하는 <훌치기낚시>나 얼레에 줄을 감아 사용하는 <견지낚시> 등을 통하여 통념의 다양화를 꾀했다. 그리고 <남해 죽방렴어업>이나 <제주 해녀어업> 등 해양수산부에서 지정2021년 기준한 국가중요어업유산을 통하여 한국의 지형과 문화를 대표하는 어업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직전 해에 발간된 『한국생업기술사전: 농업』이나 이전 시리즈인 『한국의식주생활사전』과 비교했을 때, 어업이라는 주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난점은 어로 방식을 일컫는 말이 서로 중첩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뱀장어를 잡을 때 맨손과 간단한 채취어구를 제외하고 들망, 주낙, 통발 등이 흔히 쓰인다. 그에 따라 뱀장어잡이는 다양한 어구의 사용 방법과 함께 설명되어야 한다. 또, 각 어구를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들망어업, 주낙어업, 통발어업의 경우에는, 대상 어종의 크기, 활동 반경, 시간 등에 따라 바늘이나 그물코의 크기, 조업이 이루어지는 수역이 달라서 장어통발어업, 연안들망어업, 근해자리돔들망어업 등 세세하게 분류된다. 이렇게 어획을 설명하는 표제어 명칭을 정할 때 어종과 어구, 조업 위치 중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 결정해야 했고, 결국 독자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잡이’라는 어종을 기준으로 한 표제어 명칭을 채택하였다. 단, 어구를 소개하는 표제어에서 주요 어획 대상 어종을 밝혀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하였고, 같은 어구도 어획 대상과 목적에 따라 사용 방법과 크기 및 형태가 조금씩 다르므로 이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게끔 구성하였다.
어업에서의 공간 인식도 다른 주제와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수산생물이 수온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이동하는 만큼, 이를 채취·포획하는 어업은 물이나 땅의 표면과 표면 아래표층, 중층, 저층가 역동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입체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정확하고 전문적이면서도 일반적인 내용을 실어야 하는 사전 편찬 작업에 있어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지점이었다. 이렇듯 어업은 최첨단 현대 기술이 동원되면서도 종사하는 개개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식과 통찰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생업 분야이다. 그러한 경험 지식을 글로 녹여 내는 일은 표제어 명칭 선정 단계에서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전의 원고를 검수하는 일은 관련 분야에 몸담으신 연구자 분들과 현지 경험이 풍부한 필자 분들의 도움에 귀 기울여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과정이었다. 백과사전 편수원이 아닌 연구자로서 앞으로 더 많은 어업 민속에 관한 연구가 진전되기를 희망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올해 발간될 『한국생업기술사전: 상공업』을 마지막으로 생업기술 시리즈를 마치고 2023년부터 새로운 시리즈 발간에 들어간다. 모든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시리즈는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에서 다운로드 후 PDF 문서로 읽을 수 있으며,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누리집에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하여 표제어 9,300여 건의 원고와 사진과 음원, 동영상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 관련 미디어가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되어 자유롭게 사용 및 가공이 가능하다.
글 | 류건욱_민속연구과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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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자료,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