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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3

오촌댁으로 떠나는 메타버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한창이었던 2021년, 점점 지루해져만 가는 온라인 수업의 활기를 위해 다양한 수업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게더타운Gather Town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나게 되었다. 가상의 공간을 만든다는 매력에 이끌려 들어간 게더타운은 어릴 적 하던 롤플레잉 게임의 형태와 매우 흡사했다. 가상의 공간에 내가 만든 캐릭터가 움직이면서 다양한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은 교육에서 부족했던 재미의 요소와 수업의 깊이를 더해 줄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아직은 국내에는 메타버스에 대한 법령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게더타운을 개발한 미국의 법령을 따라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접근이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가정에서 부모님과 함께해 보라고 간단한 미션을 만들어 안내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공문을 통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겨울방학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공모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온라인 수업, 집에서 하는 수업, 부모님의 참여가 가능한 수업이라는 조건은 메타버스를 교육에 도입해 보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1) 주제를 고민하던 도중, 요즘 아이들은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니 민속 신앙을 주제로 하면 어떻겠냐는 아내박소연 교사의 제안에 가택신의 도움을 받아 가택을 도둑으로부터 지키는 과정에서 조선시대 주거 생활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 공모서를 제출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공모전 결과를 기다리던 11월,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로 전화가 오는 것을 보고 공모에 당선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만큼 주제가 아이들이 좋아하며, 선호하는 주제이고, 메타버스라는 플랫폼의 매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담당자분들과의 첫 만남은 우리 부부가 기획했던 교육 프로그램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가상의 공간보다 저희 민속박물관 앞에 있는 오촌댁은 어떠신가요?”

 

회의가 끝나고 오촌댁을 둘러본 나는 더욱 이 교육이 학생들에게 공감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오촌댁은 내가 생각했던 가상의 공간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확하게 처음 제출했던 계획서에서 기획한 가택신이 있던 공간 모두가 오촌댁에 있었다. 꼭 이 교육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완벽하게 딱 맞아떨어진 오촌댁을 둘려보며, 재미있는 수업을 만들려는 열정이 생겼다. 현실의 공간을 가상으로 옮겨서 내가 실제로 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체험하게 해 주는 메타버스의 가장 큰 장점이 완벽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수업의 흐름을 생각하며 둘러 본 오촌댁에는 흡사 가택신이 깃들어 나를 반겨준다고 느낄 정도로 반갑고 애정이 생겼다. 국립민속박물관 담당자분들과의 지속적인 회의를 통해 수업의 흐름을 가다듬었고, 학습지와 게더타운의 제작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지만 너무나 재미있고 흥분되는 시간이었다. 이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민속박물관 연구관, 연구사님을 통해 도움을 받았고, 어떻게 하면 더 실감나게 만들까 고민하면서 오촌댁에 수시로 가서 영상과 사진을 찍고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더욱 실감나게 연출하기 위해 게더타운에서 제공하지 않는 오촌댁을 그림으로 그려서 학생들에게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촌댁이 실제로 내 눈앞에 있다는 것 같은 실제감은 수업에 몰입감을 더해 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태블릿으로 그림 그리는 수업을 듣던 아내가 오촌댁을 그려 보겠다고 해 주어 감사하게도 내 생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었다. 더불어 밋밋하게 오촌댁을 탐험하는 것을 넘어, 도난사건의 범인을 찾는 미션을 수행하며 범인을 찾는 과정을 방탈출 게임으로 구현한 것은 학생들의 탐험심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학습지조차도 실제감을 더하기 위해 국립민속박물관장님이 내리는 족자 형태의 명령서처럼 제작하여, 실제 조선시대의 암행어사가 명령서를 받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기 어려운 온라인 수업 시 기술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보조강사의 필요성을 느껴 초빙한 후배 채수빈 선생님의 도움으로 더욱 수업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20명 이상이 줌과 게더타운을 동시에 접속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있을 오류를 미리 알아보기 위해 사전 테스트도 진행하면서 실제 교육을 준비했다. 겨울방학 동안2022.1.17.~21, 5일간 이뤄진 오촌댁행 메타버스 수업은 오전, 오후 총 10회에 걸쳐 147명의 학생이 참여해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1월 17일 월요일, 첫 수업 때문에 두근거리던 마음은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정과 활발한 반응으로 인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의 가능성에 대한 설렘으로 변해갔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수업에 3~6학년 학생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놓지 않고, 끝없이 탐구하고 질문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선생님 문제 더 없어요? 짧아서 너무 아쉬워요. 선생님 정말 재미있어요. 선생님 저 오촌댁에 정말 가 보고 싶어요.”

박물관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지루함? 공부해야 하는 공간? 학생들에게 박물관은 너무 따분한 공간일 것이다. 가서 떠들면 안 되고 조용히 있어야 하고, 만지고 놀 것은 적고 보고 읽어야 할 것만이 많은 공간이다. 그래서 자연히 박물관은 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데리고 오는 공간이지, 학생들에게 스스로 호기심이 생겨 찾아가고 싶은 공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학생들이 스스로 박물관을 찾게 하는 힘은 결국 흥미와 호기심이다. 박물관에 가면 재미있는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박물관에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이뤄지게 할 것이다. 오촌댁행 메타버스 교육의 가장 큰 힘은 학생들이 박물관에서 준비한 전시에 와 보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만든 것이다. 학생들은 가상의 공간인 메타버스와 오촌댁의 곳곳을 촬영한 영상을 통해 오촌댁을 탐험하며, 미션을 해결하고, 학습지를 정리하면서 오촌댁과 가택신, 조선시대의 주거 생활 모습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교사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호기심과 재미라는 요소는 교육의 가장 큰 원동력인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교과서만을 활용한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곤 한다. 다양한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선생님이 노력하고 있는데, 메타버스를 활용한 수업을 통해 새로운 학생 활동 중심 수업의 가능성을 보았음에 매우 만족하고 앞으로가 기대된다.

1) 게더타운의 연령 제한으로 인해 실제 수업에는 꼭 학부모님이 함께 참여하도록 공고문에 명시하였다.


글 | 신건철_서울구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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