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은 ‘보존’을 위한 ‘닫힌 수장고’에서 벗어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수장고’를 지향하며 경기도 파주헤이리로 30에 새로운 수장고 문을 열었다. 보다 다양하고 많은 소장품을 대중과 공유하는 것에 목적을 둔 ‘개방형수장고 프로젝트’는 연구 용역을 시작한 2014년부터 2021년 7월 공식 개관까지, 약 7년간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고 공식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1)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소장품의 ‘보존’이라는 박물관의 기능을 최우선 과제로, 목재·섬유·지류·금속·도토기· 석재·복합·기록물아카이브 등 재질별 보존환경 기준에 맞춰 격납 공간 및 온습도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소장품의 손상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모색하며 총 16개의 수장고를 조성하였다. 민속 유물 86,270건 143,381점, 아카이브 814,581건 997,049점의 소장품이 격납된 16개의 수장고는 관람객이 상시로 수장고 내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7개의 ‘열린 수장고’와 내부 관람은 제한적이지만 유리창을 통해 외부에서 상시 관람할 수 있는 3개의 ‘보이는 수장고’ 등 총 10개의 ‘개방형’ 수장고와 6개의 ‘비개방’ 수장고로 운영된다.
열린 수장고open storage to public
관람객이 박물관에 들어서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것은 넓은 홀 전면에 배치된 타워 형태의 수장고이다. 이곳은 관람객이 수장고 내부에 들어가서 보다 가깝게 다양한 소장품을 살펴볼 수 있는 ‘열린 수장고’ 영역으로, 총 5,581건 6,603점의 도토기·석재류 소장품이 격납되어 있다. 이 공간은 안쪽으로는 1, 2층으로 분리되어 총 6개의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1~2층을 아우르는 3개의 타워 형태의 구조다. 내·외부 어디서든 개방이 되어있어 소장품에 대한 시각적 공유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수장고 관람의 시작점인 타워형 수장고는 로비 중앙에 위치하여 자외선이나 온습도 등 외부 환경에 대한 노출이 빈번한 곳으로, 상대적으로 외부 환경에 민감도가 낮은 도토기와 석재류 재질의 소장품을 격납하였다. ‘재질’을 제1기준으로 분류하여 소장품 격납에 적정한 온습도 환경을 만들고 ‘용도 기능’을 제2기준으로 분류하여 유사 유형의 생활사 관련 소장품으로 나누었다. 시루, 항아리 등 약 80% 가량의 식생활 관련 소장품 외 등잔과 촛대, 벼루와 연적 등 주생활 관련 소장품, 지석, 제기, 명기 등 의례 관련 소장품까지, 다양한 용도 기능을 가진 도토기/석 재질의 소장품이 두루 격납되어 있다.
공간의 특성을 살펴보면, 수장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고려하여 수장고 공간에 적합한 ‘ㄷ’ 자형 수장대를 계획하고, 건축물의 창호 프레임 구조에 소장품이 가려지는 것을 최소화한 ‘큐브’ 구조를 선택하였다. 이러한 프레임 분할 구조의 선반은 건물의 내·외관과 어우러져 차분하고 통일감 있는 전시 효과를 준다. 총 182개4~6수장고 106개, 9~11수장고 76개의 큐브형 선반 위에 놓인 소장품은 저마다 조형미를 드러내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선반 구조의 수장대와 더불어 작은 소장품을 격납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서랍장과 유리 선반을 배치하여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부 소장품은 고정형 지지대를 설계하여 소장품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안정성을 높이도록 하였다.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이곳에 격납된 모든 소장품은 공간의 높낮이나 선반의 구조 등 공간의 구조에 따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배치도를 설계하여 각각의 소장품에 어울리는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는 점이다. 이렇듯 6개의 수장고는 오랜 시간 소장품 각각의 재질이나 용도 기능적 분류를 통해 유사 그룹의 특색이 드러나는 소장품이 격납된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향후에는 개별 소장품 정보 연계 전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소장품 정보에 대한 접근성도 확장할 계획이다.
16개의 수장고 중 마지막 수장고인 16수장고 역시 관람객이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열린 수장고’ 영역이다. 지역적 특성이 뚜렷한 반닫이25점, 지역성과 조형성이 특징인 소반175점, 문양의 다채로움을 보여주는 떡살과 다식판271점이 격납된 이곳은, ‘열린 수장고’ 영역 중에서도 전시의 성격이 가장 잘 반영된 ‘수장형 전시’ 공간으로 일반 수장고와는 조금 차별화된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선반형 수장대를 중심으로 2층형 구조로 설계하고, 일부 전시 연출 공간을 마련하여 전시물 받침대와 마감재, 영상 등 전시 연출 요소로 변화를 주었다. 이러한 전시 연출 요소는 수장고로서 기본적인 ‘수장’ 기능과 더불어 소장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으로 소장품이 보다 돋보이고, 새롭게 느껴질 수 있도록 고려한 것이다. 수장고 한켠에는 그동안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나무’, ‘목가구’ 등을 주제로 발간한 여러 종류의 발간 자료가 배치된 작은 아카이브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소장품 관리가 전산화되기 이전에 사용했던 ‘유물카드’를 전시하고, 체험용 유물 카드에 소장품의 전시 이력 등 관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수장고와 연관된 소소한 정보와 재미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보이는 수장고visible storage; exhibition space to public
관람객이 직접 상시적으로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외부 유리창을 통해 상시 관람이 가능한 ‘보이는 수장고’ 영역에는 총 3개의 수장고가 조성되어 있다. 타워형 수장고의 뒤편으로 1층과 2층에 각각 3수장고와 8수장고의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유리창이 있는 복도가 있고, 교육실 복도 쪽으로 7수장고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유리창이 있다. 이들 3개의 수장고의 수장대는 이층형의 키높이 이동식 격납장Double decker으로 설계하여 수장 효율성을 높이고 보다 많은 소장품을 격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3수장고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금속 재질의 소장품 총 16,618건 48,496점 중 약 95.9%인 15,942건 48,064점이 격납되어 있다. 8수장고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나무와 초제 재질의 소장품 총 16,526건 20,146점 중 약 68.8%인 11,373건 13,339점이 격납되어 있다.2021. 4. 30. 기준 소장품의 용도, 기능, 중량 등을 고려하여 1층은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소장품, 대여 및 열람 등으로 빈번한 이동이 예상되는 소장품, 2층은 비교적 이동이 적은 소장품 중심으로 격납하여 운영 관리의 효율성을 높였다. 의, 식, 주, 산업·생업, 전통과학, 종교신앙, 사회생활, 문화예술, 교통·통신, 군사 등 다양한 용도 기능의 소장품이 고루 격납되어 있으며, 3수장고는 금속 재질의 소장품 격납에 적합한 20±2℃, 습도 45±4℃의 환경으로 관리되며, 8수장고는 나무와 초제 재질의 소장품 격납에 적합한 20±2℃, 습도 55±4℃의 환경으로 관리되고 있다. 더불어 소장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조명의 밝기도 제한하고 있으며, 소장품 보존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람객들은 ‘보이는 수장고’ 유리창을 통해 수장고의 내부 구조 및 소장품의 격납 방식, 소장품을 관리하는 직원들의 작업 과정 등을 들여다보며 ‘수장고’에 대한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에는 제한된 인원의 예약제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수장고 내부까지 직접 들어가 둘러볼 수 있도록 수장고 개방의 범위를 점차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보이는 수장고’의 마지막 유형인 7수장고는 구입이나 기증 등의 절차를 통해 새롭게 들어오는 소장품의 실측 및 등록 업무를 진행하는 공간이자, 국가귀속문화재를 국가가 보관·관리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 전의 소장품을 격납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심의 절차를 진행하고 새로 입수된 소장품의 안전을 위협하는 벌레 등 외부 유기물을 제거하는 소독 작업을 거쳐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으로 등록·관리되는 과정을 진행한다. 7수장고는 현재 4,848건 7,616점 이 격납되어 있고2021. 4. 30. 기준, 나무나 금속 외에도 플라스틱이나 섬유, 지류 등의 복합 재질 격납에 적합한 20±2℃, 습도 50±4℃의 환경으로 관리되고 있다. 7수장고는 등록 대상 자료의 번호표기넘버링 작업, 실측, 명세서 작성입수연유, 시대, 특징 등, 포장 등 소장품 등록을 위한 작업이 종합적으로 진행되는 공간으로 박물관이 수장고 내부에서 어떻게 소장품을 보관하고 관리하는지 궁금해 할 관람객들에게 공개되는 특별한 공간이다.
소장품 등록 작업을 위한 상하좌우로 이동이 가능한 5대의 다목적 작업대가 배치되어 있으며, 작업대 서랍에는 소장품 등록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이 갖춰져 있다. 관람객들은 ‘보이는 수장고’ 유리창을 통해 소장품 크기를 실측하고 번호를 기재하는 등 ‘소장품 등록’ 작업이나 등록 후 수장고 격납을 위해 포장하는 작업을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다. 향후에는 관람객들이 소장품 등록 과정이나 수장고 내부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수장고 개방 방식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박물관 건축을 설계 공모하고 공사를 진행하며 외형을 갖추기까지의 긴 시간, 건물이 완성된 이후 박물관 내부를 채워가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온 수많은 작업들이 쌓이며 어느덧 공식적인 개관을 눈앞에 두었다. ‘보존하는 수장고’에서 ‘보이는 수장고’, ‘체험하는 수장고’로서 수장고 본연의 기능은 지키며 ‘공개’와 ‘활용’을 통한 ‘공유’의 공간을 지향하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관람객 스스로가 개인의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 주체적인 관람자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1)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현재 7월 23일 일반 공개에 앞서 관람객 의견 수렴을 위해 5월 4일부터 사전 예약을 통해 시범 운영을 시행하며 관람객을 미리 만나고 있다.
글 | 황경선_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