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은 박물관 소장품을 대중에게 공개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방된 공간’, ‘개방된 소장품’, ‘개방된 기관’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물리적 시설의 개방을 넘어, 박물관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취향에 맞춘 체험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을 목표로 ‘개방형수장고 및 정보센터’를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에 설립하여 7월 23일 일반 대중에게 공개를 앞두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경복궁 2차 복원정비계획에 따라 2031년 철거가 예정되어 있어 이전건립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소장품의 보존과 박물관 정보 제공을 확대하기 위해, 수장고 이전과 본관 이전을 2단계로 분리하여 먼저 수장고 이전을 추진하게 되었다. 2014년 ‘개방형수장고 및 정보센터 건립’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건립 설계용역을 추진하여 2018년 7월 공사에 착공하였고, 2020년 7월에 준공하였다. 2020년 9월 말에 본격적인 소장품 이전과 개관 준비작업을 거쳐 지난 5월 4일부터 7월 9일까지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시범 운영 기간 관람객 만족도 조사와 현장 인터뷰를 진행하여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정식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개방형수장고 및 정보센터는 ‘시간이 보이는 공간’의 ‘시간示間’ 개념으로 수장고의 새로운 활용방안인 개방형을 표방하여, 단순히 보존하는 수장고에서 보이는 수장고의 변화를 통해 대중에게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로 30에 지하 1층, 지상 2층의 연면적 10,268㎡ 규모로 건립되었다. 주요 시설은 열린 수장고 7개, 보이는 수장고 3개, 정보 미디어 월영상실, 민속아카이브, 어린이체험실, 열린 보존과학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민속유물 86,270건 143,381점, 민속아카이브자료 814,581건 997,049점이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규모의 타워 수장고를 마주하게 된다. 열린 수장고인 이곳은 조도와 온습도 영향이 적은 석재, 도토기류를 용도와 기능별로 분류하여 항아리·귀때동이·씨앗통 등 각종 생활용구 6,600여 점의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 수장고 내외부에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키오스크 검색대를 통해 관련 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1층에 마련된 수장 전시실 형태의 열린 수장고에는 박물관의 대표 목재 소장품인 반닫이, 소반, 떡살 등 470여 점이 보관되어 있으며, 관련 자료집과 정보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보이는 수장고는 외부에서 시창을 통해 수장고 내부에 금속과 목재 관련 소장품이 격납장에 보관되어있는 모습과 박물관에서 수집한 유물을 정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개관 후에는 수장고 내부를 들어가서 직접 견학할 수 있는 개방형수장고에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상시 개방되지 않는 유물들도 정보 미디어 월영상실을 통해 전면 공개된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전체에 대한 정보화를 토대로 대형 미디어 패널에 정보검색 시스템을 구축하여 동시에 6명의 사용자가 접속하여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아서 활용할 수 있게 구현하였다. 제공되는 정보는 유물에 대한 설명자료, 위치 정보, 고품질의 사진 등이며,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모바일로 연동하여 담아서 사용할 수 있게 하였으며, 소장품의 현재 소재 위치 정보를 제공하여 비개방 영역에 소장되어있는 유물은 열람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자료 이용의 접근성과 활용성을 강화하였다.
민속아카이브에는 박물관에서 수행하는 기본 기능인 수집, 연구, 전시, 보존, 교육 등의 업무 수행을 통해 생산된 정보의 결과물과 외부 연구자와 일반인이 기증한 민속 관련 기록물을 디지털화 작업하여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찾아볼 수 있게 하였다. 아울러 박물관의 민속아카이브자료의 성격과 사진·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기록물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전시공간, 사용자가 기록물을 검색해 볼 수 있는 디지털 패널, 박물관에서 발간한 도서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필요한 박물관 정보를 찾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지역을 찾는 가족 단위의 많은 관람객을 위해 자녀와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체험실과 열린보존과학실도 마련하였다. 어린이체험실은 박물관 수장고의 금속, 나무, 도자, 종이, 섬유 등 재질별로 보관하고 관리하는 원리를 게임과 다양한 체험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유물을 처리하는 공간으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보존과학실을 간접체험하는 공간도 마련하였다. 이곳에서 박물관 소장품을 보존처리하는 방법에 대하여 눈으로 쉽게 확인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 또한 보존처리를 위해 문화재의 상태를 분석하는 방법, 섬유·지류·금속·목재별 보존처리, 문화재를 훼손하는 유해생물로부터 유물을 보존하는 방법 등 보존환경에 대해서도 안내가 되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경기도 북부 지역에 처음으로 들어선 국립박물관으로서, 파주시와 헤이리 마을 인근에서 활동하는 문화기관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참여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지역 문화와 관광산업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금까지 박물관 소장품은 전시 목적, 학술연구, 교육프로그램, 출판 등을 위해 활용하고 있어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대중에게 공개되는 소장품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개관으로 그동안 수장고에 보관하며 공개되지 않던 유물들이 실물 내지는 디지털 자료로 전면 공개됨으로써, 관람객들이 개방형수장고와 민속아카이브에서 제공하는 각종 자료를 각자가 원하는 다양한 시각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스스로 체험하고 습득하여, 이를 토대로 과거의 생활문화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기초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 김종태_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