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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4 | 보존과학실

보존과학실과 열린 보존과학실

2021년 7월. 국립민속박물관 서울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간이 파주관 한쪽 날개에 자리 잡았다. 바로 ‘열린 보존과학실’. ‘열린 보존과학실’은 출입제한구역인 보존과학실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활동을 궁금해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공간이다. 실제 파주관 보존과학실의 소개 영상을 시작으로 유물 분석의 기본이 되는 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X-ray 등의 빛, 생물 방제 설비인 저산소 살충 챔버, 온습도와 유물과의 관계, 유물 가해 해충에 대한 내용들을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관람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생활의 모든 순간이 우리 역사이며,
그 순간을 함께 한 생활 도구와 기록 모두가
곧 민속 문화재입니다.
그 문화재의 가치를 보다 오래,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이곳에 있습니다.”

열린 보존과학실의 에필로그에 나타냈듯이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은 우리 생활에 사용된 모든 종류와 재질이 망라되어 있다. 실생활에서 사용되었던 것들이 대부분인 만큼 훼손되거나 오염되고 변색되어 그 원형을 찾기 어려운 것부터 지금 당장 그 쓰임새대로 쓰인다 해도 놀랍지 않을 유물들도 많다. 이런 이유로 각 유물에 맞는 보존방법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이를 위하여 2002년 서울관에 출토복식을 처리하기 위한 섬유보존실이 설치된 이후 소장품 재질별 보존처리, 박물관 보존환경 개선, 재질 분석 등의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져 왔으며, 고유의 기능들은 이곳 파주에서 한층 강화된 모습으로 새롭게 정비되었다. 지금 파주관 보존과학실에서는 이전移轉과 격납格納 작업을 마무리하고 종이·목재·섬유·금속 재질로 이루어진 소장품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보존처리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종이와 직물 위에 그려진 그림과 글씨를 보존처리하는 서화보존실은 서울관 대비 약 2.5배 확장되었다. 서울관에서 공간적인 제약으로 유물 처리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파주관으로 이전하면서 습식 클리닝이나 염색을 위한 습식처리실이 분리되었고, 삭힌 풀 등을 보관하는 재료실을 따로 두어 작업의 효율성을 높였다. 서화보존실에서는 보존처리를 위한 선행 연구로 병풍의 장황粧䌙1)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물보존총서Ⅶ>를 통해 관련 연구성과를 출간할 예정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중에 수량대비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목재와 초제류를 처리하고 있는 목재보존실에서는 새로 이전한 공간 내에 처리 재료의 원활한 수급을 위한 내부 목재창고를 확보하였다. 이로써 2009년부터 제재되어 외부에서 건조하고 있던 목재들을 좀 더 안정적으로 보관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대형 목가구류 처리를 위한 효율적인 공간 배치로, 파주관에서의 첫 보존처리 대상인 대형유물 문화유씨 목관1520년과 칠성판도 안전하게 처리할 예정이다. 섬유보존실도 약 1.8배 커지면서 서울관에서는 다른 장소에 둘 수밖에 없었던 자외선 열화기가 제자리를 찾았다. 이 열화기를 이용하여 결손부 보강에 사용되는 직물을 옛날 직물과 유사한 상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섬유보존실에서는 열화기가 가장 중요한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섬유보존실에서는 국가민속문화재 지정과 관련하여 남양주 별내 출토복식 49건 60점의 상태조사 및 긴급 보존처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금속보존실은 유해하거나 소음을 발생시키는 작업이 가능한 공간인 처리실과 이물질 제거 등과 같은 그 외의 보존처리 과정을 진행하는 보존실로 분리하여 구성하였다. 금속보존실에서는 2018년 <호모 소금 사피엔스>전展에 전시되었던 소금기 가득한 유물들을 개방형수장고에서 노출되는 부분을 고려하여 새롭게 보존처리 할 계획이다. 한편 병원과 마찬가지로 유물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하여 제일 먼저 시행하게 되는 검사장비인 X-ray는 국내 문화재 관련 기관 중 최대 크기인 만큼 서울관에서 통째로 옮겨와 건물 벽체가 세워지기 전 미리 설치되었다. X-ray 분석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유물 내부의 파손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보존처리 필수장비로 유물이 가지고 있는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정보들을 확인하는데 앞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분석실·보존환경실은 파주관 이전으로 약 2배 확장되어 기기분석실과 보존환경실로 나뉘어 조성되었다. 분석실은 소장품의 재질 및 성분 등을 분석하기 위한 각종 분석 기자재를 갖추고 있으며 근현대 안료와 천연·합성섬유 등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수장고나 전시실의 보존환경2)을 최적화하기 위한 연구와 모니터링이 주업무인 보존환경실에서는 초기 단계인 파주관의 보존환경 구축 및 예방보존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파주관의 건립 당시 공식명칭인 「개방형수장고 및 정보센터」가 보여주듯이 파주관은 가능한 모든 공간을 개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보존과학실의 경우 X-ray를 비롯해 곳곳에 방사선을 이용한 분석기기와 유해물질 및 분진에 상시 노출되어 있어 완전한 개방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보존처리의 전 과정 중 긴 시간을 차지하는 클리닝 과정은 단순비교가 불가능하지만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22년 동안 처리된 것처럼 길고 긴 지난한 작업이기에, 이런 부분을 관람객들에게 단순 노출한다면 지루하기만 할 터이다.

그 대안으로 마련된 “열린 보존과학실”은 개방형수장고인 파주관을 찾은 관람객에게 아직은 생소할 수 있는 보존과학의 다양한 영역들이 유물을 더 잘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관람객은 개방형수장고에서 유물이 박물관에 들어오는 시작부터 전시되고 연구자료로 활용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직접 살펴보고, 실제 보존처리가 완료된 유물의 감상뿐 아니라 재질별로 격납된 유물에 맞추어 수장고마다 달리 적용되는 온습도며, 박물관 곳곳에 놓인 해충 모니터링용 트랩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열린 보존과학실에서는 새롭게 보존처리된 유물로 쇼케이스 내의 전시를 주기적으로 교체하여 관람객들의 보존과학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한층 더 높이고자 한다.

더불어 사전예약된 투어프로그램 등을 통하여 한 달에 한 번쯤은 실제 보존과학실을 공개하여 단순히 보존과학의 홍보뿐 아니라 전시 및 교육 분야까지 그 역할을 넓힐 예정이다.

1) 그림이나 글씨를 꾸며주는 형태 및 기법
2) 온습도, 빛, 공기질, 해충 등


글 | 박성희, 김윤희, 전지연_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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