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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 조사보고서 발간

부산의 마을신앙 조사보고서 발간

과거에 비해 마을 공동체 생활이 쇠퇴하고 핵가족화 되는 모습 속에서 마을신앙은 대부분의 도시에서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에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180여 곳의 마을에서 현재에도 마을제의를 지내고 있다.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진행된 이번 마을신앙 조사는 사라져가는 마을신앙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19년부터 ‘2021 부산민속문화의 해’ 사업의 하나로 영도지역 민속조사와 가덕도 민속조사 및 국제시장 등 5개의 주제별 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부산의 2개 지역 조사만으로 부산지역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민속 문화적 현상을 알아보고 그 의미를 찾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시도한 조사가 ‘마을신앙’ 조사다. 부산은 최근까지도 도시 재개발과 산업단지의 이전과 조성 등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어 급격한 사회변화가 두드러진 지역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마을 제의가 전승되고 있다. 마을 제의는 단순히 마을의 안녕 등 종교적 염원만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다양한 민속문화가 포함되어 진행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부산의 마을신앙 조사는 곧 부산지역의 마을 문화를 이해하는 구심점이 되며, 마을신앙의 변화양상을 통해 마을 사람들, 마을의 문화 변화를 파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전승 주체인 마을 주민의 의지와는 별개로 다양한 내외부적 요인1)으로 인해 전승이 단절되거나 사라져가는 마을 제의가 부산 지역에서 점차 늘어나는 점도 마을신앙에 대한 심층조사가 필요한 이유였다.

부산의 마을신앙 조사에 있어 조사 대상과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선행된 작업이다. 이러한 설정은 조사 사업의 규모와 목적이 연결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준비과정이다. 예산, 조사인력 등 여건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조사 대상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항상 따른다. 그동안 국립민속박물관을 포함한 다양한 연구자들이 조사한 마을신앙 관련 주요 연구 성과들 역시 특정 사례에 집중한 경향이 있었다. 조사팀은 이러한 선행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부산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쉽지 않은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2개월 이상 마을신앙 전수조사를 진행하였다. 또한 현재 부산광역시 16개 구ㆍ군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마을신앙뿐만 아니라, 마을의 이주, 도시 개발 등으로 단절된 제의도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조사 대상을 기준에 따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어 최근에 생겨난 마을 축제 내 만들어진 제의나 역사성이 파악되지 않는 제의 등은 공동체성이 나타나는 것이라 하더라도 조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조사대상 기준은 신격이 분명한 제의, 역사성이 확실하고, 자연마을 단위로 전승되어온 제의를 중심으로 하였다.

 

조사방법은 참여관찰을 기본으로 하는 현지조사를 기반으로 관련 문헌자료를 확인하여 내용을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지조사는 단순히 제의를 보고 기록한 ‘참여관찰’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제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면담을 하고 그들이 소장한 자료를 통해 과거의 기억과 체험을 재구성하는 것도 현지조사의 범주에 포함됐다. 참여관찰 조사를 통해 마을신앙과 지역의 민속문화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기록하고자 하였다. 또한 코로나19를 포함하여 조사자가 현장에 참여하기 어렵거나 단절 등의 이유로 참여관찰이 어려운 경우, 추적조사문헌자료, 인터뷰를 통한 간접조사만을 실시하였다. 결과적으로 확인된 전체 182개 제의 가운데 143개 제의는 참여관찰 조사, 39개 제의는 추적조사를 진행하였다.

부산 지역의 마을신앙마을제의은 앞서 언급한 다양한 이유로 지속적으로 전승이 약화되거나 단절되고 있는 추세이다. 강서구에서 전승되는 32곳의 당제 중 마을 주민들이 스님이나 무당을 초청해서 제를 지내는 경우가 17곳, 그 중에서 마을 주민들이 제를 지내지 않고 스님이나 무당에게 위탁한 사례가 4곳2)이다. 이 외에 강서구에서 당제가 단절된 곳은 3개소이다. 기장군은 72곳의 당제 중 스님을 초청해서 제를 지내는 경우가 10곳이며, 그 중에서 마을 주민들이 제를 지내지 않고 스님에게 위탁한 사례가 6곳3)이다. 금정구는 10곳의 당제 중 스님이나 무당을 초청해서 제를 지내는 경우가 6곳이며, 그 중 마을 주민들이 제를 지내지 않고 스님에게 위탁한 사례가 5곳4)이다. 금정구에서 당제가 단절된 곳은 1곳청룡동 상마이다.

남구는 6곳의 당제 중 문현 4동 1곳만이 스님을 초청해서 제를 올렸으며, 당제가 단절된 곳은 없었다. 동구는 3곳의 당산제를 조사하였으며, 전부 마을 주민이 당제를 올리고 있었으며 전승이 단절된 곳은 없었다. 동래구는 5곳의 당제 중 온천 2동의 당제를 복수암 스님에게 위탁하였는데, 그 스님이 작고하시면서 당제가 단절되었다. 북구는 7곳의 당제 중 스님을 초청해서 제를 지내는 경우가 4곳이며, 금곡동 율리의 경우 스님에게 당제를 위탁했다 단절된 곳이다. 사상구는 9곳의 당제 중 스님을 초청해서 제를 올리는 곳은 동감전 1곳이며, 당제가 단절된 곳은 없었다. 사하구는 8곳의 당제 중 스님이나 무당을 초청해서 제를 지내는 경우가 4곳이며, 그 중 스님에게 위탁한 곳은 당리동 당제이다. 서구 및 중구는 3곳의 당제 중 외부에 당제를 의뢰하거나 단절된 사례는 없었으며, 수영구는 5곳의 당제 중 스님과 무당에게 의뢰한 사례가 1곳, 연제구는 2곳의 당산제 중 1곳연산 9동에서 극락사와 잔뫼유서보존회에서 따로 지내고 있다.

영도구는 4곳의 당제 중 무당을 당제에 초청하는 곳이 1곳동삼 2동, 단절된 당제가 1곳영도구 청학동이다. 중구의 3곳, 부산진구의 4곳의 당제는 잘 전승되고 있으며, 해운대구는 12곳의 당제 중 스님에게 당제를 위탁한 곳이 1곳중 2동 새터, 당제가 단절된 곳이 2곳미포, 송정이다. 부산의 마을신앙마을제의은 마을 주민들에 의해 비교적 잘 전승되는 곳도 많았지만, 이촌현상과 고령화로 인해 제주를 맡을 주민과 당제를 전승할 젊은 세대가 부족한 농촌 마을을 중심으로 당제 주관을 스님이나 무당에게 의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급격한 도시화로 마을이 개발이 되면서 원주민의 과반수가 이주하고 외지인들이 많이 유입된 마을의 경우도 원주민의 고령화와 당제를 전승할 젊은 세대의 부재로 스님에게 제를 위탁하기도 하였다. 특히 주민 참여 없이 스님에게 당제를 위탁하는 경우는 스님이 당제를 지낼 수 없게 되는 경우 단절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반면 급격한 도시화로 이주민의 인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사상구 모라동과 금정구 남산동의 경우 외지인들에게 당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참여시켜 마을개발자치위원회청년회, 부녀회 등 포함에서 당제를 주최하며 마을의 축제로 이끌어가는 양상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이번 ‘부산의 마을신앙’ 조사 사업은 총 59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였다. 국립민속박물관 직원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민속연구자, 마을신앙 전공 연구자들과 함께 2년간 부산 전 지역의 제의를 조사하였다. 그동안 지역민속문화 조사 사업의 참여 인력이 관내 직원 중심이었다면, 이번 조사사업은 관외 관련 연구자의 참여를 확대한 것 또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전체 59명 중 관내 직원은 15명약 25%이었으며, 관외 연구자 44명약 75%으로 그 중 부산지역 연구자는 30명, 마을신앙 관련 연구자는 14명이었다.
기존 사업과 달리 조사팀의 구성을 외부 연구자까지 확대한 것은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마을 제의는 비슷한 시기정월대보름 전후에 제의를 지내는 날짜가 집중되어 있어 한 명의 연구자가 여러 지역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제의가 집중되는 시기에 여러 지역을 동시에 조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자의 투입이 필요했다. 둘째, 마을신앙 조사는 민속신앙연구에 대한 전문성과 지역문화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지역의 민속문화를 연구한 지역연구자의 조사 참여가 필요했다. 또한 현지조사자의 참여는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등으로 관내조사자의 현지조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리적 이점과 지역민이라는 랏포 형성의 장점을 활용하여 추가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현실적인 현장조사의 어려움에 많은 도움을 주어 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계기중 하나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조사팀의 구성을 다양화 한 것은 조사내용의 양은 늘리고 질은 높이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고 생각된다.

2년에 걸쳐 진행된 부산 마을신앙 조사는 2020년 12월 4권의 보고서로 그 성과물을 발간하였다. 기존의 많은 마을신앙 관련 조사가 진행되었지만, 이처럼 동시에 많은 조사인력과 오랜 시간에 걸쳐 광범위한 지역을 조사한 경우는 없었다. 무엇보다 부산의 마을신앙 조사 사업은 기존의 마을신앙 조사와 달리 동시기에 진행되는 다수의 제의를 참여관찰을 통해 조사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1) 마을의 개발, 제의 진행에 대한 내부적 갈등 등
2) 강동동 상곡, 녹산동 산양, 대저 1동 상리, 대저 1동 본맥도
3) 기장읍 죽성리 월전, 정관읍 예림리, 정관읍 월평리, 정관읍 용수리 덕전, 정관읍 임곡리, 철마면 임기리
4) 구서 2동 두실 당산제, 금성동 중리, 노포동, 두구동, 오륜동


글 | 손정수_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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