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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대담 ● 목가구

목가구에 대한 시선, 소목장과 가구디자이너

가구는 공간에 놓이면서 그 공간의 분위기를 비춘다. 우리나라 전통 목가구는 한옥이라는 공간 안에서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생활, 문화, 사상 등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 주로 학문하는 공간에 비치되었고, 사대부의 지위, 영향력 등이 전통 목가구에 담겨 그 공간의 분위기를 품고 있다. 현대의 목가구는 공간 인테리어와 디자인적 요소로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 안에 특색 있는 공간을 원하는 욕구와 함께, 목가구가 갖는 분위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게다가 전통 목가구와 현대의 목가구 모두 유일무이한 ‘핸드메이드handmade’로 대량 생산 가구가 채울 수 없는 희소성과 만족감을 채워준다. 이번 호에서는 ‘목가구’를 주제로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박명배 장인과 빈티지 목가구 브랜드 ‘45팩토리’의 가구 디자이너들을 만나보았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법과 형식에 따라 원형 유지에 초점을 맞춰 목가구를 제작합니다.”

박명배 장인(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소목장)

 

#무형문화재는 원형을 보존한다

공예품이 사회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가는 것과는 달리 무형문화재는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전수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원형은 시간이 지나며 훼손이 되고 사라질 위기에 처해 지기 때문에 국가무형문화재 인정 보유자로서 원형을 후대에 전수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소신과 창작 욕구보다는 ‘원형 보존’에 무형문화재로서의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죠. 개인의 창작 욕구는 제자를 양성하여 자기의 것을 개발하도록 도우며 해소합니다. ‘전통적이며 현대적인 것’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한 명의 무형문화재 아래 두 명의 제자가 한쪽에서는 전통방식으로 철을 두드리고, 한쪽에서는 최첨단 신소재 합금으로 제작을 하는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이기 위해서는 무형문화재가 그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가구는 매우 간결하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산물 중 가장 높게 평가받는 것이 조선백자와 목가구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백색의 도자와 매우 간결한 목가구에서 알 수 있듯 무언가를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아주 기본을 갖춘 단순미가 높게 평가되는 것입니다. 모던하고 심플한 요즘 디자인 트렌드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목가구의 ‘소박미’, ‘간결구성미’, ‘쾌적한 비례미’는 나무가 가지고 있는 소재의 특성, 예를 들어 무늬, 색상, 조직에 따른 강도 등이 종합적으로 잘 적용될 때 표현됩니다. 그러다보니 인공적인 기교는 배제하고 자연적인 소재와 기법, 표현방식 등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중추역할을 하던 사대부들이 장인을 불러들여 목가구가 제작되었고, 각기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어졌기에 상당히 세분화되고 분업화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자기 영역에서 자신의 솜씨를 발휘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때 만들어진 공예품이 격조가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백제시대 건축정신은 사대부의 정신과도 연결되어 목가구에 잘 드러납니다. 목가구는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소박하다고 결코 누추하지 않습니다.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인 것을 위해

목가구는 생활가구는 아닙니다. 이케아 등의 저렴하고 대량 생산되며 조립까지 할 수 있는 생활가구와는 달리 가격대가 수천만 원까지 가는 전통 목가구는 더 이상 생활가구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전통 목공예는 기능용도이 최우선이며, 기능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쓰임새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쓰임을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예컨데 전통 목가구는 사대부들의 공간과 쓰임에 맞게 제작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책을 눕혀서 쌓아두는 형태였는데, 그렇다고 해서 전통의 방식을 고집하며 책을 눕혀서 쌓으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전통은 고도의 숙련된 “솜씨”를 발휘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며, 자연소재인 목재를 다루는 솜씨, 즉 노하우를 첫째로 여기지만, 현대에는 생활가구로서 디자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솜씨와 소재, 디자인의 중요도는 시대의 흐름과 쓰임에 맞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가구 제작에 있어 대물림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겠다는 마음이 있는데, 현대 가구 디자이너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전통과 현대의 차이를 이해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역량을 섬세하게 발휘한다면, 공예 자체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무가 갖는 소재의 특성과 빈티지, 앤티크와 같은 트렌디한 요소를 입혀 목가구를 제작합니다.”

한지훈, 김남현, 윤성현 가구 디자이너 (빈티지 목가구 ‘45팩토리’ )

 

#어느 곳에 두어도 쓸모 있는 목가구를 위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대학 동기 세 명이 모여 ‘어느 곳에 두어도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목가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구의 가치는 쓰임에서 온다고 생각하며, 쓸모 있기에 가치 있는 가구가 되고,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같이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보편적이고, 잘 쓰일 수 있는 가구를 만들기 위해서 수납장과 같은 소가구를 중심으로 그 기능과 디자인을 향상시켜 제작하고 있습니다.
고급가구와는 달리 생활가구로서의 효율성과 쓰임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디자인적 요소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서양 앤티크가구에서 느끼는 고풍스러움이나 전통 목가구에서 느낄 수 있는 간결미 등의 여러 요소를 가져와 현대 생활가구에 입히는 방식으로 제작을 하고 있습니다. 과하지 않게 적용하면서 목재가 갖는 친근감, 다정함과 같은 분위기를 드러내는 것이죠. 현대와 과거가 섞인 독특한 가구를 보여드리고 싶고, 저희는 ‘뉴트로 가구’라고 소개합니다.
디자인부터 재단과 제작, 마감과 포장까지 모든 과정을 세 명이 직접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제품의 질도 높인다고 생각합니다. 목재의 특성에 맞는 부품을 선택하고, 가구 제작을 위해 개발된 다양하고 향상된 제품들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도합니다. 제작 과정 중에서 특히 집성과 마감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마감 작업에 해당하는 샌딩sanding, 도장 작업이 디자인 자체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무의 물성을 바탕으로 다른 소재와의 결합을 시도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분 전환이나 공간 인테리어를 위해 목가구를 찾는 분이 많이 늘었습니다. 수납을 목적으로 한 소가구들의 주문량도 많이 늘었고, 저희가 사용하는 빈티지 유리의 하나인 ‘실레지아’ 유리를 사용한 가구들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안목이 굉장히 높아진 요즘에는 사용자의 아이디어와 함께 활용에 대한 고민을 통해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가구 제작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개인이 사용하는 공간의 크기와 니즈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공간 속에 저희의 가구가 어떠한 방식으로 놓여질지 고민하는 것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자연에서 얻는 소재를 사용해 작업하는 만큼 나무 자체의 물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버려지는 부분을 최소화하려 노력합니다. 자연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영광스럽고, 쓸모 있는 목가구를 위해 계속해서 발전하는 가구 디자이너가 되려고 합니다.


글 |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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