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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 상설전시관2 개편

전례 없던 한 해를 보내며, 우리의 일 년을 담기 위한 고민

국립민속박물관은 상설전시 간의 연계성을 높이고,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우리의 삶을 보다 짜임새 있게 전하기 위해서 2018년에 상설전시관1을 《한국인의 하루》로, 2020년에 상설전시관2를 《한국인의 일 년》으로 개편했다. 또 2021년에는 상설전시관3을 《한국인의 일생》가칭으로 새롭게 꾸밀 예정이다. 이는 ‘하루’ – ‘일 년’ – ‘일생’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삶 전반을 다루기 위한 국립민속박물관의 중장기 프로젝트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정신없었던 2020년 한 해, 국립민속박물관은 2009년 1월부터 선보였던 상설전시관2를 《한국인의 일상》에서 《한국인의 일 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당초의 계획대로라면 《한국인의 일 년》은 2020년 12월 9일(수)부터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의 악화로 박물관이 휴관함에 따라 《한국인의 일 년》의 공개를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 되었다. 새로운 내용과 공간으로 탈바꿈한 《한국인의 일 년》은 다음에 소개하기로 하고, 이에 앞서 여기에서는 《한국인의 일 년》의 개편을 준비하면서 했던 고민을 풀어보고자 한다.

얼개를 짜고, 시간의 축을 세우기 위한 고민
상설전시관2 개편과 관련해 전시 담당자들에게는 일 년이라는 시간적 테두리에서 전시의 얼개를 짜고, 내용을 채워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개편 전 《한국인의 일상》에서 취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대주제, 계절에 따른 전시 내용과 관람 동선의 흐름은 많은 호평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를 잇자는 다수의 의견이 있었다. 이 때문에 개편하는 《한국인의 일 년》도 봄, 여름, 가을, 겨울에 정월正月을 더해 전시의 큰 얼개를 짰다.

정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는 전시를 전개하는 시간의 축이자 관람 동선의 흐름이다. 이전과는 다르게 정월이 등장한 까닭은 세시풍속歲時風俗을 전시의 중심축으로 삼고자 하는 개편의 방향성 때문이다. 음력 1월을 가리키는 정월은 계절적으로는 겨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개편 준비 초기에는 정월을 겨울에 배치해야 할지, 말지 갑론을박이 오갔다. 결국, 한 해의 시작이라는 상징성으로 많은 세시풍속이 집중된 정월은 별도로 다루었고, 이와 같은 고민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간한 『한국세시풍속사전』에서도 볼 수 있었다.

정월과 함께 가장 큰 화두가 되었던 것은 24절기節氣의 하나인 입춘立春이었다. 양력 2월 4일경에 드는 입춘 역시 정월과 마찬가지로 계절적으로는 겨울이다. 24절기는 중국 화북華北 지역의 기후를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입춘에 봄기운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입춘을 맞이해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여 봄을 맞이하는 등 우리의 세시풍속에서는 입춘을 봄의 시작으로 여기는 내용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전시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전시를 자문하는 학자들도 입춘의 배치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과연 입춘은 어느 계절에 배치되었을까? 이는 전시관을 직접 찾아와서 확인하길 바란다.

전시 공사

전시 모형(목우木牛) 반입


유물 촬영

유물 진열


세시풍속을 온전히 전하기 위한 고민
이전 전시에서는 일 년이라는 시간적 테두리에서 계절에 따른 생업, 신앙, 의식주 등 우리의 삶을 일목요연하게 잘 풀어냈지만, 세시풍속은 많이 다루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개편을 준비하면서 기존의 본받을 내용은 품고 가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고자 많은 애를 썼다.

계절별 세시풍속을 구분해 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여러 학자의 조언을 받으며 전시 내용을 순조롭게 정리해가던 중에 설, 정월 대보름, 단오, 추석 등을 유물로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무형無形의 세시풍속을 유형有形의 유물로 설명해야만 하는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다. 전시는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늘 들어왔기에 그러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렇다고 세시풍속을 포기할 순 없었다. 우선 26개의 소주제 모두에 설명문을 배치했다. 그리고 해당 소주제를 설명할 수 있는 유물을 조합하고, 유물마다 설명문을 자세히 썼다. 또한 각종 그림과 사진, 영상 등의 보조자료를 동원해 유물의 이해도를 높였다. 결국 글이 많은 전시가 되어버렸지만, 세시풍속을 전할 수 있었다는 결과를 위안으로 삼으며, 훗날 더 훌륭한 누군가가 보다 나은 전시를 해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개편을 마무리했다.

좌-입춘첩에 쓸 봄맞이 문구를 정리해 엮은 입춘서(立春書), 중-입춘첩이 붙어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 엽서, 우-서늘한 날씨가 오래도록 유지되길 바란다는 뜻의 ‘涼長科盈(양장과영)’글귀를 적은 합죽선

소중함이 더욱 커진 지난 우리의 삶
세배와 덕담으로 새해 인사를 나누는 설,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줄다리기를 하는 정월 대보름, 삼삼오오 짝을 지어 꽃놀이하러 다니는 삼짇날, 두레를 꾸려 함께 일하는 시기인 모내기와 김매기 철, 풍성한 수확의 계절 한가운데 있어 나누는 기쁨이 있는 추석, 함께 모여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는 김장철 등 지난날 우리는 서로 함께 어우러져 살았다.

코로나19로 힘겨웠던 2020년을 되돌아보면, 함께 모여 일하고 놀았던 지난 우리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오늘,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때가 매우 그리운 시기이다. 《한국인의 일 년》은 지난 우리의 즐거웠던 삶을 떠올리게 하고, 이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주며 위로가 되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


글 | 김형주_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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