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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 K-museums

부평의 시간을 아로새긴 부평시장을 만나다

지역박물관과 상생하는 ‘K-museums 지역순회 공동기획전’

‘K-museums 지역순회 공동기획전’은 국립민속박물관과 지역박물관이 협력하여 전시를 개최하는 것으로, 지역박물관과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고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사업은 전시기획부터 디자인·홍보까지의 모든 과정이 긴밀한 협업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정보공유를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기틀을 마련한다. 특히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박물관에 국립민속박물관의 축적된 전시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향후에도 풍성한 전시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K-museums 지역순회 공동기획전’은 2012년에 시작하여 현재까지 50여 개의 지역박물관이 참여하며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매년 하반기에 다음 해 참여기관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데, 올해는 작년에 선정된 여주박물관과 부평역사박물관 등 2개 박물관이 공동기획전을 개최하게 되었다.

전시장 전경

신뢰와 협업으로 꽃피운 공동기획전, 《부평시장, 시대를 사고팝니다》
2020년 K-museums 지역순회 공동기획전 중 여주박물관물관 《여주, 영릉을 품다》2020. 10. 12.~12. 13.에 이어 두 번째로 개막한 부평역사박물관 《부평시장, 시대를 사고팝니다》2020. 10. 26.~2021. 5. 2.는 광복 이후부터 부평과 함께하며 부평의 역사와 부평사람들의 삶을 담아온 ‘부평시장’에 대한 전시이다.

전시는 부평역사박물관의 부평시장 조사연구사업을 계기로 기획되었다. 전시 내용 시장 현장에서의 수집자료와 인터뷰를 토대로 하였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전시를 준비하는 내내 큰 고비가 되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두 기관은 서로를 신뢰하며 전시기획안 작성, 자료 선정, 전시 기본디자인, 전시시공 및 현장 작업, 전시개막 등 모든 과정을 협업했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계획대로 전시를 개막할 수 있었다.

부평의 변화를 품고 있는 부평시장과 7개의 가게. 그리고 이야기
부평시장은 광복 후 부평에 주둔한 미군부대ASCOM CITY에서 흘러나온 물건을 판매하던 양키시장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부평에는 ‘부평시장’이라는 명칭을 가진 시장은 없다. 현재 ‘부평시장’이라고 부르는 곳은 부평역과 부평시장역 사이에 있는 ‘부평종합시장’, ‘부평진흥종합시장’, ‘부평깡시장’, ‘부평 문화의 거리’ 등 4개 시장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 4개의 시장은 별개로 등록되어 있지만, 서로 경계가 애매하여 부평사람들은 4개의 시장을 통칭하여 ‘부평시장’이라 부른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부평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부평의 변화를 품고 있는 곳이다. 1950〜60년대, 미군기지가 있던 시절에는 너도나도 구하고 싶어 했던 화장품, 커피, 군복 등 다양한 미제물건이 좌판에 내어졌으며, 1970년대 부평수출산업공단이 들어선 후에는 노동자들의 생필품이 팔려나갔다. 1990년대 이후 인근에 농산물센터가 문을 열고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 최근에는 청년사업가들이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개성 있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SNSSocial Network Service,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 인기 장소로 떠오르면서, 다시 한 번 부흥을 꿈꾸고 있다. 이렇듯 부평시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는 부평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렇기에 《부평시장, 시대를 사고팝니다》 전시에서는 부평시장을 통해서 부평이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 담긴 부평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전시장에 시대변화를 보여주는 7개 가게를 재현하였고, 그 속에 상인과 부평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가게는 부평깡시장에 위치한 ‘은성상회’이다. ‘깡’은 경매를 의미하는 것인데, 깡시장의 경매의 기능이 사라진 지금도 은성상회를 비롯한 가게들은 도·소매를 겸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은성상회의 하루를 보여주는 24시 영상을 통해 자정부터 문을 여는 부평깡시장의 하루를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가게는 ‘신일상회’이다. 신일상회는 부평진흥종합시장 개장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온 오래가게老鋪이다. 70년대 부평에 수출산업공단이 본격적으로 조성되면서 부평시장은 호황기를 맞이했고, 신일상회 역시 공단사람들의 생필품을 판매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곳에는 부평수출산업공단의 입주로 변화하는 시장과 부평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전시장 전경

세 번째 가게는 ‘상주순대국’이다. 상주순대국은 본래 부평자유시장의 ‘순대골목’ 이라고 불리는 곳에 있었는데, 2018년 부평자유시장이 철거되면서 지금의 부평종합시장으로 옮겼다. 부평자유시장의 순대골목은 부평수출산업공단 시절부터 IMF까지 어려운 시기마다 저렴하고 푸짐한 인심으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들의 힘이 되어 주었던 곳이다. 이곳에서는 상주순대국이라는 가게의 변화를 통해 사라진 부평자유시장의 모습과 철거과정,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다.

네 번째 가게는 ‘국수노점’이다. 부평시장에서 50년 넘게 노점생활을 한 국수노점 주인이 노점단속반을 피해 장사를 하던 시절부터 ‘부평 문화의 거리 조성 사업’을 통해 허가받은 노점을 열기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시장 변천사를 볼 수 있다.

다섯 번째 가게는 ‘남창문구’이다. 남창문구는 대를 이어 부평시장을 지켜온 이번 전시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오래가게이다. 이곳에는 광복 이후 양키시장에서 좌판으로 장사를 시작해서 지금의 부평 최대 문구백화점을 만들기까지의 상인 이야기와 부평의 변화상이 담겨있다.

여섯 번째 가게는 ‘대신모자’이다. 대신모자는 부평시장의 첫 모자가게로,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오래가게이다. 이곳에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판매 모자를 통해 부평의 유행과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개업했던 60년대에는 중절모자가 유행하였고, 미국 구호품으로 나온 옷가지의 장신구로 꾸민 모자가 팔려나갔다. 70년대 부평수출산업공단이 들어선 이후에는 작업모자가 주로 제작되었다. 80년대에는 부평의 인구가 증가하여 학교가 늘어나자 학생모자가 효자상품이 되었다.

일곱 번째 가게는 청년사업가의 식당인 ‘당신과 나의 식탁’이다. 이곳에서는 최근 부평시장으로 들어온 청년사업가들의 이야기와 이로 인해 젊은이들의 SNS 인기 장소로 부상하며 변화하고 있는 부평시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청춘을 바친 일터와 단골집의 기억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자리
시장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한 음식과 물건을 구하기 위해, 누구나 찾는 일상 공간이다. 부평에 슈퍼마켓과 대형마트가 생겨나기 이전까지는 부평사람들 모두가 부평시장을 통해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렇기에 부평시장이 지나온 시간의 켜에는 부평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다. 부평시장은 시장을 지켜온 상인에게는 청춘을 바친 일터이자, 격변의 시대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생계의 공간이다. 또한,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 세대를 잇는 단골집이자 추억을 품은 공간이다. 《부평시장, 시대를 사고팝니다》는 부평시장에 담긴 부평의 시간과 부평사람들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부평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부평시장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글 | 김유선_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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