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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담아듣는 | 방호팀, 안내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나는 첫 번째 얼굴

첫인상이 중요한 이유는 마주한 대상에 대한 느낌이 호감 혹은 비호감으로 갈리는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 가면 가장 먼저 관람객들이 마주하는 방호팀 직원들과 안내팀 직원들의 역할은 그래서 더없이 중요하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첫인상이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혹은 모두가 보는 곳에서 낮과 밤을 책임지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방호와 안내의 프로페셔널
민속기획과 방호팀 최성일 팀장과 안내팀 이방재 팀장은 방호업무와 안내업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995년 문화관광부에 입사, 2013년에 민속박물관으로 발령을 받아 부임해 온 최성일 팀장과 2005년 민속박물관에 입사, 15년간 자리를 지켜온 이방재 팀장 덕분에 ‘안전’하고 ‘친절’한 국립민속박물관의 이미지를 견고하게 지켜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호와 안내 업무는 명백히 다르다. 하지만 박물관의 특성상 언제나 관람객들의 눈에 띄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업무의 교집합이 생겼다. “방호가 본래는 청사방호, 경계근무 업무입니다. 화재나 안전사고, 테러 등을 경계해 시설과 인명을 보호하는 거지요. 하지만 박물관을 찾아오는 관람객들 또한 응대해야 합니다. 관람객 안내, 전시유물에 대한 안내, 시설 안내, 하다못해 인근 지역 정보까지도 전해주게 되지요.”

안내업무는 이보다 범위는 좁지만 좀 더 현실적이고 직관적이다. 전반적인 박물관 안내, 전화응대, 관람객들의 문의는 물론, 사람들의 보다 직접적인 도움 요청에 실시간으로 응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방호업무와 안내업무는 어딜 가나 비슷하겠지 싶지만 공간에 따라 전혀 다른 업무 강도와 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같은 관람객들이 오는 곳이라 해도 기관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고 그 분위기에 따라 일의 영역이 확장되거나 축소되기 때문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공간이다. 외국인 관람객도 많고 동선도 자유로우며 관람객 연령도 폭넓어 좀 더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것이다. “그런 만큼 관람예절에 대한 항의나 민원도 심심찮게 들어옵니다. 관람에 방해가 되니 저 사람들을 제지해달라는 거지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걸 모르는 바가 없는 터, 최성일 팀장과 이방재 팀장의 잔잔한 미소가 범상치 않게 느껴진다.

 

관람객의 소리를 듣다, 마음을 읽다
당연한 말이지만 최성일 팀장과 이방재 팀장은 각자 맡은 바 업무를 늘 최상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때문에 담당 직원들이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독려하고 지치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은 팀장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방호팀원들에게 하는 말은 늘 같습니다. 관람객에게 먼저 다가가라, 항상 웃는 얼굴로 대화하고 관람객이 화를 내도 상냥하게 대해라,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해결하지 말고 도움을 받아 같이 대처하자. 그러나 방호 업무의 특성상 위험이나 사고와 관련된 것이라면 고객에게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위엄이 부족하면 저희의 지시나 당부말을 흘려듣기 쉽기 때문에 친절함과 엄격함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최성일 팀장의 말에 이방재 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안내업무의 경우는 먼저 관람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해요. 언제나 들어드리는 연습, 듣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또 우리 박물관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굉장히 많이 오시는 편이기 때문에 직원들 모두가 인사말이나 화장실 안내 등을 위한 영어, 중국어, 일본어 공부 등을 필수로 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을 민속박물관과 함께 해온 만큼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무수하다. 안내팀원의 경우 여벌옷을 찾아 헤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외국인 관람객들이 처음 한국을 방문해 급작스럽게 물갈이를 하면서 옷에 실례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언제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돌발사태를 위해 성인용기저귀, 생리대, 본드, 고무줄까지 만반의 준비한다. “박물관을 헷갈려하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우리 박물관에서 분실했던 물건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하시는 거지요. 저희는 연락한 적도 없고 분실물 기록도 없었는데요. 결국 쓰레기통까지 뒤지다가 인근에 있는 모든 박물관에 연락을 해서 우리가 아니라 고궁박물관에서 간 연락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적도 있습니다.”

방호팀도 만만치 않은 에피소드를 자랑한다. 특히 화재가 일어날 경우 재산을 잃는 게 아니라 국가의 보물을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화재 예방에 대한 압박감은 어마어마하다. 24시간 교대로 박물관을 물 샐 틈 없이 감시하고 쓰지 않는 전열기 코드를 뽑으면서도 뉴스에 화재사건이 보도되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는 최성일 팀장 말에는 그 무게만큼의 책임감이 배어 나온다. 이 외에도 전시장에서 가족을 잃어버린 중국관광객을 위해 중국어를 하던 방호팀 직원이 중국대사관에까지 연락하여 일행을 찾아준 일, 급한 김에 실수로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질 못해 스스로 경찰에 신고해서 나온 관람객, 비행금지구역인 이곳에 드론을 띄워 청와대 경호팀까지 출동한 일, 하도 잔소리와 걱정이 많아 시설팀에서 시어머니 소리를 듣는 일 등 말 그대로 며칠 밤을 새도 모자를 이야기들이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따라 나온다.

관람객이 있어야 완성되는 공간의 소중함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었던 세월 속에서 최성일 팀장과 이방재 팀장을 지켜왔던 것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얼굴이자 이미지라는 자부심이었다.
“이 일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실무적으로 외국어 자격증, 친절교육, 소방교육을 받고 대피유도훈련, 소화기 활용, 심폐소생, 실종아동에 대한 매뉴얼 교육을 받으면서 직원들과 역량을 키웠고, 어느 곳을 가든 안내데스크를 주의 깊게 살핍니다. 타기관의 안내업무 담당자들은 손님을 어떻게 응대하는지 관찰하고 시설도 함께 둘러보는 거지요. 관람객들은 저희들이 다 안다는 것을 전제로 질문하시기 때문에 박물관에 관한 일은 기본, 경복궁, 서울관광지, 교통편, 하다못해 경주, 부산 지역까지 숙지하고 있어요.”
이방재 팀장의 말을 최성일 팀장이 받는다. “방호팀 직원들은 유도단증, 안전관리사자격증, 경비지도사자격증 등 다수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소방안전교육을 수시로 받습니다. 업무적 역량을 키우는 것 외에도 개인적으로도 겪은 변화도 있지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일을 하면서 제가 처음 느낀 것은 ‘저것도 유물인가?(웃음)’하는 것이었어요. 너무나 일상적인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는 게 신기하고 또 이상했던 거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내게 있는 이 작은 일상품들이 훗날에는 소중한 유물이 되어 우리 자손들에게 좋은 역사의 자취가 되겠구나, 지금 우리 생활도 역사의 흐름 속에 놓인 소중한 과정이구나 하는 깨달음이죠. 내 삶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박물관이 문을 열기 전에 가장 먼저 전시관 구석구석을 돌면서 관람객들의 질문과 문의에 답할 준비를 꼼꼼히 하는 이들. 코로나19로 인해 텅 빈 박물관을 보면서 새삼 관객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이들, 두 명의 팀장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모은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관람객이 있어야 완성되는 공간입니다. 저희가 부탁하고 권하는 일들을 주의 깊게 들어주신다면 언제든지 찾아와 편하게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될 거예요. 많이 찾아와주십시오!” 코로나19로 인해 방역과 관련된 업무는 배로 늘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국립민속박물관’은 변치 않는 애정의 대상이다. 나를 존재하게 하는 긍지와 존엄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글 |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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