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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담아듣는 | 박물관 미화팀

박물관의 파수꾼, 청정을 일구는 사람들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 학교는 개학을 연기하고, 관공서는 방역 시스템을 강화했으며,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앞장섰다. 국립민속박물관(이하 민속박물관)도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월 25일부터 상당히 긴 기간 동안 휴관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엔 청정 환경을 일구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 맞서, 박물관 내 청정 사수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 세계를 대혼란에 빠뜨리고 무서운 감염력으로 국민들을 불안감에 떨게 했다. 지난 1월 설날 이후로 약 3개월간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사투를 벌였고, 지금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속박물관도 예외는 아니다. 연중 수많은 방문객이 입장하는 다중이용시설인 만큼 관람객 간 밀접 접촉이 우려되기에 임시 휴관을 결정했다. 평소 많은 내국인 및 외국인 관람객으로 붐비던 박물관은 이례적으로 한산한 분위기다. 그러나 실상 관람객이 잦아들었을 뿐 민속박물관 내부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민속박물관 미화팀은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박물관 내 청정 환경 다지기에 몰두하고 있다. 휴관중이므로 방문하는 관람객은 없지만, 다시 개관했을 때를 대비해 쾌적한 환경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미화팀 이봉우 주무관은 “휴관을 마치고 관람객들이 방문할 상황에 대비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에 해오던 청소는 물론 관람객들이 많을 땐 할 수 없었던 미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주로 바닥 칠 작업이나 구석구석 쌓인 먼지 청소 등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주마다 한 차례의 방역과, 매 일 전시관 내외부를 소독제로 닦는 일과도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가져온 새로운 업무인 셈이다.

 

한산한 박물관 내부
코로나 관련 안내문
국립민속박물관 미화팀 이기진(좌), 이봉우 주무관(우)
박물관에 비치되어 있는 손소독제와 안내문

 

하루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사람들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그 누구보다 분주한 부서는 미화팀이다. 박물관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미화팀 근로자는 총 14명이며, 박물관 내외부의 환경 미화를 총괄하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휴관 없는 박물관’이 시행되면서 일주일에 2회씩 교대하여 쉬고 있으며, 하루에 근무하는 인원은 9명이다.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후반부터 60대 초반으로, 대부분 5~10년 이상 되는 베테랑이다. 그중에는 6년 경력을 자랑하는 1992년생 최연소 근로자도 있다. 이봉우 주무관은 팀원이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조를 편성하는 등, 박물관 환경 보호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미화팀의 근무 환경을 조율하고 있다. 미화팀 업무는 오전 7시경 직원 사무실 청소로 시작된다. 가장 이르게 업무를 시작하니 매일 아침 박물관을 여는 첫 주자인 셈이다. 오전 8시 30분부터는 박물관 현관 및 외곽 편의시설 등에 쌓인 이물질 등을 청소하고 잔디를 살핀다. 화장실의 경우 개장하기 전에 물청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관람객에게 방문과 동시에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가 끝난 후엔 내부 전시관 및 어린이박물관 실내를 관리한다.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에요. 점심시간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에 1조, 2조로 나눠서 식사를 합니다. 전시관을 비워둘 수 없기도 하지만, 업무 특성상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하는 관계로 점심시간 만큼은 식사에 집중하고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죠.”

관람객들이 돌아가는 오후 6시 이후엔 전체 인원이 전시실과 어린이박물관을 청소한다. 보통은 오후 7시경 마무리되는데, 하절기의 경우 1시간 연장되다 보니 퇴근도 1시간 정도 늦어진다.

관람객들, 환경에 대한 주인의식 고취
박물관에 관람객이 몰릴 땐 하루에 8,000명 이상 방문하는 날도 있다. 2016~2017년엔 관람객이 연 320만 명을 기록하며 평일도 주말같이 바쁜 나날들이었다. “이곳은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필수 방문 코스여서 평일 및 주말 구분 없이 관람객들이 몰리곤 해요. 과거엔 위생 관념이 부족한 외국인 관람객도 더러 있어서 미화팀의 고충도 컸는데, 몇 년 사이 그들의 위생 매너도 좋아졌다고 볼 수 있어요. 화장실 내 쓰레기통을 없앤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름과 겨울에는 관람객이 더 늘어나는데, 경복궁을 찾은 방문객들이 더위와 추위를 피해 인접해있는 박물관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경복궁을 지나온 사람들의 신발에 흙먼지가 잔뜩 묻은 상태라 미화팀의 업무는 더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박물관이 약 1만 평 크기인데 이곳을 하루 평균 3~4만 보 정도 걷는다”는 미화팀의 말에 근거해보면, 관람객들이 더 몰리는 때엔 그 이상의 업무량을 소화한다고 볼 수 있다.

이봉우 주무관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아무래도 주말 같이 쉬는 날에도 박물관 관리를 위해 출근하는 등, 규칙적으로 쉴 수 없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외부 청소를 병행해야 하니 업무 강도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역할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관람객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시고 화단에 버리는 행위는 삼가주셨으면 합니다. 또 간혹 흡연하는 외국인 관람객이 있는데, 이곳이 문화재인 궁궐 내부임을 진지하게 인지하고 방문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함께 일하는 다른 동료들은 미화팀에 대해 “곁에 있을 때는 존재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자리를 비웠을 때 비로소 그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시는 분들”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마주한 이들이 느낀 바와 사뭇 닮아 있다. 우리는 이번 사태로 인해 위생과 청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어떻게 삶의 안정을 위협하는지 직접 보거나 경험했다. 나아가 환경의 중요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쾌적한 환경을 책임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이제 특정 그룹뿐만 아니라 개개인도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라며, 그에 대한 주인의식이 지속적으로 빛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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