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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그림에 담긴 우리의 삶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은 2020년 5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 139일 동안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을 개최한다.날짜 예정 이번 특별전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의 풍속화를 중심으로 풍속화에 기록된 한국 민속의 흔적 찾기와 이를 통한 민속의 변화상을 탐색한다는 취지의 전시이다. 기산풍속화는 미술사, 민속학, 관련 연구자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어서 이를 알리고자 하는 의미도 담았다. 김준근의 생몰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외국인의 여행기, 수집가 등 여러 기록을 통해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전시는 2부로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4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풍속이 속살대다1)’는 우리에게조차 낯선, 한 세기 전의 기산풍속화 속 풍속을 자세히 들여다보기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과 국내외 박물관 소장품을 포함하여 180여 점에 이르는 기산풍속화를 공간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개하였다. 시장, 연희, 수공업, 교육, 세시풍속 등을 소재로 한 풍속화를 자세히 보다보면 그 속에서 당시의 풍속이 관람객에게 속살댈 것이다. 그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이 다양한 생활상을 우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조금은 수다스럽게 가만가만 이야기를 건넬 것이니 귀를 쫑긋 세우고 천천히 살펴본다면 재미와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2부 ‘풍속을 증언하다’는 당대의 풍속을 말해주는 기산풍속화 속에 등장하는 유물을 통해, 현재 변하거나 혹은 변하지 않은 민속의 흔적과 변화상을 찾아보며 우리에게 민속이란 무엇인가를 탐색하는 자리이다. 풍속화 속 생활상과 기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듬이질처럼 지금은 사라진 것이 있고, 관모처럼 의관정제로서의 의미와 형태는 달라졌어도 일부 기능이 남아있는 것, 바둑판·부채처럼 재질은 바뀐 채 여전히 용도와 기능이 같은 것도 있다.
또한 혼례처럼 의례형식이 바뀌었을 뿐 계속 이어지는 것 등 의미와 형태가 변화·쇠퇴하고 지속하는 민속의 특성을 알게 된다. 이처럼 2부에서는 유물과 풍속화, 사진 및 영상자료 등을 통해 민속의 다양한 변화상을 살펴보고, 민속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시 영상 ‘풍속은 변화한다’에는 민속은 전승되지만 동시에 변화한다는 함의가 담겨있다. 민속이 변화하는 것은 사람과 시대가 바뀌기 때문이며, 세대가 바뀌면 당연히 변화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속은 과거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담게 된다. 한 세기 전의 풍속이 낯설게 다가오면서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풍속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지속되면서 우리 몸속에 DNA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에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제목에도 드러나듯이 ‘기산 풍속화’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2019년 국립민속박물관이 수집한 기산 풍속화 28점이 최초 공개되며 독일 MARKK구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소장 기산 풍속화 71점도 전시된다. MARKK가 소장하고 있는 기산풍속화 79점 중 현재 독일에서 열리는 “URI KOREA” 특별전에 전시 중인 8점을 제외하면 모두 소개된다. 이 기산 풍속화 중 몇 점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소개되는 것은 최초로 1895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처음으로 전시 된 이후 12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전시되는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더불어 이번 전시는 역사·민속·회화·국문학 등 분야별로 관내외 전공자가 기산풍속화의 해제와 해설을 쓰고, 보존처리와 복제, 그리고 ‘기산 풍속화 색칠하기’ 온라인 이벤트를 하는 등 모두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고 있다.

기산 풍속화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국내에 들어온, 한국문화에 낯선 외국인들에게 많이 팔려 국내보다 해외에 전해지는 수량이 훨씬 더 많다. 현재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러시아,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에 1,500여 점 정도가 소장되어 있다.
캐나다의 경영사상가이자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저서 『아웃라이어』에 보통사람의 범위를 뛰어넘는 탁월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을 ‘아웃라이어Outlier’라고 했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비범한 성공을 거둔 아웃라이어들의 공통된 비결을 찾아냈는데, 아웃라이어들이 역사를 구분 짓는 대성공을 거둔 진정한 원인은 그들이 지닌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그들이 누린 특별한 기회라 했다. 물론 성공에는 재능과 노력 등 여러 이유가 작용했겠지만, 그 성공의 배경에는 반드시 운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기산 김준근도 아웃라이어이다. 이 시기에 활동했던 것이 기산의 운이며, 이것은 김준근이 누린 특별한 기회였다. 기산은 이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량의 풍속화를 그렸으며, 그 풍속화는 세계로 수출되었다. 그렇게 국외에 소장되어 남아있던 작품을 국립박물관이 대여의 형식으로 관람객에게 기산 풍속화를 선보이는 기회이다. 이 특별한 기회에 기산 풍속화를 마음 껏 누리고 저변 확대가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기산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심신이 지친 관람객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길 바란다.

1) ‘속살대다’는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자꾸 이야기하는 것을 뜻한다.


글 | 이경효_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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