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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은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를 맞아 <쥐구멍에 볕 든 날> 특별전을 개최한다. 2019년 12월 24일(화)부터 2020년 3월 1일(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쥐에 관한 유물과 영상 등 60여 점의 자료를 바탕으로 쥐에 관한 문화상을 조명하고, 그 변화상을 펼쳐 보인다.
이번 특별전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십이지의 첫 자리, 다산과 풍요, 영민과 근면 등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쥐의 문화적 상징을, 그리고 2부에서는 귀엽고 친근한 동물로 자리한 쥐의 이미지 변화를 소개한다. 1부와 2부 사이에는 쥐로 인한 피해와 20세기 중반부터 우리나라 전역에서 펼쳐진 쥐잡기 운동의 흔적도 전한다.

십이지의 첫 자리
쥐는 육십갑자六十甲子에서 갑자甲子, 병자丙子, 무자戊子, 경자庚子, 임자壬子의 순으로 나타난다. 방위는 정북正北, 달은 음력 11월, 시간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까지에 해당하는 방위의 신이자 시간의 신으로, 십이지의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산多産의 영민한 동물
쥐는 대개 임신 기간이 20일 내외로 짧고, 출산 후 몇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임신할 수 있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그리고 생존을 위해 하루에 자기 체중의 20퍼센트 이상을 먹어야 하기에 늘 많은 양의 먹이를 확보한다. 이와 같은 생태적 특징으로 우리 민속에서 쥐는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豊饒를 상징했다.

농경 사회에서 다산과 풍요는 곧 풍농豐農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선시대의 대표적 세시기로 일컫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 새해 첫 쥐날上子日 쥐 주머니子囊를 전하며 풍농을 기원하는 풍속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쥐를 의미하는 한자인 ‘서’자를 부적으로 그려 붙여 풍농을 기원하는 풍속이 민간에 남아 있기도 하다.

쥐는 우리의 구전口傳에서 영민한 동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손진태의 『조선신가유편朝鮮神歌遺篇』에 실린 함경도 지역의 무가巫歌「창세가創世歌」를 보면, 쥐는 미륵에게 물과 불의 근원을 알려준다. 이 무가의 기원을 알 수 없지만, 무속에서는 오래전부터 쥐를 영민한 존재로 그려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의 설화 속에서도 쥐는 영민한 존재로 등장한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펴낸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를 보면 ‘천기를 아는 쥐’ 설화가 있다. 이 설화에서 쥐는 ‘영물靈物’로 일컬어지며,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존재로 등장한다.

쥐를 잡자
쥐는 먹이를 먹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게 끊임없이 자라는 자신의 앞니를 갈아낸다. 이 때문에 쥐는 앞니가 길어지지 않도록 책이나 가구 등 물건을 갉아 먹어 우리 생활에 피해를 준다. 그리고 쥐의 몸에 기생하는 벼룩이 옮기는 흑사병黑死病은 유럽 중세시대에 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전염병이었다. 이 무서운 재앙은 쥐가 사람에게 피해를 준 대표적 사례로 오늘날에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처럼 쥐가 실생활에 주는 피해가 크기 때문에 20세기 중반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쥐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쥐잡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당시 포스터와 홍보 책자 등을 배포하며 국가적으로 쥐잡기 운동을 독려했고, 이에 각 가정마다 쥐약과 쥐덫으로 쥐를 잡는 일이 빈번했다.

쥐잡기 포스터

귀엽고 친근한 동물로의 변화
예전에는 집안의 천장, 농가의 곳간, 동네 골목 등 우리 주변에서 쥐를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오늘날은 생활 환경이 개선되어 거의 볼 수 없다. 대신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게임, 동화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마우스’라는 말은 쥐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라기보다 PC 용품을 지칭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쥐 ‘제리’는 고양이 ‘톰’을 늘 골탕 먹이는 귀엽고 영리한 존재로 그려진다. 최근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십이지 주제의 만화영화 『요괴메카드』에서 쥐를 형상화한 ‘놀쥐’는 천재형의 캐릭터로 그려지며 어린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요즘 자라나는 세대에게 쥐는 피해를 주는 부정적 존재가 아니라 영민함에 귀여운 이미지가 더해져 친근한 동물로 바뀌고 있다.

2020년 경자년은 흰 쥐띠의 해
기원을 알 수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조합해 띠 동물에 색을 더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경자년은 흰색에 해당하는 천간 ‘경’과 쥐에 해당하는 지지 ‘자’가 만난 흰 쥐의 해라고 할 수 있다. 한자로 ‘백서白鼠’라 쓰는 흰 쥐는 『세종실록』에 상서로운 동물로 언급되는데, 경자년 쥐띠 해는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이 있는 해라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듯하다.
<쥐구멍에 볕 든 날> 특별전은 평소에 주목받기 어려운 쥐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쥐에 얽힌 다양한 문화적 의미를 공유하고 경자년 새해에는 흰 쥐가 가진 의미처럼 각 가정에 풍요로움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글_김형주 |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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