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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일지

전시로 듣는 옛이야기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상설전시는 전래 동화를 체험 전시로 구현하여 어린이들에게 소개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심청전’, ‘흥부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잘 알려진 옛이야기를 소재로 전시를 꾸몄었습니다. 2018년 11월 새롭게 개편한 어린이전시 주제는 ‘개와 고양이와 구슬’입니다. 여러분은 ‘개와 고양이와 구슬’ 이야기를 들어보셨나요? 저는 처음 들어보았는데요, 이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개와 고양이와 구슬’을 알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줄거리를 살펴볼까요? 하루는 개와 고양이를 키우던 가난한 어부 할아버지가 낚시하다가 잉어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잉어가 눈물을 흘리자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는 잉어를 불쌍히 여겨서 살려줍니다. 그 잉어가 알고 보니 용왕의 아들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할아버지는 용왕에게 소원을 이뤄주는 신비한 구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 개와 고양이는 행복하게 살고 있던 중 욕심쟁이의 등장으로 구슬을 빼앗겼습니다. 개와 고양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 구슬을 찾으러 강 건너 욕심쟁이의 집으로 길을 떠납니다. 둘은 지혜를 모아 구슬을 찾았지만, 실수로 구슬을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구슬을 다시 찾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돌려주어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

어린이들에게 재밌는 전시를 소개하기 위해서 먼저 이야기에서 매력적인 부분을 찾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공간에 체험으로 풀어내기 위한 장면별 키워드를 설정하는데 이 단계에서 동화작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 전시 구성에 반영하게 됩니다. ‘개와 고양이와 구슬’이 지금까지 상설전시에서 소개했던 이야기들에 비해 다소 잔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러한 자문 과정을 통해 전시에 쓸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에 더하여 자료조사와 회의를 하며 공간에서 큰 틀을 짜고 가지를 뽑아 구석구석 어떤 체험물로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지 고민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개와 고양이와 구슬」은 현실 세계와 환상 세계로 나뉘는데 두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핵심요소가 바로 할아버지가 잉어를 살려 준 보답으로 받은 신비한 구슬입니다. 전시실에서도 구슬 공간을 중앙에 배치하고 구슬을 경계로 현실 세계는 어부 할아버지의 집과 잉어를 만났던 강으로 이루어지고, 환상 세계는 용궁으로 가는 길, 구슬을 받은 용궁, 구슬 공간으로 이루어집니다. ‘현실-구슬-환상’ 이 골격을 중심으로 공간과 체험물을 디자인했습니다. 현실 세계에선 할아버지가 낚시할 때 썼을 어구를 살펴보고 직접 어부가 되어보는 체험을 합니다. 그러다 환상 세계로 들어가면 커다란 돔 형태의 공간에서 미디어 구슬에 나의 소원도 써봅니다. 이렇게 현실 민속의 세계와 신비한 구슬이라는 전통에 기반한 상상의 세계를 실제 유물과 미디어 기술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옛날 동화책 속으로

전시기획단계에서 기획안에 맞는 디자인 사례를 공간, 체험물, 그래픽으로 나눠 조사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회의를 통해 전시 디자인 콘셉트를 정하게 됩니다. 이번 전시는 ‘오래된 동화책 속으로 들어간다’라는 콘셉트 아래 전시 그래픽에 필요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빛바랜 은은한 색감의 등장인물과 배경 그림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박물관 전시디자인에서는 일러스트레이션이 큰 역할을 합니다. 체험을 통해 옛이야기를 듣는 전시실에서 공간별로 어린이들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공간 연출, 영상, 홍보물 제작에 기초가 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러스트레이션을 효과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전시 컬러 선정과 그래픽 연출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옛날 동화책 속의 한 장면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경험을 주고 싶었습니다.

 

어린이박물관으로 놀러 오세요!

개와 고양이와 구슬, 조금은 낯선 이야기지만 어린이들이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되어 마음을 이해하고 관련된 민속자료를 탐색해보며 신나는 체험도 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하였습니다. 잉어를 살려준 할아버지의 마음에 공감하고 신비한 구슬을 찾아 떠나는 개와 고양이의 모험을 어린이박물관에서 체험해보세요!

 

 

글_강민승│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과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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