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PDF 박물관 바로가기

기획전시

숭배와 수렵의 이중주

국립민속박물관은 춘천에 위치한 강원도산림박물관과 함께 「강원도 호랑이와 멧돼지: 숭배와 수렵의 이중주」 기획전을 개최한다. 강원도 산촌 사람들의 삶을 탐색하는 이번 공동기획전은 호랑이와 멧돼지를 비롯한 멸종위기동물 박제들과 야생동물 숭배와 수렵 전통을 보여주는 민속자료를 전시해 산과 숲에서 인간과 동물이 공존했던 강원 산촌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준비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이번 전시를 준비한 강원도산림박물관 조행임 학예연구사에게 전시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Q. 공동기획전 강원도 호랑이와 멧돼지: 숭배와 수렵의 이중주에 대해 소개해 달라.

조행임 학예연구사이하 조행임_강원도산림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은 공동으로 9월 19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강원도산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강원도 호랑이와 멧돼지: 숭배와 수렵의 이중주’를 주제로 ‘K-Museums 공동기획전시회’를 연다. 백두대간을 품은 강원도와 그 산과 숲에 의지하며 동물과 어우러져 살았던 산촌 사람들의 삶을 탐색하는 공동기획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요 동물인 시베리아 호랑이, 멧돼지를 비롯해서 반달가슴곰, 대륙사슴 등 멸종위기동물 박제들과 야생동물과 관련된 숭배와 수렵의 산물인 산신도, 사냥도구 등 민속자료를 전시하여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살면서 만들어진 강원 산촌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하는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Q.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조행임_이번 기획전은 야생동물의 생태적 측면뿐만 아니라 ‘산촌의 생활사’라는 관점을 더하여 우리 강원 동물민속 자료를 찾는 데 중점을 두었다. 호랑이는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그 생태적 특징으로 인한 많은 상징과 문화를 만들어 냈다. 호랑이의 가죽은 물론 수염과 발톱 등 신체의 일부는 호랑이의 용맹함을 닮고자 상징과 증표가 되어 잡귀를 물리치는 장신구가 되기도 하고 부적이 되기도 했다. 야생동물의 생김새와 실물이 주는 생생한 에너지를 전달하여 동물과 인간의 삶의 연관성을 찾고, 강원의 산촌 문화 속에 내재해 있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삶의 태도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시베리아 호랑이, 2011_국립수목원
멧돼지_강원도산림박물관
우리나라 마지막 반달가슴곰_강원도산림박물관

 

 

Q. 이번 전시의 대표적인 전시품을 소개해 달라.

조행임_야생동물과 관련된 강원도 민속자료, 그리고 동물의 멸절기록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94 한중 수교 기념 시베리아 호랑이 박제를 비롯하여 대륙사슴, 표범 등 한반도에서 멸절한 동물 박제를 전시하고 그와 관련된 민속자료를 함께 전시하였다.

호랑이와 관련해서는 호환을 방지하기 위해 집에 설치하였던 호발과 이중문,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의 무덤인 호식총, 호랑이와 싸우다 다리가 잘린 인제 김부대왕 당의 철마, 태백산신령 무신도 등 호랑이가 신격화하고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것을 알 수 있는 자료를 볼 수 있다.

 

Q. 이번 전시의 1산군山君에 빌다를 통해 호랑이가 신격화되고 숭배되었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살았던 수많은 동물 중에서 유난히 호랑이가 많이 숭배된 까닭은 무엇인가.

조행임_호랑이는 산에 사는 맹수 중에서 가장 용맹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해친다는 점에서 공포와 경외敬畏의 대상이었다. 강원도에서는 호랑이에게 물려가서 죽은 사람, 즉 호환을 당한 사람들을 위한 호식장이 성행했고 산 속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호랑이로부터 받는 습격은 매우 두려운 일이었다. 그런 공포와 경외의 대상인 호랑이가 산신이나 산군으로 모셔져 산신제나 굿을 행함으로써 공포감을 해소하고 숭배와 믿음의 상태로 승화되었기 때문이다.

 

Q. 2사냥을 나서다에 소개된 맹수 사냥 관련 유물을 통해 관람자들의 머릿속에 과거 산촌민의 역동적인 사냥 모습이 그려질 듯하다. 강원도 산촌민과 사냥꾼들은 어떤 방법으로 멧돼지 등을 잡았는가.

조행임_강원 산간 지방만의 독특한 사냥장비와 도구를 가지고 있다. 산속에 눈이 오면 산촌민은 한손에는 창을 들고 어깨에 주루막을 메고 설피와 나무스키를 타면서 눈 속에 파묻힌 멧돼지를 사냥한다. 주로 노약자나 부녀자들은 멧돼지를 모는 몰이꾼이 되고, 멧돼지를 향해 먼저 창을 꽂는 선창꾼에게는 잡은 멧돼지의 좋은 부위를 분배하고 먹잇감을 내어준 산신에게 제사를 지낼 용도로 고기를 남겨 놓아 감사를 잃지 않는다. 산촌사람들의 겨울 사냥 대표동물 멧돼지를 통해서 강원 산촌민의 생계수단이자 산촌의 공동체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창, 20세기_인제산촌민속박물관
매덫, 2003년 재현,_인제산촌민속박물관
호식총<sup>虎食塚</sup>
설매탄산양군(썰매 탄 사냥꾼), 기산 김준근<SUP>箕山 金俊根</SUP>의 풍속화

 

Q.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동물 박제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품을 수급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조행임_강원도산림박물관의 주요 소장유물(자료)은 야생동물 박제(742종 879점), 산촌 민속유물, 산림사료 등이다. 강원도 산림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설악산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반달가슴곰천연기념물 제329호이 대중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뻤고, 시베리아 호랑이 박제는 국립수목원에서 흔쾌히 내주었다.

Q. 국립민속박물관과 협업을 통해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2개의 기관이 협업하여 준비한 전시에서 얻을 수 있었던 장점이 있다면?

조행임_K-Museums 공동기획전을 협업하면서 기획력을 배울 수 있었다. 기존의 기획전은 수장고 안의 유물을 꺼내어 적절한 레이블을 붙이고 전시했다. 조사해서 발굴해 본 유물도 없었고 각각의 유물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조사하고 탐색한 경험도 적었다. 단지 유물이 전시 주제에 어울리면 대여받았고, 한 두 유물이 주제에 맞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협업을 하면서 전시를 위한 전시품이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전달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지고 물음에 답을 줄 유물을 찾아야 한다는 유물(자료)수집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부족하지만 새로운 가치가 되어 줄 강원 동물 민속자료를 발견하는 기쁨도 적지 않았다. 자료조사와 연구가 수반된 전시의 중요성을 이번 협업을 통해 배웠다.

 

Q. 이번 공동기획전을 기획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에피소드)이 있다면?

조행임_처음에 한국 호랑이가 어떤 호랑이지? 라는 물음에 시작된 것은 일본의 교토 도시샤 표본관에 있는 한국 호랑이 박제사진을 보고 난 후다. 일제강점기 무분별한 해수구제 정책으로 한국 호랑이가 멸종되었고 그 중에 박제로 남아있는 한국 호랑이의 반환을 위해 애쓰시는 이항 교수님의 연구보고서를 읽게 되면서 한국 호랑이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엄청 많았었던 사실조차 모른다. 한반도의 상징이 되어온 호랑이는 이미지와 심상만 있고 실체가 없다. 아무런 계획과 설계 없이 국립수목원에 찾아가 호랑이를 보여 달라고 했고 대여를 요청했다. 계획으로 진행했다면 주저해야할 일도 많았고 보고서도 몇개 더 썼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 구두보고만으로 그 귀한 ‘94 한중수교 호랑이를 컴퓨터에 담았다. 더욱이 호랑이보다 더 희귀한, 한반도에서 완전히 멸종한 표범과 대륙사슴도 공동기획전에 전시하도록 허락받았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해 21만 명이 찾는 강원도산림박물관에서 한국 호랑이의 실물을 많은 사람이 보길 원했고 어딘지 모를 짠한 감정까지 사람들이 공감하길 바랐다. 이러저러한 역사적 배경과 이력은 나중에 보충했다.

국립수목원 생물 표본실에서 시베리아 호랑이 박제를 처음 보았을 때 커다란 크기에 놀랐고, 그 크기만큼 큰 호랑이 발 끝, 귀 끝, 꼬리 끝의 기운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호랑이의 포효 소리는 몸으로 전율된다는 말이 있듯이 그 울음소리가 피부에 닿는 듯했다. 귀한 전시물은 이미지나 텍스트 같은 설명이 필요 없다. 그 감동이 피부로 전달된다.

 

 

Q. 앞으로 강원도산림박물관의 특성을 살려 어떤 전시를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조행임_사람과 사람을 잇는 끈으로서의 동물의 가치를 알리는 의미 있는 특별전을 기획하고 싶다. 제목을 짓자면 ‘남·북 동물 자주 민주 평화 통일전.’ 강원도는 한반도에서 유일한 분단도가 되었고, 비무장지대(DMZ)라는 독특한 생태지형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 살수 없는 그곳에 두루미, 산양 등 멸종위기동물들이 서식하면서 강원도는 생명과 평화의 땅으로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다. 남북의 강원도를 오갔을 우리 동물의 생태와 동물민속을 찾아보고 우리민족이 공통으로 기억하는 동물을 바라보는 심상을 통해 남북이 공동의 과제로서 비무장지대내의 생태 통로 복원과 멸종 위기 동물의 보전을 생각해 보는 남북 강원도 합작 특별전시를 기획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행임_글로만 전달받았던 정보와 지식을 실물 그대로 느끼고 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박물관이다. 박물관 유물은 기존 자료들과는 달리 실물 자료이기에 박물관 소장품은 그 자체가 교육 재료이고 그 자체가 주는 생생한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좋은 책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상상력을 주지만 좋은 전시는 그 경험과 같이 있게 해준다. 박물관에 가자.

 

 

 

 

더 알아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