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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드론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한강변에서 저마다 손에 작은 기계를 쥔 채 하늘 속 드론을 조종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드론이란 것이 ‘21세기의 연날리기’ 쯤 되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기계는 발전했지만 놀이라는 것의 본질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구나 싶다. 정월 초하루 연을 날리며 한 해의 꿈을 빌었던 옛 풍습을 떠올리며 ‘얼티밋드론’ 문창근 대표를 만났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기계를 좋아하던 ‘이과 소년’은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꿈을 향한 비행을 시작했다. 종이로 만든 연이 아닌 드론이라는 ‘신문물’을 통해서. 무인항공기 드론을 직접 만들다 못해 아예 회사를 차려 어엿한 ‘사장님’이 된 서른 살 청년의 꿈과 포부를 들었다.

 

Q. 많이 대중화되었지만 드론은 여전히 낯설다. 드론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문창근 대표이하 문창근_사람이 타는 드론이 나와서 경계선이 애매해졌지만 쉽게 말해 드론은 무인항공기다. 무선모형항공기인 ‘RC’라는 것도 있다. 드론과 RC의 경계 역시 모호하지만 드론은 일종의 로봇으로 보면 된다. RC가 항상 조종을 해줘야 하는 것과 달리 드론은 어느 정도 자율 행동을 할 수 있다. 비행을 하는 어떤 업무를 줬을 때 드론은 그걸 알아서 수행할 수 있다.

 

Q. 그렇다면 무선모형항공기 RC 이후에 드론이 개발된 건가?

문창근_사실 세계 최초의 드론은 1930년대에 개발되었다. 근대식 비행기를 개발해 유명한 라이트 형제 중에 오비 라이트가 개발한 기계가 드론의 시초다. 초기 모델은 지금과 많이 다르지만 개념은 그렇다. 그 뒤론 무선모형항공기가 일반적이었다가 2000년대 초‧중반 미국에서 드론의 원형이 나오기 시작했고, 2000년대 후반 중국의 한 회사가 이를 성공적으로 제품화하면서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다.

 

Q. 그렇다면 문대표가 처음 드론을 접하게 된 것은 언제인가?

문창근_2009년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대학에서 헬리콥터를 연구하는 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다. 뭔가 날리는 걸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헬리콥터에 관심이 많았다. 거기서 드론을 알게 되었고, 호기심이 폭발했다.

 

 

Q. 집안의 기계를 다 분해하곤 하는 타고난 이과생이었을 듯싶다.

문창근_건국대학교 기계공학과 09학번이다. 어려서부터 라디오, 시계 등 집안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곤 했다. 중‧고등학생 땐 용산과 세운상가에서 살다시피 하고. 그러면서 하늘을 나는 기계에 관심이 높아졌다. 관련 제품이 비싸니까 아예 헬리콥터 RC 매장에 ‘알바생’으로 들어가 월급 대신 헬리콥터를 받기도 하면서 지냈다.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했다.

 

Q. 이른바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으니 정말 행복하겠다.

문창근_그렇다. 하하. 물론 취미가 일로 바뀌면서 생긴 상실감도 있다. 나는 순수하게 기계를 조립하고 만드는 걸 좋아했던 건데 회사를 차리고 나니 정작 기계 만질 시간이 별로 없더라.

 

Q. 얼티밋 드론에 대해 설명해 달라. 회사 이름부터 하는 일까지.

문창근_문자 그대로 ‘궁극의 드론’이다. 얼티밋 드론은 일단 드론을 처음 설계하고 제조하는 일을 한다. 한국의 드론 관련 회사는 2천 개가 넘지만 우리처럼 제조하는 쪽으로 추리면 50~60개 정도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자사 모델을 사업화 하는 곳을 추리면 더 적다.

 

Q. 얼티밋 드론은 언제 차린 건가? 대학 졸업하고 나자마자? 이제 서른 살 아닌가.

문창근_사실은 아직 졸업을 못했다. 하하. 내가 우리 학교에서 두 번째로 긴 휴학생이다. 군대 말년 휴가 나왔을 때 창업을 준비했다. 사실 군 생활도 정말 즐거웠다. 비행기가 너무 좋아서 공군정비사에 지원해 정비공을 하다 왔거든. ‘말뚝’ 박아야 하나 고민했다. 하하. 2014년 9월에 제대하고 일단 복학을 미룬 다음, 2015년 1월에 개인사업자 내고 그 해 8월에 법인으로 전환했다. ‘일단 빨리 하자’라는 생각이 컸다.

 

 

Q. 젊은 나이, 아직 학생 신분으로 일찍 창업했다. 후회한 적은 없나? 영국진출도 했던데?

문창근_아직은 없다. 영국 경험은 정말 좋은 추억이다. 당시 창업진흥원의 글로벌 창업 활성화 사업에 지원해 영국을 다녀왔다. 영국은 항공우주뿐만 아니라 자동차 및 AI까지 각종 원천기술의 강국이다. 백일 정도 머무르다 현실적인 장벽이 높아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반드시 다시 진출하고 싶은 곳이다.

 

Q. 드론 산업은 중국이 거의 장악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던데.

문창근_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80퍼센트가 넘는다. 특히 민간 수요는 중국이 다 점령했다. 일반인이 취미로 조종하는 드론은 거의 다 중국산으로 보면 된다.

 

Q. 그렇다면 얼티밋 드론의 수요층은 어떻게 되는 건가?

문창근_우리는 산업용 드론을 제조하고 판매한다. 기업이나 기관이 하고 있는 사업의 서비스를 더 쉽게 하거나 비용을 줄이기 위해 드론을 도입하는 경우가 세계적으로 굉장히 많다.

 

Q. 어떤 경우인지 감이 잘 안 온다.

문창근_예를 들어 송전선을 생각해보자. 철탑 같은 거. 그게 엄청 많지 않나. 그런데 그걸 지금처럼 작업자가 육안으로 점검하는 게 아니라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날려서 하는 거다. 아니면 건설 현장에서 흙이 얼마나 필요한지 측량할 때 드론을 날려서 3D로 스캔하고 부피를 측정해 작업이 더 쉽게 이뤄지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아프리카는 도로망이 부실하다보니 응급환자를 위한 혈액 운송이 힘들다. 드론이 그런 일을 맡을 수도 있다.

 

 

Q. 21세기 연날리기인줄 알았는데 아프리카에선 비둘기 통신사 같은 역할도 하나보다.

문창근_그렇다. 대략 2킬로그램까지 운송할 수 있다. 예전에 특수훈련을 받은 비둘기처럼 목적지를 입력한 드론이 비행하는 거다. 우리의 목표도 사람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 자율 시스템 구축이다. 사람이 하는 일을 드론이 대신하면 그게 돈을 버는 사업이 된다. 드론을 통해 사람이 얼마나 필요 없어지고, 또 생각하지도 못한 직업이 창출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Q. 4차 산업혁명 시대다. 드론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문창근_드론은 기본적으로 로봇이다. 로봇이란 사람이 하기에 귀찮거나 힘든 일을 해주는 존재다. 앞으로 드론은 자율적으로 운행되면서 전기 점검, 지도 제작, 택배를 포함한 긴급 물자 수송 같이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귀찮아하는 영역을 맡으며 우리의 삶을 바꿀 것이다.

 

Q.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문창근_우리 얼티밋 드론이 엄청 잘 되어서 내가 서른다섯 살이 될 때쯤 회사를 파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다른 모험을 하고 싶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지도 모르겠지만 꿈은 최대한 낭만적이어야지. 친구들과 연구소를 하나 차려서 우주사업 같은 신기한 부분을 연구하고 싶다. 우주항공을 전공한 직원들과 함께 뜻을 모으면 정말 재미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대략 10년 뒤 미국이 화성에 진출할 때쯤 화성에서 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는 거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상상은 돈 드는 게 아니니까. 무모한 도전을 통해서 재미난 공상들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

 

 

글_편집팁
사진_이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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