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하철 승객은 딱 둘로 나뉜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렇지 않았다. 신문 읽는 사람, 게임 하는 사람, 음악 듣는 사람, 수험책 보는 사람, 꾸벅꾸벅 조는 사람. 하긴 이 모든 게 스마트폰 안에 있으니 사람들이 목 디스크가 걱정될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들여다보느라 조는 사람도 별로 없는 듯하다.
스마트폰이 지배한 지하철 풍경을 보며 ‘사람들이 다 스마트폰의 노예가 됐다’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도 아니다.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1974년에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그때도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일제히 스마트폰에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최고의 친구다. 스마트폰에는 최신 뉴스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담겨 있고 온라인 게임도 깔려 있고 친구랑 수다 떨 수 있는 메신저도 설치되어 있고 시를 읽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다운로드 되어 있고 프로야구 중계도 나오고 낄낄거리며 웹툰도 볼 수 있다.
교양을 쌓고 지식을 습득하기에도 시간은 부족하거늘 무료한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호통 치는 목소리가 시간의 터널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귀에 닿지 않는다.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정보도 얻고 교양도 쌓고 재미도 찾고 정을 나누며 사교 활동도 하고 어른들에게 안부 인사도 드리며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요즘 지하철 풍경을 옛날하고 비교할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중요하다. 키득거리며 웃고 있나? 무언가를 읽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나? 메신저를 하면서 흐뭇해 하고 있나? 그렇다면 아무래도 좋다. 길지 않은 지하철 이동 시간,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사람과 나를 만나고 있으니까. 모두 살아 있는 거죠?
글_국립민속박물관 웹진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