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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일지

스웨덴​ 박물관의 교육프로그램과 전시​

 

필자는 11월 30일과 31일, 양일 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주요 박물관 전시를 관람하고, 스웨덴의 노르디스카박물관북방민속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 대해 조사했다. 이 글은 먼저 스웨덴의 노르디스카 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방식과 그 특징을 개관하고, 이어 스웨덴역사박물관을 중심으로 스웨덴 박물관의 전시 경향에 대해 일부 소개하겠다.

 

박물관 교육자, 신청자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교육내용 조정

 

현재 스웨덴의 노르디스카 박물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복식사 전공자, 생업 전공자, 초중등 학교 역사 교과 과정 전공자 등의 모두 5명의 박물관교육자Museum Educator가 근무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학교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박물관교육자는 1500년 이후 북유럽 지역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음식, 세시행사, 복식, 주거’에 대한 주제를 인류학적, 문화사적 관점에서 가르치고 있다. 이를 위해 크게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 성인교육, 기타 단체 교육, 창조 교육의 9가지로 대상으로 나누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규 프로그램은 모두 전시회와 연계되어 있으며 일부를 제외하면 대개 연계 전시가 이루어지는 전시실 내에서 교육이 운영된다. 정규 교육 프로그램 외에도 디자인 프로젝트, 위키피디아를 활용한 박물관 교육, 할로윈 특별 야간 관람 행사, 크리스마스 특별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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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디스카박물관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 조형물 _출처 국립민속박물관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교는 박물관 교육에 참여하기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데, 먼저, 언어관습, 농경과 식물민속, 공예, 의상, 장신구, 주거, 소수민족에 대한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 주제별 특성화된 자료들도 제공하고 있다. 머리모양, 근대 복식 변화, 기념일, 소수민족, 주요한 역사적 사건의 미시사적 해설, 장신구, 관습 변화, 쓰레기, 주술서 등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소장품 정보 및 해설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 사이트에서는 관련 교육 자료의 도서관 이용방법과 소장품 검색 방법 등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으며, 스웨덴 북방 소수민족인 사미 문화에 대한 문화상자도 대여하고 있다.

아래는 노르디스카박물관의 박물관교육자 Weronica Meijer와 Christina Araskog-Toll와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이 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의 특성을 정리한 것이다.

먼저, 노르디스카박물관의 박물관교육자들은 각자 자신의 전문분야가 있고, 정규 교육을 기획해, 직접 진행한다. 예를 들어 Christina Araskog는 스웨덴 전통 복식 전문가로, 교육 자료로 드레스를 직접 만들어 수업에 활용한다. 반면, Weronica Meijer은 학교 교육 과정과 관련된 박물관 소장품을 활용하는 교육을 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정규 교과 과정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것이 요구하는 바를 이해하고 관련 소장품을 찾아 교육에 활용한다.

Weronica에 따르면, 홈페이지에 6세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구분되어 있지만, 실제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이 몇 개 있다고 대답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은 전 연령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데, 연령별, 거주지별로 강의 내용이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참여하는 학생이 대도시인 스톡홀름에 사는지, 시골의 작은 마을에 사는지, 외국에 사는지에 따라 교육 내용이 달라져야 하는데, 이는 학생의 배경지식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장애인 대상의 교육인 경우에도 기존의 프로그램 중에서 선택을 하되, 박물관교육자와 참여기관 담당자의 협의를 통해 프로그램 내용을 조정해 수업을 진행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참여 기관과 박물관 교육자 간의 협의를 통해,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새로운 내용이 부가되기도 하고 특정 내용을 빼기도 하는 방식으로 교육 내용을 조정하여 적용하고 있다. 이점이 노르디스카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의 가장 주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해설사는 유사한 내용을 가지고 전시 해설을 반복적으로 하는데 반해, 박물관 교육자는 신청자에 따라 교육생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교육 내용을 조정한다. 심지어 시즌별로 교육수요가 많은 시기인지, 적은 시기인지에 따라서도 교육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스웨덴 박물관의 소장품과 전시 주제,
현대 스웨덴 사회가 당면한 과제와 연관시켜 재해석

 

노르디스카 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은 매년 1월에 열리는 박물관 컨퍼런스에서부터 시작된다. 1월에 스톡홀름의 50개 박물관이 모여 컨퍼런스를 열고 학교 교사들이 마치 박람회에 참여하듯이 부스별로 다니면서 각 박물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을 살펴본다. 50개 박물관이 함께 모이기 때문에 부스별로 “우리는 이러한 교육 한다. 우리 박물관에 와 달라”라고 홍보하며 자신의 교육 프로그램을 상당히 경쟁적으로 홍보한다. 교사들은 이를 보고 학교에 돌아가서 연중 학교 교육 계획 속에 특정 박물관의 교육을 교육 과정의 일부로 넣게 된다.

학교에서 교육 프로그램의 신청이 들어오면, 박물관교육자는 교육 내용에 대해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교육 프로그램의 신청자와 많은 대화를 한다. 이 작업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학교 교사들이 만약에 이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에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달라고 하면 교사들의 요청을 받아 교육 프로그램을 조정한다. 프로그램의 큰 프레임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예를 들어서, <시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17~18세기의 의상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 하면, 관련 유물을 준비해 두었다가 이것들을 가지고 수업을 시작한다. 또, 이러한 정기 프로그램 이외에도 특별전이 있으면 새로운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얼마 전에 <설탕 소비와 사회>에 대한 특별전이 있었다. 이때 전시 기획 단계에서 교육 개발이 함께 이루어져, 이 전시에 관심 있을만한 사람들을 예상해 거기에 맞춰 교육 내용을 개발하고 장애인 대상 교구재도 전시장에 함께 설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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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디스카 박물관 삼피족 전시관 _출처 국립민속박물관

 

두 번째로 스웨덴 스톡홀름 박물관의 전시 경향에 대해 일부 소개하겠다. 노르디스카 박물관을 비롯한 스웨덴 박물관의 경우 시대적 환경변화에 맞추어 전시를 기획하는 경향을 두드러지게 볼 수 있었다. 노르디스카 박물관의 성인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이민자의 포용 문제, 소수민족의 권리, 미래와 전통, 복식과 권력 등 현대 사회가 당면한 중심 주제들을 역사적, 인류학적 관점에서 교육생들과 논의하고 있다. 또, 국내 민속을 다루는 노르디스카 박물관과 달리 국외 민속을 다루는 스웨덴 민족학박물관(Etnografiska Museet)의 어린이 전시에서는 동성애 문제를 포함한 젠더와 가족의 문제, 인종과 차별(권력)의 문제를 직접 다루고 있다.

또, 이 박물관들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스웨덴역사박물관Swedish Museum of National Antiquities의 경우에도 이러한 경향은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고대부터 근세까지의 스웨덴 역사를 전시하는 이 박물관은 스웨덴 역사에 대해 문명사적이고 인류학적인 관점을 취하면서 정치적 입장을 뚜렷이 보여주고자 했다. 먼저, 고대 사회와 바이킹 문화를 전시한 상설전의 도입부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역사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역사는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사회는 과거 사람들이 수세기에 걸쳐 해온 일, 생각한 것들, 발견한 것들을 통해 형성된다. 외부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스웨덴이 형성되었다. 세계사가 스웨덴 속에 현존하는 것처럼 스웨덴 역사를 전체 세계 속에서 볼 수 있다.” 또한, 15세기 이후를 다루는 상설전 도입부에서는 이 전시가 “더 넓은 세계와의 상호 작용해 국가, 국민국가, 유럽연합의 일부로 성장한 작은 왕국”에 대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러한 전시 경향은 작은 왕국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전통들이 혼합되어 하나의 국민국가를 이루었다가 결국 유럽연합의 일부가 된 근대 스웨덴의 역사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 반나절에 불과한 짧은 방문이었지만, 이러한 스웨덴역사박물관의 전시 관점은최신 연구 경향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박물관 소장품과 전시 주제를 현대 스웨덴 사회가 당면한 과제와 연관시켜 재해석하는 스웨덴 박물관의 사회참여적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_오창현 │ 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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