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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일지

한국 조선기술자들의 땀과 노력

 

2016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독일 함부르크 한인들의 생활문화 조사를 진행하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함부르크 한인사회의 형성 과정과 한인들의 살아온 이야기에서부터 교육, 경제 활동 및 사회 활동 그리고 한인 가정의 살림살이까지 다양한 분야의 조사가 이루어졌다.

독일 한인사회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노동 이주를 통해서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함부르크 한인사회 역사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뿐 아니라, 조선기술자들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조선기술자들은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할 것이다. 조사팀 역시 함부르크 현지에서 이들을 만나고 나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함부르크 호발트조선소에서 근무했던 한국 조선기술자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조선업 노동력 부족했던 독일,
성실하고 능력 있는 한국인 선발

 

1971년 5월 24일 김포공항에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로 독일 함부르크 호발트조선소로 가는 파독조선기술자 1진들이었다. 그럼 어떻게 독일 함부르크 호발트조선소에서 한국인 조선기술자들을 선발하게 되었을까? 더욱이 그 당시 한국은 조선업이 발달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의 보상금의 일환으로 영국에 5만 톤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배상해주어야만 했다. 당시 독일도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한국의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성실한 근무 태도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독일 사회에서 한국 노동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호발트조선소 역시 한국인 노동력을 선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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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발트조선소에서는 한국인 조선기술자를 선발하기 위해서 직접 한국에 직원을 파견하였다. 당시 해외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던 시기라 한국의 젊은층에서 상당수 지원을 하였다. 하지만 호발트조선소에서 직접 직원들이 와서 선발하고 실기 시험도 겸하게 되면서 호기심에 지원한 많은 지원자들이 중도에 포기하게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당시 선발된 기술자들은 대개 공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간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선발된 인원들은 약 300명으로, 총 3차례 나누어 독일 함부르크로 왔으며,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함부르크에 도착한 한국 조선기술자들은 조선소에서 마련해준 기숙사에서 생활하였다. 이들은 초창기 함부르크에 한인사회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았기에 생활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가지 생활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상당히 힘들었다고 한다. 반면 언어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고 한다. 당시 한국 조선기술자들은 대개 현장 근무로 배관, 선체 조립, 용접 등의 업무를 주로 하였다. 이처럼 현장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간단한 독일어만 알고 있으면 작업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또한 한국 조선기술자들은 독일 조선기술자보다 작업 능력 면에서 훨씬 뛰어났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작업 완료 기간 내에 모든 작업을 마치며, 작업량이 많아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할 때도 별다른 불평 없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호발트조선소 내에서 한국 조선기술자들에게 매우 호의적이었다. 이 결과 회사에서는 한국 조선기술자들만 따로 작업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전적으로 한국 조선기술자들의 작업 능력을 신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 조선업의 숨은 공신이었던
파독한국조선기술자들

 

어느덧 3년이라는 기간이 지나,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호발트조선소에서는 유능한 한국 조선기술자들을 모두 떠나보내기에는 회사에서도 손해였다. 그래서 독일에 남길 희망하는 사람들을 중 작업 능력이 우수한 사람 중 40여명의 한국 조선기술자들과 재계약을 했다. 이들이 바로 지금 함부르크에 거주하는 한국 조선기술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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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완전히 정착하게 된 이들은 1976년 재독한인조선기술자 동호회를 결성하여 친목 모임을 가져오다가 2004년 정식으로 ‘재독한인조선기술자협회’로 개칭하고 함부르크시에 정식 단체로 등록하였다. 당시 독일에 남았던 40여명의 회원들 중에는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고, 작고한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현재 함부르크에는 총 13명의 회원이 남아서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협회에서는 매년 함부르크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초대해서 정월대보름 행사를 개최해 왔다.

 

함부르크의 한국 조선기술자들은 한 가지 자부심이 있다. 바로 한국의 조선업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호발트조선소에서 계약을 마친 조선기술자들이 귀국할 당시 한국의 조선업은 걸음마 단계였다. 하지만, 호발트조선소에서 독일의 선진 기술을 터득한 이들은 이후 한국 조선업의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면서 조선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한국 조선업의 숨은 공신이었던 파독한국조선기술자들에 대한 관심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전할 수 있어서 조사팀에게는 큰 영광이었다.

 

글_ 손대원│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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