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수상스포츠와 액티비티를 즐기고, 겨울에는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는 이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산과 바다에서 휴가를 보내기도 하고, 소소하게 즐길 거리를 찾아 저마다의 레저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렇듯 레저문화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스포츠대회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에는 강원도 평창에서 세계인들의 스포츠축제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다. 이에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스키장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리조트로서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용평리조트의 정창주 대표를 만나봤다.
생활 속으로 정착
1970년대만 해도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동계스포츠가 전무했다.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면 나무를 깎아 만든 썰매나 포대자루, 대야 등을 꺼내와 썰매를 타는 것이 겨울스포츠의 전부였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들던 당시에는 레저문화라는 개념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이었다. 그러나 산업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고, 여가생활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던 시절이었다.
“1975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설립된 용평리조트는 한국 최초로 오픈한 현대식 스키장입니다. 스키어를 중심으로 한국 스포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당시 평창은 리조트 공사를 위한 기계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땅이 고르지 못했고, 주변은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습니다. 레저문화, 리조트라는 개념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던 시절에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용평리조트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 동계스포츠 리조트로 시작해 골프, 워터파크, 액티비티, 콘도시설 등이 갖춰진 복합리조트로 발전했다. 이제 레저문화가 생활 속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이들이 스키, 골프, 물놀이, 등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제가 2005년 용평리조트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에는 IMF 위기를 이제 막 극복한 시기였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카피가 유행하기도 했죠. 그만큼 IMF로 인한 피로감이 쌓였던 시기였고, 이를 해소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시절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때문인지 레저문화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확산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레저문화는 어떻게 변화되어 왔을까? 1970년대만 해도 레저는 상류층이 즐기는 하이앤드High end, 고급화 문화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문화 패턴이 다양해지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누구나 레저문화를 즐기게 되었다. 또한 스키나 골프 같은 비교적 정적인 스포츠에서 이제는 사륜오토바이, 마운코스트, MTB, 패러글라이딩 등 익사이팅한 레저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제 한국인들의 레저문화는 어떤 하나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다양화되었기 때문이죠. 레저와 문화를 접목해서 음악회나 전시회, 이벤트, 공연 등을 즐기기도 합니다. 리조트 한 곳에서 레저와 문화를 모두 즐기게 된 것이죠. 또한 동호인들의 모임이 굉장히 잘 형성되어 있어서 단체로 레저를 즐기는 경향도 보입니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될 것
강원도 평창에서는 2018년 2월 9일부터 2월 25일까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러한 세계적인 스포츠 대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레저문화의 발전과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바탕이 되었다. 또한 국제스포츠대회가 열릴 수 있는 제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유치와 관련하여 용평리조트가 상당한 부분에서 역할을 했습니다. 유치에 두 차례 실패하긴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동계올림픽이 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힘들 때도 많았고, 유치에 실패했을 때는 눈물도 흘렸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좋은 성과를 내었기 때문에 고생은 추억이 됐고, 노력은 빛이 된 듯합니다.”
_출처 문화체육관광부
평창동계올림픽은 한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행사다. 우리나라는 1988년 하계올림픽, 2002년 월드컵,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8년 동계올림픽까지, 세계 4대 스포츠대회를 모두 개최한 여섯 번째 나라가 된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선수단 5만 명, 관광객 35만 명 등 총 4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인 효과가 5조 원, 한국 브랜드 상승으로 인한 상품 수출효과는 33조 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1988년 하계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처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역시 한국을 세계에 또 한 번 알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소치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소치라는 도시를 몰랐지만 이제는 누구나 소치를 알고 있습니다. 평창도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된 후 우리의 레저문화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
“우리나라의 레저문화 패턴이 동계올림픽 때문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동계올림픽으로 인해 중국, 동남아, 일본 등 인근 국가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올 것이고, 이로 인해 동해안 관광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대관령은 33,057,851㎡의 초지가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자연자원과 시설이 복합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면서 고원스포츠가 발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키의 변천사 전시하면 재미있을 것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레저문화 산업의 산증인이자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그에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레저문화를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면 어떤 내용으로 채우고 싶은지 물었다.
“스키플레이트는 초창기에 나무를 깎아서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카본으로 만들어 무척 가볍고 튼튼합니다. 또한 스키복도 초기엔 몸에 딱 맞게 입었습니다. 바지 쪽에는 지퍼가 달려있기도 했지요. 그 후에는 나팔바지 형태로 나왔고, 지금은 보온이 잘 되는 펑퍼짐한 바지를 입습니다. 모자나 고글, 장갑, 마스크 등 스키 소모품도 다양해졌지요. 이러한 스키의 변천사를 소개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의 삶은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되어 왔다. 휴식이라는 게 사치로 여겨질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저마다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포츠 변방국가에서 이제는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정도로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 이러한 삶의 변화들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것, 역사와 민속을 살펴봄으로써 받게 되는 또 하나의 위로 아닐까?
경기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 ㈜한양에서 일하다 1999년 세계일보에서 총무국장으로 근무했다. 2005년부터 용평리조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