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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

노인이 이야기하는 노인 이야기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살아온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오랜 경험과 지혜를 쌓으며 사명감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어른’들. 우리는 노인에 대해 얼마나 깊은 이해와 공감을 하며 살고 있을까.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노인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마련되었다. 이번 전시는 ‘노인을’이 아니라 ‘노인이’ 이야기하는 특별전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영인 학예연구원과 객원 큐레이터로 참여한 조용문 어르신을 함께 만났다.
 
 

편견을 걷어내면, 그들이 보인다

 

이번 특별전 <노인老人– 오랜 경험, 깊은 지혜>의 특징은?

김영인 학예연구원이하 김영인_‘노인’이라고 하면 ‘노인 문제’를 동시에 떠올리게 됩니다. 그만큼 노인에 대한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 시선들은 긍정적이기보다는 쓸모 없어진다, 고리타분하다, 약하다, 노쇠하다, 보호해야 한다 등 부정적인 담론이 짙습니다. 결국은 소통의 문제가 아니었을까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오랜 경험, 깊은 지혜’입니다. 고리타분하다고 여기는 분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그들의 모습입니다. 이분들이 존경 받을 가치가 있고, 그런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 존재임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기존의 노인 전시와 다르게 조금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노인을 바로 보고, 바로 이해해서 소통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해나가면서 노인의 시선을 이해한다는 것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다른 세대에 대한 이해는 깊은 관계나 경험을 공유하지 않으면 알기 힘드니까요. 이미 지나온 세대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겪지 못한 세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진행하다가는 이것도 또 다른 편견에 대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전시 대상으로서 노인을 바라보기만 할 것이 아니라 노인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시선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렇다면 보편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노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라고 결론 내렸죠. 그래서 조용문 어르신을 객원 큐레이터로 모셨고, 노인들이 직접 만든 영화, 사진, 현직에 종사하고 계시는 평범한 노인 4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노인들은 어떻게 모시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영인_모두 평범한 분들이십니다. 예전 분들은 다 그랬으니까요. 다만 지금의 세상이 그분들을 특별하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분들을 선정한 것이지, 특별해서 선정한 것이 아닙니다.

 

객원 큐레이터로 초빙한 조용문 선생님은 어떤 분인가?

김영인_ 조용문 선생님은 공직생활을 오래 하시다가 부장으로 퇴임하시고, 그 후 노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 지하철 택배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이 일을 하시면서 블로그도 운영하고 계세요. 매일 700명 정도가 방문하는, 나름 파워블로거이십니다.(웃음) 이번 전시에서 자문, 의견, 참여 등 많은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노인을 주제로 한 전시에 함께 해달라고 제안이 왔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조용문 어르신이하 조용문_감히 못하겠다고 두 번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박물관 측에서 적극적으로 믿어주시고 안심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어요. 그래서 그럼 한 번 해보겠다고 힘을 냈지요. 그때부터는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하나의 도전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영광이기도 했습니다. 전시를 찾은 젊은이들은 ‘이 하찮은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구나’하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고, 노인들은 어떤 일을 하든 열등감이 아니라 자부심을 갖고 살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도 지하철 택배를 시작했을 때, 눈물도 흘렸습니다. 내가 젊어서 잘못했던 것들에 대한 업보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었죠. 그래도 ‘이겨내야지’라는 다짐을 숱하게 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것들 다 떨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하철 택배원이 되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신다는 것이 대단하다. 어떤 계기였나?

조용문_서울에는 지하철 택배원이 참 많습니다. 5천 명 이상 됩니다. 하루 다섯 건 정도 처리하면서 평균 3만 원 가량을 법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좀처럼 기록을 하는 이들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일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경험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블로그http://blog.naver.com/dlfqordufgks에 직접 그날의 실적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400건 정도 올라가 있습니다. 아마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저에게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것도 노인들이라고 하면 인터넷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그걸 높게 평가해 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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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

 

우리나라에서 노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조용문_ 지금은 제도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 65세는, 한창인 나이입니다. 76세인 저도 한창이고요. 사회적으로는 불리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전체적으로는 무능력하게 보내는 세대가 되어버렸죠. 그것은 물론 본인들이 나태한 경우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노인정책이 없다는 것 또한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간이 젊은이들에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청년 정책은 많이 나오지만, 이렇다 할 노인 정책은 없는 형편입니다. 그야말로 좌절하는 시절이죠.
 

우리나라에서 노인 문화는 어떤 모습인지?

김영인_ 전시에서 직접 그들의 문화를 다루지는 않지만, 기획 단계에서 알아본 바로는, 그분들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노인이 아닌 세대가 보기에는 그저 공원에서 바둑 두고,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내다 집에 가는 걸 전부로 여기기 쉽지만, 전시에 참여하신 어르신들과 같이 직업을 갖고 계신 분들도 많고, 저희 전시에서 도슨트로 활동하고 계신 어르신들도 교육을 마친 분들입니다. 즉 모두 자신의 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보려 하지 않을 뿐이지, 분명 존재하고 있습니다.
 

세대간 단절의 주된 요인은 ‘소통’이 아닐까 생각된다.
젊은 사람들과 소통에서 문제점을 느끼는가.

조용문_ 오늘 아침 버스를 탔는데, 당연히 그럴 거란 생각은 했지만,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물론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반드시 행해져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다만, 젊은 사람들이 ‘노인에게 잘 해줄 필요 없다’, ‘우리의 권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 노인이다’, ‘오히려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노인들 또한 무조건 배려 받을 필요가 없음에도 젊은이들에게 무작정 기대려 하는 것은 잘못이지요. 하지만 3~40년 사이에 세상에 너무 변해버렸어요. 우리 때만 해도 아들을 낳으면 노후보장이 된다고 여겼고, 그래서 우리도 자식들에게 미래를 기대하며 열심히 가르쳐 놓았는데 요즘 세상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러니 대립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제 블로그 방문자를 살펴보면 역시 젊은 사람이 많습니다.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는 이들이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기 때문이겠지요. 좋은 말들을 참 많이 해줍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 멋지다 라고요. 노인들 또한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가르치려 들기보다 좀 더 진보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통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겠지요.
 
 

기록은, 모두 역사이다

 

기획자 또한 젊은 세대이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자신에게도 변화가 있었는지.

김영인_ 저도 젊은 세대를 이루는 구성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편견이 있었죠. 제 전공상, 어르신들을 찾아 뵙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 많았는데, 그분들의 이야기보다는 어떤 소재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와는 많이 달랐고요. 결국 우리가 말하는 ‘노인 문제’란 관심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관심이 없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편견을 갖게 됐고, 그 편견을 해소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요.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은지.

조용문_ 나는 사실 노인이 아닙니다. 퇴직하면서 여러 힘든 일을 당했을 때, 무기력함에 휩싸여있던 그때가 노인이었죠. 지금은 아주 건강한 사람입니다. 늙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정신적으로 약해지고 자존감을 잃었을 때야 말로 노인이 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공언한 일이 있습니다. 80세까지 지하철 택배를 할 것이며, 블로그 방문자가 100만 명이 되면, 1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요. 지금 62만 명에 이르니 슬슬 기부 준비를 해야겠지요. 또 지금까지는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거기서 요령을 얻어 글을 썼지만, 이제 문법 공부를 제대로 해서 자서전을 쓰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임대규 노인의 말씀처럼, 기록은 모두 역사이니까요.
 

이번 전시 중에 관람객들이 꼭 보아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김영인_ 기존 전시와는 다르게 이번 전시에는 유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분들이 실제 만들고 간직한 물건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표현해 놓았으니까요. 그리고 전시는 영상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사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손때 묻은 것이란, 결국 그들과 함께 살아온 것이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늘 사람에 대한 문제에 집중합니다. 노인전 또한 그 일환이죠. 앞으로도 우리관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전시를 계속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속民俗의 민은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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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노인- 오랜 경험, 깊은 지혜>의
객원 큐레이터를 맡은 조용문 어르신과 전시를 기획한 김영인 학예연구원

 
 
특별전 <노인老人- 오랜 경험, 깊은 지혜>는 9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Ⅱ에서 열린다.

 
 

글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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