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 년을 한 곳에서 함께 살아 왔는데도 우리 얼굴에 지역차가 있다. 경상도에는 눈썹이 굵고 진한 사람이 많고, 반대로 평안도와 경기도 사람은 눈썹이 흐리고 대신 얼굴이 길다. 강가 바닷가 주민 65%는 쌍꺼풀이 있지만, 충청북도 내륙과 산지에는 6%만 쌍꺼풀이 있다. 이런 식으로 한반도 전체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위도와 경도에 따라 얼굴의 지역차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한국 사람으로 살고 있는데 이렇게 지역차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녀가 서로 만나야 결혼이 이루어지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남녀는 그만큼 서로 만나게 될 확률이 낮다.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눈썹이 진한 사람이 살고 있다면, 그 주변에는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만나기도 쉬워 결과적으로 결혼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게 결혼으로 이루어지면 식구가 2~3배 늘기 때문에 그 지역에는 자꾸 진한 눈썹이 많아 진다.
만일 코 만드는 유전자가 1개뿐이라면 세상 사람의 코 모양이 모두 같을 것이다. 이런 원리로 사람의 용모유전자는 그 수가 극히 적기 때문에 후손에게 대물림 된다. 구석기시대에 한 번 그 지역에 들어온 용모유전자는 비록 이동하더라도 뒤에 들어오는 사람과의 결혼에 의하여 일부라도 유전자를 남기게 된다. 어느 곳이든 인구의 유입과 유출은 계속되지만 적은 수가 들어오고, 적은 수가 나가는 한 본류가 바뀌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유전자풀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하나는 용모유전자의 대립성 때문이다. 눈썹이 진하면서 흐릴 수 없고, 길기도 하면서 동시에 짧을 수도 없기 때문에 얼굴은 이러한 대립 중 하나를 택하여 발현될 수밖에 없다. 수만 년 전 구석기 시대부터 지표상 적도 주변의 남쪽주민과 북유럽/시베리아계 주민은 전혀 반대의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현대의 한국인은 동남아시아의 순다열도로부터 올라온 진한 눈썹과 쌍꺼풀을 지닌 남방계의 지속적인 유입과 1만 년 전쯤 빙하기말 시베리아에서 만주를 통하여 남하한 흐린 눈썹과 작은 눈을 가진 북방계의 유입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위도와 경도에 따라 이 둘의 배합비가 다를 수밖에 없어 얼굴의 지역차가 생긴다.
지역에 따라 얼굴이 다르니, 얼굴 그림이나 장승, 불상, 석인상에도 그 지역 얼굴특징이 반영된다. 자신의 얼굴과 주변사람의 얼굴이 만드는 사람의 뇌리에 박혀있어 조각할 때나 그림을 그릴 때 부지불식간에 반영되는 탓이다. 100년 전 한국인 얼굴의 지역별 사진과 대조해 보면 얼굴의 지역차와 석인상, 장승의 지역차가 여실히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