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문지방에서는 달콤한 캐러멜 냄새가 났다. 할머니는 어느 신문기사에서 초 대신 캐러멜 을 싼 밀종이로 문지방을 문지르면 때도 안 타고 퍽 편하다는 기사를 그대로 믿었다. 초로 문지방을 반질거리게 하는 건 내 몫이었는데 언젠가부터 그 일을 할머니가 대신했다. 둥글게 등을 말고 문지방 앞에 앉아 있던 할머니와 곁에 놓인 ‘해태 커-피 카라멜 상자’. 그 장면은 어쩐지 잘 잊히지 않는다. 삼 남매의 막내딸이었던 나에겐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많았다. 할머니는 툭하면 장손 앞길이 막힌다는 소리를 자주 하셨는데 특히 내가 문지방에 발가락만 갖다 대도 꽥 하고 소리를 지르셨다.
옛날에 지어진 집에는 모든 방마다 문지방이 있었다. 늘 그것을 넘어 다녀야 한다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문지방을 밟으면 복이 나가거나 문지방에 사는 귀신이 노한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 자라서 생각해보니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한옥은 대부분 여닫이였다. 방과 방으로 통하는 문의 높이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낮았는데 거기에 문지방이 꽤 높았다고 한다. 아마 문을 열 때마다 밟고 지났다면 머리도 문지방도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다 나무로 된 이 문지방이 습기를 먹으면 틀어지는 경우가 많아 문지방을 자주 밟으면 집의 균형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고 한다. 닳은 문지방은 바람이 들기에도 좋아서 겨울엔 닳은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꽤 추웠을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옛 가옥들을 돌아보면 문지방이 둥글게 닮아 내려앉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당시 손님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기에 썩 좋은 일은 아니었을 거다.
문지방에 관한 속설들을 들어왔지만 이것은 아마도 손자와 집 둘 다를 위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가장 컸을 것이다. 문지방 밟는다고 하루아침에 집이 무너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여러분이 알고 있는 문지방에 관한 속설은 무엇인가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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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런 속설들이 있는거였군요.
저도 문지방 밟지 마란 소리 엄청 듣고 살았네요….
복나간다… 엄마 일찍 죽는다…. 뭐… 등등…
그 땐 엄마 일찍 죽으면 안되니깐 안 밟았던거 같아요.
문지방 밟으면 재수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른사람이 우리집에 와서 문지방 밟으면 싫었고 남의집에 가도 항상 조심했는데, 지금도 그래요. 속설이라고 해도 나쁘다는걸 굳이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