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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체험기

야광귀가 내 신발을 노린다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1월 18일 월요일 오후, 방학을 맞은 어린 학생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어린이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추워진 날씨 탓에 두꺼운 옷을 입고 있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추위를 헤치며 어디를 바쁘게 가고 있는 것일까요? 아이들을 따라 들어간 곳은 어린이박물관 교육이 진행되는 국립민속박물관 볕들재입니다. 안에서는 겨울방학 유아대상 교육프로그램 <박물관은 내친구-야광귀 이야기>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잠든 사이 야광귀에게 뺏기면 안돼!
신발을 지켜라!

 

예닐곱 살의 어린이들이 모인 온누리방, 교육에 앞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주머니 하나를 보여주시는데요. 주머니 안에는 신발과 복주머니가 들어있습니다. 바닥에는 우리 선조들이 신던 여러 신발들이 보이네요. 오늘 교육과 야광귀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잠깐, 야광귀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야광귀는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 새벽에 신발을 훔쳐가는 귀신입니다. 야광귀에게 신발을 뺏기면 일 년 동안 운수가 불길하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발을 방 안에 감춰두거나, 구멍만 보면 숫자를 세는 야광귀를 쫓기 위해 체를 걸어놓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숫자를 잘 세지 못하는 야광귀가 체의 구멍을 다 세지 못하고 동이 터서 도망가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자, 이제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야광귀 이야기가 낯선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구연동화에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납니다. 구연동화가 끝난 후 신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신었던 다양한 신발들이 보입니다. 사극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짚신에서부터 이름도 어려운 태사혜와 운혜까지 다양한 신발이 있습니다. 목화라는 신발도 있었는데 처음 들었을 때 목화솜을 넣어 목화인 줄 알았는데, 목이 긴 신발이라서 목화라고 하네요. 오늘 날씨가 추워 많은 분들이 부츠를 신고 오셨는데 생긴 모양이 비슷합니다. 야광귀가 복을 받기 위해 탐내던 그 신발은 어떤 신발이었을까요?

이어서 신발을 직접 신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른 신발이라 잘 맞진 않지만 아이들은 신발을 신고 교육장 안을 걸어봅니다. 이제는 다양한 신발들이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신발의 기능에 따라 워킹화, 등산화 등 다양한 신발을 쉽게 구할 수 있지요. 옛날에도 마찬가지로 기능과 목적에 따라 여러 신발이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 선조들이 신던 신발들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만나볼 수 있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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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날에는 떡국, 세배 말고
야광귀 이야기도 함께 해요

 

박물관 교육이 여기서 그치면 섭섭하겠죠? 직접 박물관 안에서 오늘 배운 신발들을 찾아봅니다. 상설전시실 2관에 전시되어 있는 신발들을 관람했는데요. 아까 신어본 신발과 함께 다양한 신발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비 올 때 신는 나막신을 비롯한 다양한 신발과 함께 짚신을 삼는 도구도 있네요. 저도 여러 번 상설 전시를 관람했지만 이렇게 신발에만 초점을 맞춰 본 것은 처음이라 흥미로웠습니다.

다시 볕들재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하는 게임을 시작합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었던 큰눈이 도깨비와 키다리 도깨비 두 팀으로 나눠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종목은 오늘 배운 신발을 이용해 멀리 벗어둔 신발을 신고 돌아오는 게임입니다. 아이들 모두 열심히 했지만 함께 하신 부모님들이 더 열심입니다. 오전에 동일하게 진행된 교육에서는 열기가 과해서 넘어진 분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치지 않고 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참여하신 분 모두 열심히 하신 덕분에 결과는 11대 11, 무승부입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교육이 끝나고, 볕들재를 나서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해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박물관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공간이 아니겠죠? 야광귀 이야기를 비롯한 어린이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은 사전예약제로 진행되는데요. 빨리 신청하셔서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함께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즐거운 추억 만들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야광귀 이야기’는 다가오는 설과 관련된 교육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설과 관련된 세시풍속을 박물관에서 놀면서 배우는 교육이었는데요. 설과 관련된 풍습에는 떡국과 세배말고도 야광귀처럼 재미난 이야기가 있었네요. 오늘 온 어린이들이 얼마 후 있을 설날에 신발과 복주머니를 보며 야광귀를 기억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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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민동민 |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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