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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시

밥상을 말하다

지금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는 ‘2015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공동기획전 <밥상지교飯床之交>’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밥상을 통해 서로의 음식이 어떻게 전해지고, 또 어떻게 소화되고 있는지 한 눈에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이다. 개막한지 아직 채 한 달도 안되었지만 관객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어떤 이들이 이 전시를 준비했을까. 전시의 기획을 맡은 김창호 학예연구사, 공간디자인의 최미옥 학예연구사, 영상디자인의 조소현 연구원, 포스터디자인의 김미혜 연구원과 함께 얘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도 한 명의 관람객으로서 의견을 보탰다.

 
 

 

Q. 밥상지교는 일반 전시와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국교정상화를 위한 특별 교류전이다. 이 전시의 주제를 ‘음식’에서 찾은 것 또한 즐거운 발상이다. 어떻게 나온 기획인가.
 
김창호전시기획 학예연구사_ 우리나라와 일본, 사실 여러 주제를 논할 수 있겠지만 민족성에 기반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낮은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찾은 답이 ‘음식’이었어요. 서로의 나라에 여행을 할 때에도 그 나라에 간다는 느낌보다 그곳의 어떤 식당을 찾아간다는 느낌이 강한 요즘이니까요. 국교정상화 50주년인만큼 1965년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보자고 내용을 압축해 갔죠.
 
우리 식문화를 말할 때 일제강점기 후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어요. 그렇다면, 우리 생활로 들어온 일본의 음식과 식문화가 어떻게 우리 식으로 소화 되었는지를 얘기해 보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더불어 일본에 넘어간 우리의 음식도 같이 보여주자, 이것에서 맥을 잡았어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억의 지점이 있어요. 일제강점기, 주거환경의 변화, 라면의 개발 등 식품의 획기적인 사건 등등. 이 지점들을 골라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Q.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영상이 아닐까 싶다. 영상에 주력한 이유가 있는지.
 
조소현전시영상 연구원_ 가장 발목을 잡은 것은, 음식전인데 전시장 안으로 음식이 들어올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뭐가 있을까, 고민 끝에 얻은 답이 ‘영상’이었습니다. 김창호 학예연구사님에게 ‘이 전시는 한마디로 뭡니까’라고 물었을 때 되돌아온 답은 ‘추억’이었어요. 사람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각 세대가 갖고 있는 맛에 대한 지점을 건드려서 보여주자. 그래서 인터뷰의 공통적인 제목도 모두 ‘00에 대한 기억’이에요.
 
김창호_ 음식이라는 것이 현지화 되고 소화되는 것의 주체는 사람이니까요. 그들의 기억과 만나 음식은 특별해 지죠. 그래서 각 코너마다 인터뷰를 넣었어요. 관람객들도 그 영상을 통해 ‘아, 내 이야기구나’, 혹은 ‘아, 이렇게 살았구나’ 하고 깨닫게 되면서 음식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 수 있도록 돕고자 했습니다.
 
조소현_ 입사이래 가장 많은 영상을 넣은 전시예요. 액자류 영상이 26~7개, 큰 덩어리의 영상이 네 개 지점에 배치되었죠. 사실 양 많은 것은 문제되지 않았어요. 다만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 조금 힘들었어요.

 
 
Q. 영상이 많다는 것은 공간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
 
최미옥전시디자인 학예연구사_ 자고 일어나면 영상이 늘어있고.웃음 아니요, 영상은 문제되지 않았어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주제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메시지는 갖고 있으나 표출하지 않는 전시라는 점이었어요. 콘셉트가 총 세 번 정도 바뀌었어요. 원탁에서 위계나 순서 없이 얘기해보자는 첫 번째 콘셉트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터널을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구성해보기로 했다가 백화점 지하 식료품 코너에 가보자에 이르렀죠. 일상을 배경으로, 동시대를 살고 있는, 각자 다른 경험을 가진 여러 세대의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서는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식료품 가게에서 일상 생활을 하듯 전시장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건 어떨까. 마치 쇼핑하듯 전시관람을 하는 거죠.
 
조소현_ 그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여러 전시 기법을 마련했어요. 마켓에서 실제로 결제하는 것과 같은 바코드 태깅, 일본의 젊은이들이 가는 신주쿠의 한국 음식점이나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는 이자카야를 재현한 공간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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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자카야서울 망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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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 삼겹살집요코하마

 

최미옥_ 그래서인지 관람객 중에 학생들이 많은 편이에요. 각 코너마다 체류시간도 긴 편이고요. 건드려볼 것이 많고, 봐야 할 영상도, 들을 것도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마도 ‘박물관의 전시’라는 부담감, 특히 ‘국립민속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덜하고, 이것은 결국 전시가 일상에 가 닿을 수 있는 좋은 현상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복려궁중음식연구원장_ 확실히 전시기법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져요. 젊은 친구들도 즐기면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게 보기 좋고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러한 식문화의 변화 속에서도 그 중심인 우리 한식에 대한 변화를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한일 밥상 비교 영상에서 일본 쪽은 일식삼채 전통과 식기, 젓가락질까지 다 잘 담겨있는데, 우리나라 쪽은 오첩반상이나 둥근 식기 등 우리의 것이 잘 드러나있지 않더라고요. 물론 지금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긴 하지만, 행여 이런 일상적인 것이 한식의 전부라고 오해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김창호_ 맞습니다. 사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의도했던 것은 한국과 일본의 보편적인 가정에서 먹는 일상적인 음식과 실제 사용하는 식기를 이용한, 정말 평범한 식생활이었어요. 현재를 통해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자는 취지로요. 선생님께서 우려하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문화전공자이다 보니 음식을 바라보는 식견이 다른 것 같아요.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복려_ 제가 이 부분을 더 눈 여겨 봤던 이유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실질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어머니 세대를 두었기 때문이에요. 영향을 많이 받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생활이 그러했으니까요. 그래서 늘 음식에 있어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요. 사실 전시를 관람하기 전에는 일본의 것이 많이 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흐름을 갖고 전 시대의 것부터 오늘에 이르는 모습이 잘 표현된 것 같습니다.
 
김창호_ 다음에 선생님 모시고 제대로 갖춘 음식전을 한 번 해야겠습니다.웃음
 
한복려_ 그럽시다.웃음

 
 

Q. 이번 전시는 특히 포스터와 초청장이 참신하다는 의견이 많다.
 

김미혜전시홍보물 연구원_ 포스터나 초청장 등은 공간, 영상 디자인에 드는 시간만큼 급박하진 않지만 초반에 작업을 해야 해요. 무엇을 담은 전시인지를 먼저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제일 중요한 것은 ‘메시지’예요. 심증적으로는 공감하는 메시지가 분명한데, 이걸 단어로 요약하기가 힘들어요. 이번 전시의 경우 음식이 얼마나 대표성을 띨 것인가 하는 부분이 가장 관건이었어요. 음식이나 다양한 이미지로 연구해 봤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타이틀이 하나로 정해지고, 그 타이틀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수저, 면, 식기류 등이 합쳐지면서 지금의 결과물이 나오게 됐어요.
 
한복려_ 저는 초청장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자개상, 교자상을 예쁘고 신선하게 형상화 했더군요.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홍보물 디자인은 늘 고민되는 부분이에요. 전시의 얼굴이기도 하니까요. 이번 초청장을 받아보고 아이디어에 감탄했어요. 국립민속박물관은 다른 곳에 비해 변화가 많아요. 젊은 감각이 물씬 느껴지죠.
 
김미혜_ 감사합니다.웃음 사실 이번 전시는 저희 팀원들이 모두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거의 모든 일을 함께했어요. 전시 이름도 그것 중 하나입니다. 다 같이 모여서 계속 브레인스토밍을 했어요. 그러다 어떤 단어가 나오고, 그 단어에서 한 글자를 바꿔보고, 그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서 밥상지교를 만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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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옥_ 사실 가장 중요한 한 방은 김미혜 선생님이었어요. 처음에는 일상다반사라는 말에서 ‘밥상지사’가 나왔는데, 거기서 한 글자를 바꿔서 밥상지교가 되었죠.
 
김미혜_ 모두 모여 온 벽을 가득 메웠던 브레인스토밍의 결과죠.웃음

 
 

Q. 이렇게 모두 함께 고생한 끝에 전시가 오픈되었다. 소감이 궁금하다.
 
김창호_ 제가 대표로 말씀 드리자면, 무엇보다 제 공부가 부족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구성이 여러 번 바뀌었어요. 시간의 흐름이었다가 사건의 지점이었다가. 만일 구성안이 탄탄하고 자료가 확실했다면 콘셉트가 어떻게 바뀌든 연결 지점이 씨실과 날실처럼 흐트러지지 않았을 텐데, 구성안이 바뀌면서 미리 준비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드러나곤 했어요. 그것이 가장 팀원들에게 미안하고, 또 후회도 됩니다.
 
하지만 팀원들과 협업은 최고였다고 자부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전시이름을 함께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위에 각자의 것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쌓아갈 수 있었던, 그런 시간이었어요. 지금까지 진행했던 전시들에 비해 조금 더 발전된, 그래서 재미있던, 그러나 힘들었던 그런 전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마 ‘음식전시’라고 할 때 예측되는 그런 전시가 아닐 겁니다. 음식을 문화로 접근할 때 얻게 되는 다양한 정보들, 그리고 추억. <밥상지교>는 그런 전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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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영상_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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