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고, 또 아무도 없고.
내 손을 잡고 이끌던 할머니가 처음으로 쥔 손을 놓고
곱게 손 모아 절을 한다.
할머니가 도깨비한테 절을 한다.
이렇게 해야 내가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한다.
험악하기 그지 없는 눈으로 악귀가 얼씬도 못하게 쫓아준다고 한다.
엉겁결에 할머니를 따라 손을 모은다.
우리 할머니도 건강하게 지켜주세요.
할머니가 다시 내 손을 잡고 마을로 들어선다.
‘장승’은 보통 마을입구나 길가에 서서 마을을 수호하거나 사찰이나 지역간의 경계표, 혹은 이정표 구실을 하는 마을 신앙물이다. 벽사辟邪, 이정표里程標, 경계표境界標, 비보 등의 역할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벽사신으로, 마을이나 사찰의 입구에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악귀를 막아주는 역할이다. 장승은 재질에 따라 나무로 된 것과 돌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뉘는데, 나무장승은 주로 중부지방에서 많이 나타나며, 돌장승은 주로 남부지방과 도서지방에서 많이 나타난다. 지역에 따라 장승, 벅수, 법수, 돌하루방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번 경기도민속문화의해 특별전 <경기 엇더하니잇고!>에는 특별한 장승이 전시되어 있다. ‘엄미리 장승’이다. 사모를 쓴 장승에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 짝을 이루는 장승에는 ‘지하대장군地下大將軍’이 적혀 있다. 엄미리 장승은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엄미리에 있어 붙어진 이름이다. 엄미리는 일찍이부터 장승을 모셨던 마을로, 남한산성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 과거부터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다. 이곳은 지금도 변함없이 장승을 모시고 있으며 2년에 한번씩 음력 2월 초에 산신제를 지내고 장승을 새로 깎아 세운다.
경기도민속문화의해 특별전 <경기 엇더하니잇고!> 전시장에 서있는 엄미리 장승은 1966년도에 박물관에 기증된 장승으로, 총 4기가 기증 되었으나, 이번 전시에는 2기만 전시를 하였다. 장승과 함께 솟대가 함께 세워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