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겉치마는 남방사라 上裙藍方紗
걸음마다 쟁그랑쟁그랑 하니 琮琤行有聲
은도와 향가가 부딪는 소리라네 銀桃鬪香茄
가늘고 고운 백저포 纖纖白苧布
정녕 이는 진안 모시일세 定是鎭安品
말아서 깨끼적삼 만드니 裁成角岐衫
광채가 능단 같다네 光彩似綾錦
이옥李鈺, 『이언俚諺』 ‘염조艶調 5’, ‘염조艶調 9’
섬세한 남색 비단 치마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붉은 속치마,
은 장신구가 서로 부딪히며 내는 청량감 가득한 쟁그랑 소리
얇고 흰색 모시 고운 결 틈으로 엿보이는 아름다운 자태
희고 가늘며 긴 부드러운 곡선들. 입은 듯 안 입은 듯 가벼운 옷,
깨끼바느질로 바느질 자국 감춰 완성되는 정성스런 단아함.
사실 깨끼적삼은 만들고 입는데 손이 많이 가는 옷이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이보다 시원한 여름옷을 대신할 것이 없었다. 깨끼적삼은 형이 단아하면서도 소재가 얇고 희다 보니 속이 드려다 보이는 ‘씨스루 룩’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씨스루 룩은 소재의 고급스러움과 옷 주인의 원숙한 자태에 의해 완성된다. 모시적삼, 그중에서도 깨끼바느질 적삼을 입은 아름다운 실루엣의 여인이 뜨거운 여름, 길에 피어 오른 아지랑이 사이로 손부채로 햇빛을 가려가며 걸어오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곱게 쪽을 지고, 옥색 모시치마에 모시적삼을 입은 여인의 맵시는 단아한 우아함이 있다. 살짝 펴져 내린 곧은 선은 사르르 곡선을 이루기도 하고, 투명하게 비치는 옷솔기의 선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이옥이나 조지훈 등 옛 시인들의 시에서는 모시나 사紗로 만든 옷차림의 선과 미에 대해 칭송한 구절들이 자주 보인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전통미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모시적삼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적삼은 홑으로 만든 저고리로 여름용 적삼과 저고리 밑에 입는 속적삼이 있는데, 모시나 삼베 같은 옷감을 사용한다. 모시옷은 풀을 적당히 먹여 잘 손질해서 밟고 또 손질해서 밟아, 거의 다린 것처럼 반반해지면 잡아당기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려야 옷 모양이 제대로 나온다. 음식이든 옷이든 정성이 들어가야 곱게 되는 법이다. 이렇듯 다루는 법이 쉽지 않지만 옷의 질감에서 느껴지는 청량감과 여성스러운 우아함 때문에 여성들이 여름용 저고리로 자주 입었던 것이 바로 모시적삼이다. 일반 저고리와는 달리 고름이 없이 단추로 여며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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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님들의 멋스러움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그 옛날에 벌써 시스루를 완성하다니요.
지금 우리가 너무 몰라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민족 고유의 의상에 대한 애정은 많을 수록 좋지요,, 역사가 있는 민족은 고유 의상도 수준이 있다고~~ ,
과거와 현대가 어우러진 우리만의 새로운 의복,복식의 개발이 필요한 시기라 하는 요즈음에 아주 요긴한 글로 생각되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고맙습니다,,
투명한 옷감에 단아하고 곧은 선
입은 자태는
더욱 고귀하고 산뜻하다.
그저 글을 읽었을뿐인데… 왠지 머리속에 예쁜 언니가 모시적삼입고 은가락지끼고 걸어오는 듯 한 상상이…
세모시 한복 .고고하고 단아함이 눈에 선합니다. 고운 삶 사시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