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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3

개방형 수장고가 어린이 관람객을 만나는 방식
“어서와 너희들이 보물이야!”

국립민속박물관의 개방형 수장고인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어린이체험실이 작년 12월 재개관하였다. ‘놀면서 배워야 하는’ 어린이의 행동 특성을 반영하여 새로 조성된 체험실은 성인 관람객에게도 다소 생소한 개방형 수장고라는 개념을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만나도록 하였다. 운영방식도 보다 현장 중심으로 사전예약에서 현장등록으로 재편되었는데, 주말이면 긴 발권 대기 라인이 생기고 오전이면 그날의 마지막 회차까지 매진 사례가 이어질 정도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에게 사랑받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어서와 너희들이 보물이야!’ – 유물이 어린이로 대치된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어린이체험실은 개방형 수장고가 어린이를 만나는 방식을 이름에서부터 보여준다. 바로 ‘어서와! 너희들이 보물이야’라는 제목처럼 어린이 관람객이 주인공이 되어 스스로를 관찰하고 탐구하도록 하며 어린이 행태 특성에 맞는 놀이 체험실을 지향한다. 체험공간도 기존에 익숙하게 보아 온 어린이박물관 전시와는 다르다. 그래서 이곳을 둘러보면 언뜻 키즈카페나 놀이시설 같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로비에서 마주한 거대한 유물 수장타워를 모티브로 한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또한 체험 콘텐츠도 ‘어린이’가 어떻게 ‘개방형 수장고’를 이해하면 좋을지 그리고 ‘민속’을 생활과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기획되었고 체험물이 디자인되었다.

<어서와! 너희들이 보물이야> 홍보 포스터

파주 개방형 수장고가 유물이 중심이라면, 체험실에서는 어린이가 중심이다. 체험 시나리오는 유물을 어린이로 대치하여 본인이 입장하며 벗은 신발을 자외선 소독 기능을 가진 신발장에 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손을 깨끗이 소독하고 먼지를 털고 핀업 체험대에서 키를 재보고 블록으로 본인의 이름을 써보는 과정은 수장고에서 유물이 입고되면 관리되는 프로세스를 놀이화한 것이다. 또 엑스레이를 찍듯 몸속을 들여다보고 움직임을 즐겨보는 인터랙티브 영상과
띠 퍼즐을 맞추거나 몸을 보호하는 옷을 입혀보는 활동은 유물이 안전하게 보수되고 관리되는 과정을 놀이화한 것이다. 끝으로 자신을 탐구한 놀이 활동을 정리하면서 그림일기를 쓰는 코너는 박물관의 아카이브 활동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담은 것이다. 이런 일련의 체험 활동을 통해 전시 제목처럼 어린이 자신이 보물처럼 소중한 존재임을 알도록 한다. 나아가 이 체험은 개방형 수장고로 확장되어 자신처럼 소중한 유물과 자료들이 어떻게 보존되고 관리되는지 호기심을 갖도록 안내한다.

보호자와 함께 미션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자기 주도적 체험
어린이체험실에 비치된 활동지도 어드벤트 캘린더1)를 모티브로 디자인하였다. 이 활동지는 곧 체험실 전면에 보이는 구조물 디자인과도 세트를 이룬다. 활동지에는 열 개의 문마다 주어진 미션이 있어 어린이들이 체험실을 돌며 이를 수행하도록 안내한다. 활동지 뒷면에 그림일기를 쓰는 면이 있어 그날의 체험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기록하면서 활동을 마무리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활동지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즐거운 탐구과정이 되고 보람과 성취감을 주어 어린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도록 한다. 또한 동반 보호자가 어린이의 미션 수행을 조력할 수 있게 돕는 역할도 한다. 미션을 수행하고 기록하는 모든 과정이 수장고에서 유물을 다루는 과정과 흡사하여 조력하는 보호자도 어린이를 통해 수장고 개념을 간접 학습할 수 있기도 하니 어린이를 통해 보호자의 간접 학습 효과도 있겠다. 필자의 학위논문을 근간으로 한 『어린이뮤지엄(2023, 학연문화사)』에서도 언급하였던 바인데 좋은 어린이박물관을 평가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첫째, 어린이가 즐거운가? 둘째, 함께한 보호자도 즐거운가? 이 기준에 부합하는 체험실이 되도록 기획에서부터 공간디자인까지 세심한 고민을 담았다.

몸을 보호하는 옷, 특히 민속복식을 전시하는 코너
신발을 소독하고 손을 소독하는 코너(왼쪽)와 먼지를 털고 통과하는 체험물(오른쪽)
인트로 영상과 활동지(왼쪽)와 활동지 그림일기-이우진 어린이(오른쪽)

유네스코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어릴 때 잘 놀았던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행복지수가 높다고 하였다. 박물관의 체험 활동 그리고 교육 또한 어린이가 유익하게 잘 놀 수 있는 경험의 연장이기를 바랐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어린이체험실, ‘어서와 너희들이 보물이야!’는 즐겁게 체험하는 어린이들이 보물이 되는 공간이며, 어린이들을 보물처럼 맞이하는 개방형 수장고의 환대 방식이다. 가족의 달 5월을 즈음하여 어린이체험실에서 마주하는 어린이들의 밝은 웃음과 미소가 파주관을 찾는 관람객의 마음속에도 행복한 기억으로 소장되기를 바라본다.

새로 개편한 어린이체험실은 미취학 어린이를 주 대상으로 1일 7회(한 회차당 50분) 운영하며 사전예약 없이 현장등록으로 이용할 수 있다.

1)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1일부터 25일까지 날짜가 적힌 캘린더를 하나씩 열면 작은 선물이 들어있어 즐겁게 성탄을 기다리도록 하는 서양의 크리스마스 달력이다.


글쓴이 | 최미옥_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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