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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개방형 수장고,
21세기 박물관을 꿈꾸다

박물관은 소장품의 수집과 보존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기반으로 존재하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면서 전시·조사·연구·교육 등 새로운 역할이 강화되어 왔다. 21세기에 들어 박물관 소장품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과 활용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었으며, 이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개방형 수장고가 등장하게 되었다. 1972년 캐나다 정부는 “자국민의 역사적 문화적 지식과 문화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립박물관 정책The National Museum Policy’을 발표하였으며,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인류학박물관Museum of Anthropology은 소장품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한 결과,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방형 수장고 전시를 시도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사례의 영향으로 이후 세계 각국의 주요 박물관들도 개방형 수장고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에 들어서 새롭게 박물관을 건립하거나 기존 박물관의 수장고 포화상태에 따른 신규 수장고 건립 과정에서 개방형 수장고가 수용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소장품의 보존과 대중에게 더 많은 ‘박물관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개방형 수장고 및 정보센터’를 지하 1층, 지상 2층의 연면적 10,268㎡ 규모로 경기도 파주 헤이리 마을에 설립하여 소장품 14만 3천여 점과 민속아카이브자료 99만 7천여 점을 2021년 7월 23일부터 대중에게 공개하기 시작하였다.

박물관의 소장품은 재질에 따라 보존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재질에 적합한 온·습도 환경을 만들어 목재·금속·섬유·지류 등으로 수장 공간을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으며, 같은 재질의 경우에는 소장품을 용도·기능으로 분류하여 같은 유형끼리 보관하고 있다. 소장품의 공개는 보존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소장품 재질에 따라 공개하는 방식을 차별화하였다. 상대적으로 조도와 온습도의 영향을 적게 받는 도토기 및 석재류를 보관하는 곳은 개방형 수장고로 운영하고 있고, 비개방 영역 수장고는 검색 시스템을 통해 기초 설명자료와 함께 다양한 고화질 사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소장품 열람 신청을 통해 실물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박물관 학예 직원이 주제를 선정하여 기획한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는 기획 의도에 따라 설명문과 함께 전시된 소장품을 관람하지만 개방형 수장고는 스스로 필요로 하는 정보를 학습하는 과정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관람객에 따라 최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제공될수 있도록 하였다. 개방형 수장고는 소장품이 밀집되어 전시되어 있기 때문에 키오스크 검색대를 활용하여 정보를 검색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소장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관람객에게는 소장품 이미지와 함께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미디어 아트 영상을 보면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보다 전문적인 정보를 필요로 하는 관람객에게는 민속아카이브센터와 전문가 검색실을 통해 세부적인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부모와 함께 방문하는 미취학 어린이들을 위해 각종 체험을 통해 개방형 수장고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어린이체험실도 마련되어 있으며, 어린이·청소년에게 활동지를 제공해 소장품을 이해하며 관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개방형 수장고는 소장품의 공개뿐만 아니라 박물관의 구성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대중에 공개하여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3수장고와 8수장고는 각각 금속과 목재 유물이 보관된 수장고로 시창을 통해 수장고 내부 격납 시설을 볼 수 있으며, 박물관 구성원들이 작업을 하는 시간에는 소장품을 출납하고 보관하는 방법도 볼 수 있다. 7수장고는 박물관에 새로 수집된 자료를 정리하는 공간으로 시창을 통해 학예 직원들이 직접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에는 유물의 정리부터 수장고로 격납까지의 과정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열린보존과학실은 재질별 소장품 보존처리, 유물 가해 해충, 생물 방제 설비인 저산소 살충 챔버, 온·습도와 유물과의 관계 등을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 소장품 공개는 상설전시와 기획전시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대다수의 박물관이 소장품의 5% 내외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소장품은 박물관의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학예 직원이나 외부의 전문가에게 선택적으로 개방이 허용되어 왔다. 개방형 수장고의 개관으로 보다 많은 박물관 소장품을 대중에게 공개하여 선택과 활용의 권한을 관람객에게 더 많이 부여할 수 있다. 또한 관람객에게 소장품에 대한 해석과 이해를 돕기 위하여 특별전시를 개최하기도 하고,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작가들과 협업을 통한 전시 등으로 소장품의 활용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경기 북부 지역의 유일한 국립박물관으로서 인근 지역 교육 기관과의 연계로 학교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관광자원으로서의 박물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파주에 개방형 수장고를 개관하여 지난 7월 23일 개관 2주년을 맞이하였다. 2년간 국내외 박물관, 도서관, 대학원 등 180개 기관에서 1,132명이 다녀갔다. 새롭게 개방형 수장고를 건립 예정이거나 기존에 운영 중인 기관에서 시설을 견학하고 운영상의 자문을 받기 위해서다. 박물관 관련 전국의 대표 기관이 거의 다 다녀갔을 정도로 개방형 수장고에 대한 관심은 박물관 소장품의 ‘공유와 활용’이라는 과제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다. 박물관의 소장품은 한국인이 생과 사를 함께 하며 사용되었던 생활 유물들로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헤아릴 수 없는 생생한 삶의 지혜와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속에는 글로벌시대에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우리만의 빛깔을 말할 수 있는 K-Culture 근간을 이루는 전통문화의 보고라 할 수 있다.박물관 소장품을 사용하기를 원하면 누구나 쉽게 찾아서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수장고야말로 박물관 소장품의 접근과 활용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21세기 대표적인 박물관의 모습이 아닐까?


글 | 김종태_유물과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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