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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

아카이브 어렵지 않아요:
민속아카이브 정보센터 개편

2024년을 맞이하고도 벌써 1분기가 훌쩍 지나갔다. 그사이 대화나 타건 소리 외에는 고요하던 아카이브 등록실의 분위기가 제법 달라졌다. ‘콩!’, ‘콩콩!’ 벽을 두드리는 경쾌한 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성가실 만큼의 소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직원들은 이 소리가 들리면 들릴수록 흐뭇하고 보람된다. 모순 같은 이 상황은 대체 무엇이며, 누가 무슨 이유에서 벽을 두드리는 것일까?

실감형 콘텐츠를 준비하며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개관과 함께 신설된 민속아카이브 정보센터에서는 우리 관이 수집한 음원, 영상, 출판물, 영상자료, 기타 기록물 등 총체적이며 다양한 민속아카이브 자료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해왔다. 또한 주요 기증전의 요약전시 및 아카이브 등록 실무를 설명하는 동영상, 민속 조사에 쓰인 여러 도구 등을 전시하여 민속아카이브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높이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왔다.그러나 ㅁ정보센터를 운영하면서 주어진 과제도 있었다. ‘직원들에게도 생소할 민속아카이브의 역할과 개념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무엇일까? 비개방 영역에서 진행되는 수집과 정리, 보존이라는 우리의 작업 과정을 어떻게 보여줄까?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민속아카이브를 친숙하게 느낄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고민으로 2023년 하반기부터 실감형 콘텐츠를 준비하였다.

민속아카이브, 무슨 일을 하니?
정보센터 입구에서부터 서가 공간에 걸쳐 구현된 민속아카이브 실감형 콘텐츠는 미디어 큐브, 민속아카이브 팩토리, 4종의 인터렉션 콘텐츠, 나만의 아카이브로 구성되었다. 프로젝트 맵핑 기법과 모션 인식 센서, 다양한 체험물을 활용하여 관람객의 관심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정보센터의 입구에 들어서면 민속아카이브를 상징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바로 ‘미디어 큐브’이다. 큐브의 앞면에는 LED 패널을 통해 미디어아트 영상이 상영되고, 뒷면에는 2007년 민속아카이브가 개소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발자취를 소개한다. 영상에서는 거대한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에서 사진이 담긴 상자들이 모이고 퍼지는데, 자료의 수집과 저장, 공유, 확산이라는 민속아카이브의 역할을 표현하였다. 현재는 겨울에 해당하는 자료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사진은 업데이트될 것이다.

미디어 큐브 왼쪽 벽면에는 ‘민속아카이브 팩토리’가 펼쳐진다. 민속아카이브 팩토리는 민속아카이브의 단계별 업무 과정과 분야별 활용 사례를 공장[팩토리]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시트는 클립보드, 필름, 폴더 세 영역으로 구분되며 각각 자료의 실사와 정리, 실물 자료의 관리, 자료의 디지털라이징에 관한 영상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한다. 직원들을 꼭 닮은 캐릭터들이 바삐 움직이면서 벽을 터치하도록 유도하고,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민속아카이브의 업무 과정을 익힐 수 있다. 추가로 비개방 영역인 13, 14, 15 수장고의 현황과 수집된 자료들이 출판, 홍보, 전시, 연구, 교육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알 수 있다.

시대별, 매체별 다양한 자료를 한 자리에
상설전시 영역은 4종류의 인터렉션 콘텐츠가 설치된 ‘아카이빙 컬렉션’으로 개편되었다. 관람객들은 먼저 디지털 액자에 담긴 헤르만 산더와 김수남의 기증 사진, 시장 조사 사진과 마을 제당 조사 자료 등 민속아카이브 대표 사진들을 다이얼로 넘겨 보거나 화면을 터치, 확대해 볼 수 있도록 조성하였다. 다이얼 인터렉션 영역 사이에는 조명이 비치는 상자와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우리 관 소장품 다섯 가지를 3D 프린팅으로 만든 유물 모형을 놓았다. 안내에 따라 모형을 직접 상자 안에 넣으면 가상의 스튜디오에서 캐릭터들이 카메라로 소장품을 촬영하고, 그 사진들이 가상의 상자에 모이는 영상이 재생된다. 이어서 장면이 전환되면서 민속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차례차례 관람객들에게 보인다. 현재 갓과 장승, 지게, 물동이, 탈과 관련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우리 관에서 수집한 1990년대부터 2000년대의 홈비디오를 활용한 체험도 가능하다. 백일·돌잔치, 입학식·학예회·졸업식, 결혼식, 회갑·칠순·팔순, 장례식을 각각 담은 다섯 개의 비디오테이프를 테이프 재생기 모형에 꽂으면 체험이 시작된다. 모형 윗면에 캐릭터가 등장하여 플레이어를 작동시키는 영상이 재생되고, 장면이 전환되면서 기증자들의 일상이 담긴 홈비디오 영상과 설명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각각의 콘텐츠를 체험하면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우리 관이 수집한 음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채록한 가창유희요, 세시유희요, 농업노동요, 어업노동요, 가사노동요 중 하나를 선택하면 음원을 들으면서 노래의 가사, 관련된 사진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나의 일상을 아카이브로
서가 공간과 전문열람실 사이에는 관람객들이 아키비스트 체험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아카이브가 설치되었다. 나만의 아카이브는 네 대의 태블릿 PC와 터치가 가능한 아카이브 월로 구성되었다. 관람객들은 먼저 태블릿 PC에서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QR코드로 전송된 URL에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한다. 이어서 마치 아키비스트가 자료의 정보를 기입하듯이 질문지를 작성한다. 이 질문지에는 사진을 찍었을 때의 감정, 사진 속 함께 한 사람, 촬영된 곳의 주소, 해시태그를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이 해시태그는 우리 관 소장 민속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질문지 작성이 끝나면 고유번호가 부여된 아카이브 자료 카드가 생성되고 그 데이터가 아카이브 월로 전송된다. 전송된 데이터는 아카이브 월에서 번호가 적힌 상자로 표현되는데, 나이대별로 상자의 색과 무늬가 다르게 나타난다. 관람객들이 자신의 자료 카드에 해당하는 상자를 터치하면 상자가 터지면서 속에서 자료 카드와 함께 우리 관 소장 민속아카이브 사진 네 장이 함께 펼쳐진다. 생성된 자료 카드는 곧바로 사라지지 않고 일정 기간 저장되므로 자신의 자료를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보호자와 함께 자료 카드를 만들고 아카이브 월에서 확인할 때 구현되는 화려한 그래픽 효과 때문에 나만의 아카이브는 특히나 어린 관람객들이 좋아하는 콘텐츠이다.

민속아카이브 실감형 콘텐츠는 민속아카이브의 업무를 소개하고 다양한 매체들을 함께 나누며 나아가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개방, 공유, 활용이라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목표를 충실하게 구현하고자 하였다. 앞으로 많은 분께서 민속아카이브 정보센터의 벽을 두드려 주기를 바란다.


글 | 이승재_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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