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초혼招魂’을 행한다. 망자가 평소에 즐겨 입던 옷을 가지고 지붕에 올라 망자의 이름을 부르며 이미 떠나 버린 혼을 불러 보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이들은 죽음이라는 낯선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해, 또한 망자가 편안하게 저승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그를 위한 의례를 준비한다. 가장 먼저 대문 앞에 사자상을 차려 저승 여행길의 안내자인 저승사자를 맞이한다. 망자 역시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은 낯설다. 이때 시종 꼭두가 망자를 맞이한다. 낯선 곳에서 두려워하는 망자의 시중을 들어주며, 저승으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다. 망자의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 하고, 더우면 곁에서 부채질을 해주고,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주기도 한다.
이별, 받아들이다
살아 있는 이들은 망자를 떠나보내기 전에 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한다. 망자가 이승의 한과 부정을 씻어내고 온전하게 저승에 이를 수 있도록,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이는 망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이들에게도 위안을 준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받아들이면서 살아 있는 이가 슬픔을 느끼듯이 죽음을 맞이한 망자 또한 아픔을 겪는다. 이승의 인연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안타까움과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진 두려움 때문이다. 이때 광대와 악공 꼭두가 망자를 위로한다. 광대 꼭두는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재주를 부리고, 악공 꼭두는 장구, 북, 피리 등 갖가지 악기를 연주하며 망자를 위로한다. 저승으로 가는 길이 절대 슬프지 않고 즐거운 여행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행, 떠나보내다
이제 살아 있는 이들은 마지막으로 망자를 떠나보내기 위한 길을 나선다.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가마인 상여에 망자를 태우고, 이승에서 머물렀던 집과 마을을 돌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망자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명복을 빌고, 저승에서의 영원한 삶을 기원하며 상엿소리로 배웅한다. 망자가 이승의 집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이때 호위 꼭두가 망자를 저승으로 안내하고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 호위 꼭두는 망자가 타고 가는 상여를 호위하기 위해 말이나 호랑이, 혹은 신령스러운 동물을 타고, 나쁜 액으로부터 망자를 지키기 위해 험상궂은 표정으로 무기를 들고 있다.
영혼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행길
우리 선조들은 ‘죽는다’라는 말을 ‘돌아가셨다’라고 표현해 왔다. 이는 죽음을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여긴 까닭이다. 이승이 아닌 저승에서의 또 다른 삶을 기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승에서의 삶은 이승에서 꿈꾸던 이상향의 세계가 펼쳐지길 기대했다. 이러한 바람으로 신선과 선녀, 부처 모습의 꼭두도 나타난다. 살아 있는 이들의 염원을 가득 담고 있는 다양한 꼭두의 모습에서 나의 이상향의 세계를 한 번쯤 꿈꿔보기를 기대한다.
글 | 임세경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민속소식』 2024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