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은 우리나라 민속문화를 보여주는 대표 박물관이며 1989년 할머니·손녀 공예교실을 시작으로 어느 박물관보다 교육적 활동이 먼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박물관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인류의 역사·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전시로 관람객또는 학습자과 만나는 장소이다. 1970~1980년대에 등장한 신박물관학New Museology은 박물관의 화두가 ‘전시품’에서 ‘관람객’으로 옮겨지는 패러다임을 제공하였다. 이후 전시품에 대한 객관적인 진리를 제공하던 박물관의 역할이 ‘관람객의 주관적인 경험과 해석 그리고 주체적인 소통’으로 변화된다. 500년 전 누군가 사용했던 빨간 댕기와 만나는 순간 댕기와 관련된 사람과 생활 이야기, 나와의 관계성, 내가 알고 있던 사실 간의 연관성 등을 통해 전시품과 관계 맺음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관람객의 경험과 사고가 확장되고 소통하게 된다. 박물관에서의 ‘교육’은 박물관에서 경험하고 소통하는 관람객들의 모든 인식과 내용을 망라하는 개념이자 영역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에서는 누구나에게 열린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청소년, 성인과 노인, 시각·청각·발달 등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은 교육대상을 위한 박물관의 적극적인 교육 활동으로 민속문화와 전시품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소통할 수 있도록 교육대상을 구분·설정하여 설계되고 운영된다.
현대 청소년과 민속문화와 거리 좁히기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청소년 시절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 언제인가? 자발적인 관람의 경험도 있겠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현장학습, 수학여행 등의 경험을 떠올릴 것이다. 청소년의 박물관 관람형태는 가족과 방문 등과 같이 개별적 방문보다는 주로 학교 단체학년, 학급 및 동아리 등으로 방문하는 비중이 높다.
청소년 대상 교육프로그램은 현대 청소년 눈높이로 민속문화와 박물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을 그 목적으로 교과연계 학제 간 학습, 진로체험 등을 내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교육프로그램 구성에는 전시품을 기반으로 청소년 개개인이 도전하여 해결 가능한 적절한 과제를 수행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1) 30명 내외의 학급 또는 100명 내외의 학교 단체를 위한 <내 손 안의 박물관>은 이러한 방문 형태를 고려하여 운영되고 있다. 박물관 대표 전시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감상하는 데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이해를 돕는 활동지와 송수신기가 활용된다. 청소년들의 다양한 진로 탐색을 위한 <박물관에서 꿈꾸는 미래>는 민속조사연구, 유물관리, 보존과학, 전시기획 관련 체험을 통해 박물관의 역할을 이해하고 학예연구사와 관련한 업무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방학과 수능 이후와 같은 전환기간에는 <나도 박물관 전시 해설사>와 <쉼표, 수험생 문화공방>을 만날 수 있다.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은 <나도 박물관 전시 해설사>를 통해 전시해설을 준비하고 전시실에서 직접 설명해 보는 과정을 통해 전시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분석과 배려, 해설의 보람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청소년 자원봉사 점수가 인정되는 건 보너스. 방학 기간이면 박물관 상설전시관에서 청소년들의 상큼 발랄한 전시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올해에는 온라인 기반한 실시간 쌍방향 원격 시범 교육<e 내 손 안의 박물관>과 민속문화의 이해를 돕는 온라인 학습자료를 제공하여 학교 교실이나 집에서도 박물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배우느냐, 한가로이 즐기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활동은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민속문화 등 좀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지적 욕구에 대한 충족 기회이며, 다른 하나는 박물관을 통한 힐링과 치유의 기회이다. 문학 등 작품 속 민속문화를 살펴보는 <작가에게 듣는 시대 이야기>, 세계 민속문화를 둘러볼 수 있는 <외국으로 떠나는 민속현장>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가 운영되며,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흥미로운 전시품을 중심으로 학예사의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큐레이터 pick, 유물 이야기>가 운영된다. 올해부터는 박물관 홈페이지에 동영상 콘텐츠로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실 내 전시품과 연계한 성인 대상 공예 체험 <전시실 유물, 내 손으로 만들기>는 전통적 재료와 만드는 방법의 고유성을 살려 타 기관과 차별성 있게 운영될 예정이다.
주체적 문화창조자를 위하여
시각, 청각, 발달 등 장애인, 노인 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의 운영은 각 대상별 신체·심리적, 사회문화적 배경 등 고려하여 박물관을 통한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소외계층 대상 교육프로그램은 일회성 문화 향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나아가 문화와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하게 하는 것에 있다. 절기 등 주제로 촉각·후각·청각 등 오감을 활용하여 다양한 경험으로 확장하기 위해 시각장애인 촉각 교육자료, 확대 문자 자료 등을 개발·활용하여 왔다. 시각장애인 대상 교육프로그램 <사계절감각>, 발달 등 장애인 대상 교육프로그램 <오감만족 박물관 나들이>는 참여기관과 긴밀한 협력 과정을 통해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다. <찾아가는 우리 민속>은 박물관에 오기 어려운 환아, 다문화 가정 커뮤니티 등을 직접 찾아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에는 ‘추억’을 매개로 한 어르신 대상 교육프로그램 <민속유물 추억감상>이 새롭게 운영된다. 현재는 사라졌으나 어르신들의 기억과 추억 속에 살아있는 근대 전시품과 야외 공간을 통해 다양한 작품들이 완성될 예정이다.
결국 국립민속박물관 교육프로그램은 전시품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를 잇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높아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은 기존 교육프로그램이 민속문화를 시간축으로 과거와 현재로 사람 간 연결해 주는 데 중심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민속문화를 동시대축으로 사람과 사람, 사회 등을 촘촘히 연결하는데 더욱 관심을 갖고 박물관 안팎으로 유기적인 협력으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에서 수립한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전략2018>은 사람과 사회,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디지털 간에 더 건강하고 안전한 연결망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전과는 다른 환경에 직면한 박물관 역할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설적으로 인간과 인간 간의 긴밀한 소통과 접촉은 더욱 절실해진다. 어떤 계층도 배제하지 않는 누구나를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박물관은 다양한 소통의 채널을 통해 사람들을 포용하고,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활발하게 쌍방향 소통을 하게 되는 변화를 추구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교육활동이 앞서 시작된 것은 어쩌면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너와 나, 할머니와 엄마, 우리집과 동네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바로 민속문화가 고스란히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1) 미하이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몰입이론
참고문헌
·국성하, 우리 박물관의 역사와 교육, 연세국학총서87, 혜원, 2007
·배기동, 현대 문명 진화의 무제와 포용적 사회구축을 위한 박물관의 역할, 2019년 한국교육학회 연차학술대회 자료집, 2019
·박연희, 박물관 전시의 교육적 역할 연구, 연세대학교 대학원 박사논문, 2019
글 | 김은영_국립민속박물관 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