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는 3

수장고에서 떠나는 여섯 번의 인문학 여행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수장고 문화산책>

글 전경수(서울대학교 인류학과 명예교수)

수장고, 또 다른 세상을 여는 열쇠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개방형 수장고에서는 4월부터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지역민을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 <수장고 문화산책: 수장고, 또 다른 세상을 여는 문>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개방형 수장고의 민속 주제 특화 교육을 통해 민속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경기 북부 지역 유일의 국립박물관으로서 지역 사회 문화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수장고가 단순한 소장 공간을 넘어 ‘문화가 살아 숨쉬는 현장’이 되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 이런 의도에서 그동안 공예 체험 위주로 진행되던 성인 교육의 틀을 벗어나, ‘인문학 산책’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형식으로 교육 방식이 전환됐다. 또한 전통과 현대, 예술과 일상을 아우르는 분야별 전문가들을 강연자로 모셔 우리 문화를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주체적 이해’와 ‘창의적 경험’
<수장고 문화산책>이라는 교육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이 지향하는 ‘세계로 열린 창’이라는 미션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문화 경험에 앞서 우리 문화에 대한 ‘주체적 이해’와 ‘창의적 경험’이 전제되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큰 방향성이 설정되고 세부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정말로 중요한 일은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중략) 다른 문화를 연구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자신의 문화 체계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함이다. 이국적 방식에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삶에 생동감과 새로운 인식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삶에 대한 관심은 대조와 차이라는 충격을 통해서 비로소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 『침묵의 언어』 중-

제1강 강우현 대표의 강의 모습

이런 배경에서 구성된 6번의 강의는 의식주에서 파생된 삶의 영역별 주제마다 전통과 현대, 과거와 오늘이라는 장소와 시간을 엮고 있다. 춘천 남이섬의 신화를 만든 멀티아티스트 강우현 대표의 첫 강의는 ‘한국 문화의 창의적 재생산’이라는 제목으로 전체 주제를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강의인 ‘유네스코 세계 무형 유산의 합-국악탱고’는 특별히 강연 형태가 아닌 공연 형태로 기획하여 닮은 듯 다른 한국과 아르헨티나 양국의 문화가 결합된 국악과 탱고를 보여 준다. 공간디자이너 양태오 대표의 세 번째 강의는 현대적인 공간디자인에 접목된 전통의 미감을 만나는 시간이며, 이어지는 네 번째 색채디자인연구자 문은배 교수의 강의는 전통적인 색깔이 갖는 인문학적 의미와 상징을, 다섯 번째 한복디자이너이자 보자기 아티스트 이효재 선생은 ‘보자기’라는 친숙한 생활용품을 통해 한국인의 삶과 미를 소개한다. 그리고 노포 조사기록을 우리 관에 기증하기도 했던 여행작가 노중훈의 우리 음식(한식) 탐구로 수장고 인문 산책이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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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강 김규호 단장의 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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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탱고 ‘아리랑’ 공연 모습

함께 인문학 산책을 떠나볼까요
4월 개강 후 세 번의 산책이 진행됐다. 제2강은 다리오 세사르 셀라야 알바레스Darío César Celaya Alvarez 주한아르헨티나 대사가 참석해 행사를 빛내주기도 했다. 그간 참여한 수강생들의 후기도 새로운 시각과 경험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6월에 진행된 양태오 공간디자이너의 제3강은 교육 신청이 조기 마감될 정도의 인기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키기도 했다. 아직 11월까지 세 번의 산책이 남았다. 하나같이 놓치면 아까울 주옥같은 현장의 이야기가 담긴 인문 강의들이다.

관람객에게 인사하는 아르헨티나 대사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가 내놓은 새로운 교육 <수장고 문화산책>이 파주와 인근 지역민들께 열린 박물관, 살아있는 수장고로서 역할을 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하며,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다양한 문화 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또한 궁극에 이 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문화적 기억의 ‘다양성’과 ‘확장성’이다.
그 공감의 에너지가 긴 호흡으로 세종 시대를 준비하는 국립민속박물관 여정에도 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나하라 주크트라거Nayhara Zeugtrager, 라파엘 히리Raphael Giry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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