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변정숙(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국립민속박물관은 5월 14일(수)부터 7월 27일(일)까지 생활문화 조사 연계 특별전시 《사진관 전성시대》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60~199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사진관에서 사용했던 물건들을 공개하고, 10곳의 사진관 사진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진관의 변화를 돌아보는 자리로 기획됐다.
이외에도 천연당사진관天然堂寫眞館, 1907년에서 찍은 사진 등 1900년대 사진 아카이브 자료, 일생의 특별한 순간을 찍은 사진과 물건 200여 점을 소개한다.

수도사진관 외관(1970년대)
사라져 가는 사진관 vs 늘어나는 사진관
동네를 지나던 중, 학생들이 떠들썩하게 모여 있는 사진관을 보았다. 네 컷 사진을 찍는 즉석사진관이었는데, 무슨 일이 그렇게 재밌는지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보며 시끌벅쩍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 나오니, 낯선 사진관이 눈에 들어왔다. 몇 년 전 여권 사진을 찍었던 오래된 사진관 자리에, 새로운 셀프사진관이 들어서 있었다. 매스컴에서는 사진관이 사라져간다고 하는데, 우리 동네에는 환하게 불 밝힌 사진관들이 더 생겨난 것 같다. 무슨 일일까?
시대가 변하면서 동네 사진관도 변화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5년 13,332명이었던 사진 처리업체 종사자 수가 2013년에는 2,197명으로 줄어들었다. 오래된 사진관이 84% 감소한 것이다. 한편 2018년 13,404곳이었던 사진 촬영업 사업자 수는 2024년 20,655곳으로 늘어났다. 생애 특별한 순간에 찾았던 동네 사진관은 사라져가고, 무인 즉석사진관 등 새로운 형태의 사진관이 유행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기반으로 한 SNS의 발달과 자신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새로운 사진관 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인생의 특별한 순간뿐만 아니라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관을 찾고 있으며, 사진촬영은 요즘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동네 사진관은 과연 언제부터 달라졌을까? 이번 전시에서는 사진관이 변화하는 모습과 변화 속에서도 사진관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사진관에는 사진이 없다!
2024년,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는 오래된 사진관을 대상으로 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지역별로 40년 이상 또는 50년 이상 영업해온 곳도 있었다. 조사 사업과 연계하여 사진관 전시가 예정되면서 전시운영과에서는 2024년 10월부터 조사에 참여했다. 사진사들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물건들을 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던 것과 달리, 찾아간 사진관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간의 물건들을 이미 정리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디지털 시대로 바뀐 지금, 사진관에는 디지털 사진기와 프린터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진관 쇼윈도에 걸린 사진조차도 받을 수 없었다. 사진을 찍은 지 오랜 세월이 지나서, 사진 속 주인공들의 동의를 받기는 어려운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사진관에는 오래된 물건도 사진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진관에서 사용한 물건과 사진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송파구에서 마포구로, 서울에서 김포로, 보령으로, 창원으로, 하나둘 조사할 사진관이 늘어났다. 사진관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료를 모으기 위해 직접 오랫동안 운영된 사진관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된 사진관의 사진사들은 196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가 사진관의 전성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진관에 찾아 가야 했으며 사진사의 기술이 중요한 시기였다. 이는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의 이야기다. 흑백에서 컬러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뀔 때마다 사진관은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술이 발전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동네 사진관을 찾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사진관은 어떻게 되었을까? 민속연구과에서 조사한 오래된 사진관 외에도, 변화에 발맞추어 여전히 성업 중인 사진관도 찾아보았다.
고급 가족사진을 중심으로 촬영하거나, 아이 사진을 전통방식으로 찍는 사진관, ‘취업 사진 맛집’으로 알려진 사진관 등 전문 사진관이다. 또한 최근에는 다시 아날로그 감성을 지향하는 흑백사진관이나 필름현상소도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오래된 동네 사진관이든, 새로운 사진관이든, 각자의 방식으로 모두 변화에 대응하며 사진관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전시에는 이러한 사진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찍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물건들과 함께 담고, 찍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진과 함께 담고자 했다.

유리건판필름(대한제국)

천연당사진관의 여성사진(1920년대)

송별 기념사진(1906년)
사진관에서 우리는 어떤 사진을 찍었을까?
초기 사진관은 초상사진 촬영으로 시작했다. 유리건판필름으로 찍은 관복을 입은 남성의 초상이나 천연당사진관天然堂寫眞館, 1907년에서 촬영된 여성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초상화가 사진으로 대체되면서 사진은 점차 대중에게 확산되었고, 여성, 청년, 어린이들도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1906년, 도포를 입은 남자 넷이 액자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두 사람이 들고 있는 액자 안에는 이 사진을 찍은 사람들과 날짜, 사진을 찍은 이유 등이 적혀있다. 바로 유학을 앞둔 민충식閔忠植, 1890~1977이 친구들과 찍은 기념사진이다. 후에 민충식은 태평양사진관의 주인이 된다. 이러한 기념사진은 학생들 사진, 졸업사진, 모임 사진 등 단체 사진으로 확장된다. 안동 지역 최초의 근대식 중등 교육 기관인 협동학교協東學校, 1907~1919의 졸업생들을 찍은 사진1918년, 5회 졸업사진도 전시에서 볼 수 있다. 협동학교는 1919년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일제에 의해 폐교됐다.
점차 일반인들도 생애 특별한 순간에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백일, 돌, 입학식과 졸업식 그리고 약혼, 결혼, 가족사진, 회갑사진, 영정사진에 이르는 일생의 사진을 찍었다.
이처럼 사진관은 우리 삶과 맞닿아 있는 공간이었다.이외에도 사진을 첨부한 신분 증명의 시작인 도민증도 볼 수 있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피란민이 늘어나면서 신분 확인을 위한 증명서가 필요해졌고, 이로 인해 사진을 의무적으로 찍게 되면서 전국 사진관들은 호황을 맞았다. 각종 증명사진을 10분이면 만들어 주는 거리의 속성 사진관인 괘짝사진관도 이때 등장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진관의 명칭도 변화했다. 사장, 사진관, 스튜디오로 변화한 과정을 보여주는 1950~1990년대의 사진관 봉투들도 처음 선보인다.

사진사가 말하는 사진 史
이번 전시는 10곳의 사진관 사진사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사용한 물건을 함께 전시한다. 열일곱 어린 나이부터 한 길을 걸어온 사진사,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지역의 모습을 담아낸 사진사,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운영해온 사진사가 사용한 물건들과 이야기로, 저마다의 사진관에 대한 기억을 전한다.
학교 앞 사진사
웨딩드레스를 사진관에 보관해 둔 사진사
열일곱 어린 나이로 시작한 사진사
동네를 기록한 산동 사진사
가업을 이은 사진관집 셋째 아들
부자夫子가 함께 운영하는 사진관
사진사들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사진관을 지켜온 이야기와 손때 묻은 물건들을 통해 사진관에 대한 기억을 들려주었다. 여기에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관람객 누구나 자신만의 사진관 경험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사진관 봉투
변화하는 사진관, 사라지지 않는 사진관
“내가 평생 해온 일이잖아요, 손님이 오면 ‘못 합니다’라는 소리를 못 하겠는 거야. 이 동네에는 나밖에 없잖아.”
오늘도 사진사는 사진관 문을 연다.
무거운 촬영 장비도 자전거 한 대에 거뜬히 싣고 온 마을을 다니던 젊은 사진사는 어느덧 여든을 앞에 두고 있다. 흑백에서 컬러로,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변화에 대응하며 오랜 시간 사진관을 지켜온 사진사는 사라져가는 동네 사진관을 이렇게 말한다.
“사진관이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젊은 사람들이 잘하고 있잖아요. 다른 사진관인 거지.”
일생의 특별한 순간을 남기기 위해 찾았던 동네 사진관은 이제 일상을 기록하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시대마다 사진관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각각의 전성시대였다.
초기 사진관에서부터 동네 사진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왔다. 그렇게 남겨진 순간들의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되고, 사진관은 그 기억과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전시는 동네 사진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진관의 변화와 그 의미를 돌아보는 전시이다.
기록의 의미를 되짚어보며 가까운 생활문화 속에서 우리가 살아온 흔적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시대가 바뀌며 사진관도 변화했고, 정겨웠던 동네 사진관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모습과 일상을 남기고픈 소망을 사진에 담는다. 어쩌면 오늘도 누군가는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관을 찾을지도 모른다. 사진 한 장에 담긴 추억, 그 기억을 찾아 오래된 앨범을 펼쳐보시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