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열린 창’을 지향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문화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한국문화상자>를 제작해 전 세계에 보급하는 일을 2018년부터 해오고 있다.
<한국문화상자>는 한국인의 생활 모습을 비롯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움직이는 박물관이다. 전시상자 2개와 체험상자 2개 총 4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시 상자는 다시 ‘사랑방’ 상자와 ‘안방’ 상자로, 체험 상자는 ‘한글’ 상자와 ‘한복’ 상자로 구성되어 있다.
‘사랑방’ 상자는 전통사회에서 선비문화를 중심으로 한 남성의 공간인 사랑방 공간 관련 문화를, ‘안방’ 상자는 규방 문화를 중심으로 한 여성의 공간인 안방 공간 관련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체험상자는 한국을 소개하고 한글을 따라 써보면서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한글’ 상자와 고운 한복을 입고 한국 복식을 체험할 수 있는 ‘한복’ 상자로 구성했다.
한국문화상자 구성은 상자, 실물자료, 학습자료로 구분할 수 있다. 전 세계에 보급하는 상자이기에 온도, 습도 등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종 중 전시와 체험이란 특성을 반영해 전시상자는 참나무, 체험상자는 자작나무로 재질을 달리 사용했다. 두 나무 모두 단단한 강도의 나무로 전시상자는 고가구 느낌을 위해 참나무를 선택했고, 체험상자는 체험을 위해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기 때문에 강도가 강한 자작나무를 사용했다. 실물 자료 또한 무형문화재 이수자급의 명인 혹은 명장이 한국전통문화를 품격있게 구현했다. 특히 한복은 보급 국가에 맞춰 신체 사이즈, 선호 색상, 기후 등 환경 조건에 맞춰 제작했다. 학습자료는 상자의 전체적인 정보를 안내하는 자료로 국문과 해당 국가 언어가 같이 들어있어 해외거주 한국인, 외국인 모두 한국문화상자를 통해 한국전통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매년 초 재외한국문화원의 상자 활용 계획과 지역 안배 등을 고려해 보급 기관을 선정한 후 완성된 상자를 10월 이후에 운송한다. 2024년에는 이란과 필리핀, 영국에 보급했으며, 체험 프로그램은 주스페인한국문화원과 주필리핀한국문화원 두 군데에서 진행했다.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은 2023년에 한국문화상자를 보급한 곳으로 올해 10월 한글날 주간 ‘한국문화축제’에 참여해 10월 8일, 10월 10일~10월 11일 3일간 한국문화상자 설명, 민화거울 꾸미기, 한복 입기 행사를 운영했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참가자는 민화의 용과 모란꽃에 대한 의미와 한복 입기 체험을 통해 한국 복식 문화에 대해 이해하면서 한국에 친근감을 느껴 한국 방문을 희망한다고 했다. 한국문화를 접하고 이에 대한 호기심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참가자와 특히 국립민속박물관을 방문한 참가자를 만나서 무척 뿌듯했다.
주필리핀한국문화원은 한국문화상자 보급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마닐라박물관에 《매듭》 순회전을 계기로 순회전 개막에 맞추어 지난 11월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매듭 팔찌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시장에서 본 아름다운 매듭 공예의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도래매듭을 배워 직접 자신의 팔찌를 만드는 필리핀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전시장에는 <한복> 상자를 펼쳐 한국 전통 복식인 한복을 직접 입어봄으로써 한국문화를 경험하게 했다.
또한 2024년부터 한국문화상자의 안방과 사랑방 상자를 기반으로 ‘한국의 집’ 순회 강좌를 만들어 한국문화상자가 보급되어 있는 문화원으로 찾아가는 교육을 실시한다. 이 강좌는 한국에서 가옥의 개념과 사상 규범뿐 아니라 사랑방과 안방 문화, 온돌과 마루, 주생활과 관련된 속담, 나아가 전통과 현대의 한국의 주거문화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상자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주생활을 통해 한국의 생활문화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한국의 집’ 인문학 강좌이다. 올해 11월 폴란드와 오스트리아 한국문화원에서 강좌를 진행했으며, 2025년에는 인도, 베트남, 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에서 순회 강좌를 계획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총 27곳 재외한국문화원에 한국문화상자를 보급했다. 향후 수요자 요구에 맞는 맞춤형 상자 제작을 위해 주제를 좀 더 확장함으로써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교육하는 문화 대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글 | 박혜령_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
『민속소식』 2024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