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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3

사람과 사람, 기관과 기관의 만남!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사업 소개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사업(이하 협력망 사업)을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사업을 돌아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동안 함께 사업을 운영한 기관의 담당자와 자문위원, 교육 강사 등 함께한 사람들과 처음 가 본 지역 그리고 기관이다. 좋은 교구재를 개발하고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담당자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의견을 주려고 노력하는 자문위원, 교육생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즐거운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 강사, 교육에 열심히 참여하며 즐거워하는 교육생까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담당자로서 보람을 느꼈다.

협력망 사업을 담당하면서 그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지역을 많이 가보게 되었는데,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하여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까지 전국 방방곡곡의 다양한 기관으로 출장을 다니며, 장소에 대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사업이다. 협력망 사업은 각 지역 민속문화를 자원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지역 박물관의 교육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문화 교류 협력으로 민속문화의 보존과 계승을 돕고, 나아가 지역 박물관의 자립 기반 구축과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교육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된 10개 기관과 「교육운영 지원사업」에 선정된 10개 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개발 지원사업은 교구재 개발과 자문 비용으로 기관당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한다. 교육운영 지원사업은 강사비, 재료비 등 기관당 400만 원을 지원한다. 2024년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은 다음과 같다.

2024년 교육운영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대구섬유박물관과 상주박물관의 교육운영 사례를 소개한다. 두 박물관은 2023년 협력망 교육개발 지원사업의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어 2024년 교육운영 지원 혜택을 받게 되었다.

대구섬유박물관 “텍스타일Textile 디자이너가 되어보아요!” -대구섬유박물관 이미지 교육홍보팀장
“어머, 내 그림이 원단이 되었네!”
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장 큰 환호가 터져 나오는 순간은 직접 그린 디자인이 원단에 출력된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초등학생, 청소년, 성인 구분 없이 누구나 그 순간 얼굴 한가득 웃음꽃이 핀다. 펼쳐진 원단을 보며 이것으로 뭘 만들까, 에코백이 좋을까, 파우치·치마·주머니 등 뭘 만들면 좋을지 행복한 수다가 이어진다.

참여자가 완성한 디자인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색종이, 색연필 등으로 원단을 디자인하는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되어 보아요!

대구섬유박물관은 섬유와 패션, 역사,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신소재 섬유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섬유종합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청소년 진로 탐색 프로그램과 문화예술교육사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던 텍스타일 디자인 수업을 모티브로 하여 2023년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교육 프로그램 개발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이 사업 덕분에 그동안 진행한 프로그램의 장단점을 점검해 교구재를 개발할 수 있었다. 텍스타일 디자인은 원단에 무늬를 넣거나 염색, 자수 등 기법을 사용하여 패턴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이 과정은 전문 텍스타일 디자이너들이 컴퓨터 작업으로 진행하지만, 박물관에서는 참여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리는 체험형 교육으로 진행했다. 또 일회성으로 끝나는 일일 체험이 아닌 2~3차시 수업으로 기획해 보다 깊이 있는 교육으로 구성했다. 첫째 날에는 전시물과 원단 조각들로 텍스타일 개념을 이해하고, 직접 문양을 선택해 따라 그려보기 등의 과정을 진행한다. 둘째 날에는 미션 카드의 질문지를 이용해 나의 경험과 특별한 추억이 있는 소재를 담은 디자인을 하고 네 장의 조각에 그림을 배치하는 스퀘어드롭(Square Drop) 완성하기로 마무리된다.

패턴디자인을 완성한 모습
(왼쪽) 쑥떡 모양의 패턴디자인을 한 참여자 활동지 / (오른쪽) 기성 원단을 이용하여 시제품 디자인을 연출한 모습

패션관 전시실에서 찾아보는 패턴 디자인

참가자들이 그림 그리는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박물관 전시물에서 찾은 문양으로 패턴 디자인을 하고, 전시물 스티커와 오에이치피(OHP) 필름을 이용한다. 참가자들은 전시된 옷 중 원하는 문양을 선택해 따라 그리기도 하고 시대별 복식에 따라 문양들이 지닌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한다.

패턴 놀이

패턴 놀이는 초등학생을 위한 텍스타일 디자인 개념 이해를 위해 고안한 놀이이다. 여러 가지 원단들을 펼쳐놓고 기하학무늬 펠트 프레임(Felt frame)을 이용해 새로운 패턴을 구성해보는 모둠 활동용 도구이다. 기존 원단 디자인 위에 새로운 틀을 얹어 변형해보는 접근은 패턴 디자인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대구섬유박물관은 지역의 섬유 기업이 기증한 원단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며 이것을 교육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있다.

출력된 원단

나의 이야기가 ‘디자인’이 되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은? 그 맛을 생각하면 어떤 음식이 떠오르나요?’,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은 곳이 있나요?’, ‘여행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등 9가지 미션 카드를 이용해 개인적인 취향과 습관, 성향을 반영한 그림의 소재를 찾을 수 있다. 실제 참가자들은 그리기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미션 카드로 좀 더 쉽게 디자인을 떠올릴 수 있다.

원단을 활용한 결과물

내가 꾸며보는 텍스타일 디자인

텍스타일 디자인은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교육 프로그램에서는 핸드폰 케이스, 주방 벽지, 옷, 예술 작품을 변형해 시제품이나 모형 만드는 과정을 대신하고 있다. 현재는 실물을 대신해 상황 카드의 칼선 처리된 부분에 덧대어 변화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며 향후 이 부분은 실감 콘텐츠로 구현되어도 좋을 것 같다.

협력망 교육개발 사업의 매력

박물관에서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만, 실행하면서 여러 가지 아쉬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프로그램도 기존 프로그램의 아쉬웠던 점, 효과가 좋았던 점을 반영해 제작했다. 참여 대상의 범위도 확장해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지역 박물관의 경우 교육용 콘텐츠의 고도화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향후 더 다양하고 이색적인 교육 콘텐츠가 개발 될 수 있도록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 교육개발 지원사업의 지원 범위가 더 확장되기를 기대해 본다.

상주박물관 “상주 절경이로세~!” -상주박물관 김인환 학예연구사
상주박물관은 상주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고대 사벌국과 ‘고녕가야’가 번창했던 상주는 신라시대 9주, 고려시대 8목의 하나였고, 조선시대에는 경상감영이 위치했던 유서 깊은 전통을 지닌 고장이다. 조상들의 슬기와 얼이 담긴 상주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전승, 보존하기 위해 2007년 11월 2일 상주박물관을 개관했고, 2017년 11월 27일 상주 농업의 역사와 민속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농경문화관을 개관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찾아가는 박물관 교육 모습(상주 공검초)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생활사박물관협력망과 함께한 시간

상주박물관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주관하는 협력망 사업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건 12년 전인 2012년이다. 상주박물관에서는 개관 이후 매년 다양한 교육 활동을 진행해 왔지만, 주어진 예산과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협력망 사업은 이러한 고충을 덜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잊혀 가는 상주의 민속문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찾아가는 박물관 교육 모습(상주 화령초)

상주 절경이로세~!(절기와 농경)

2023년 협력망 사업에 선정되면서 느꼈던 감정 중 가장 무겁게 느껴진 것은 부담감이었다. 상주박물관이 2020년에 「협력망 교육개발지원사업」의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이력은 처음으로 사업을 맡은 나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부담감을 이겨내고 온전히 사업을 완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매년 진행하는 <박물관 전문인력 양성교육>이었다. 전문인력 양성교육은 박물관 실무자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협력망 가입 박물관 및 국·공사립 박물관, 미술관 등 유관기관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 교육에 참여하며 조별 프로젝트로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상주박물관에서 성인 대상 절기 관련 파일럿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문제점을 수정 보완해 만들어진 계획서가 바로 <상주 절경이로세~!>이다.

<상주 절경이로세~!> 보드게임 교구재

<상주 절경이로세~!> 프로그램은 상주 특산품인 쌀·누에·곶감의 수확 과정에서 절기와 농경문화를 알아보는 것으로 활동지로 이론적인 부분을 학습하고, 습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보드게임을 즐기는 형식으로 계획되었다. 지역 특색을 살리면서 내용을 채우려고 하다 보니 활동지 양이 너무 많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었다. 또, 계획서를 제출하고 구체화하는 과정 중 진행한 자문회의에서 공통으로 지적 받았던 내용은 너무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글을 줄이고 만화 그림을 늘리는 방식으로 활동지를 구성하게 되었다. 그림과 글의 비율을 50:50으로 설정했고, 오픈소스 이미지로 만화 그림을 완성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일러스트 작가를 섭외하여 활동지를 완성했다. 보드게임 규칙 설정에도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직접 게임에 참여한 여러 연구원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보드게임이 탄생할 수 있었다.

협력망 사업 최종 결과 발표가 있던 날, 심사위원들이 문제점을 중심으로 피드백을 해 결과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2023년 협력망 사업 교육개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자, 오랜만에 꺼내 입은 옷에서 쌈짓돈을 발견한 것처럼 기뻤다. 국립민속박물관 협력망 사업 덕분에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장까지 받아 그 어느 때보다 따듯한 연말을 보냈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국립민속박물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상주박물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표창장 수여

실마리를 찾아서

2023년 교육개발 지원사업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후 2024년 교육운영 지원사업까지 운영하면서 조금 더 보완된 보드게임을 추가 제작할 수 있었다. 2024년 현재도 협력망 사업으로 세상에 탄생한 <상주 절경이로세~!>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협력망 사업은 박물관 교육 전공자가 아니었던 나에게 박물관 교육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아 준 소중한 사업이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해,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싶다.


글 | 오경석_섭외교육과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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