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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

국립민속박물관은 2023년 10월 24일(화)부터 2024년 3월 3일(일)까지 기획전시실1에서 특별전 《MASK-가면의 일상日常, 가면극의 이상理想》을 개최한다. 한국, 중국, 일본의 가면극에 담긴 삶의 바람과 희망을 전시를 통해 느껴보자.

가면의 일상日常
우리는 늘 가면을 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면을 씀으로써 정체를 숨길 수 있고, 마음속 깊숙이 숨겨둔 진짜 속마음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제사와 연희의 도구로 사용되던 것이 요즘은 이모티콘, 카메라 필터, AI 캐릭터같이 또 다른 나를 표현하는 매력적인 의사소통 수단으로 진화했다. 때로는 속마음, 바람, 꿈꾸는 행복을 드러내는 SNS가 가면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가면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이 된 가면의 의미와 가면극에 담긴 옛사람들의 이상을 살펴보았다.

어우러짐, 영웅, 기도, 서로 다른 이야기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삼국의 가면극은 유래와 발전 과정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그러나 나라마다 얼굴과 언어와 문화가 다른 것처럼 가면의 생김새와 가면극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1부 다른 이야기〉에서는 삼국 가면극의 각기 다른 이야기와 그 속에 담긴 삶의 지향을 전시하였다. 말뚝이 대 양반, 취발이 대 노장, 할미 대 영감의 대결 구조로 극을 이끌어가다가 결국 화해하고 다 함께 춤을 추며 끝나는 한국의 탈놀이, 역사 속 영웅과 이웃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연희하는 중국의 나희傩戏, 신화와 민간 신앙 속의 여러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일본의 가구라神樂까지 삼국 가면극의 특징적인 이야기를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구성하였다.

한국 가면극의 양반과 말뚝이 가면

◼︎한국 가면극 – 어우러짐의 이야기
한국의 가면극은 탈놀이라고도 한다. 놀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일상의 고통을 잊고 일(노동)에서 벗어난 일탈과 휴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면극의 이야기는 현실의 고난을 치유하는 행복한 결말을 지향한다. 하인 말뚝이는 상전 양반을 놀리고, 취발이는 노장의 애인을 빼앗고, 할미는 첩을 들인 영감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서러움과 한을 거침없이 그리고 재치 있게 드러냄으로써 응어리를 치유하고 다시 일상과 일로 돌아갈 힘을 준다. 그러나 양반·파계승·영감으로 대표되는 권력 우위의 인간과 말뚝이·취발이·할미로 대표되는 평범한 인간의 갈등 구조는 파국이 아니라 화해로 끝을 맺는다. 가면극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해피 엔딩에 있다. 전시장에 오면 이야기별로 등장하는 오광대와 야류의 양반, 말뚝이, 서울·경기 산대놀이의 노장, 취발이, 해서탈춤의 영감과 할미 가면을 만날 수 있다. 옛사람들의 속을 꿰뚫어 보았던 가면극의 속 시원한 이야기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대리만족을 준다.

중국 강서성(江西省)의 서유기(西遊記) 관련 가면

◼︎중국 가면극 나희 – 영웅의 이야기
중국의 가면극은 나희라고 한다. 지역과 민족에 따라 나당희傩堂戏·지희地戏·관색희关索戏·사공희师公戏 등 그 명칭이 다양하다. 전시장에는 귀주성貴州省, 강서성江西省, 안휘성安徽省 나희의 가면들을 지역별로 전시하였다. 광활한 영토에 여러 민족이 살고 있는 만큼 그들이 꿈꾸는 세상도 다양하기에 가면의 종류와 형태, 극의 내용과 진행 방식뿐만 아니라 가면극이 품고 있는 이야기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두는 영웅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면극에서 영웅은 여러 모습으로 존재한다. 판관判官과 같이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신화의 신, 관우关羽와 같이 역사에 등장한 난세의 인물, 손오공孙悟空과 같은 소설 속 주인공, 아포마阿布摩와 같은 민족의 시조, 평범했지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맹강녀孟姜女 같은 여인도 있다. 삶의 교훈을 주고 미래에 희망을 주는 영웅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나의 일상은 소중한 것이 되고 나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일본 아이치현(愛知県) 하나마쓰리(花祭)의 사카키오니(榊鬼)

◼︎일본 가면극 가구라 – 기도하는 이야기
일본의 가면극은 신에게 올리는 제사의 한 과정으로 연행된다. 신을 형상화한 가면을 쓰고 신을 흉내 내는 가면극은 신을 즐겁게 했던 보답으로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개인과 집단의 기도이다. 신은 신화의 신, 종교의 신, 자연의 신, 조상신 등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복을 주기 위해 아주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는 신도 있다. 빗추가구라備中神楽의 아마테라스天照大神, 하나마쓰리花祭의 사카키오니榊鬼, 오키나와沖繩의 미로쿠弥勒 등 지금도 일본 사람들이 신앙하는 다양한 신의 가면들을 전시하였다. 특히 일본 가구라 가면은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것으로,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소장품들이다.

(왼쪽부터) 중국 광동성 사자, 한국 북청 사자, 일본 이세다이가구라 사자

가면극에 담긴 세계관,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
가면극에는 집단의 의식과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다. 가면극이 이루어지는 놀이판에서는 문화에 따라 각자 독특한 세계관이 펼쳐진다. 한국 가면극 놀이판은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없는 열린 세계이고, 중국 가면극의 놀이판은 영웅의 레드카펫이며, 일본 가면극의 놀이판은 신을 위한 신전이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가면을 쓰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적인 바람은 비슷하다. 사람들은 가면극을 통해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꿈꿨다. 농사가 잘되고, 동물과 물고기가 많이 잡히고, 질병을 일으키는 액을 없애 아프지 않길 바랐다. 따라서 한국, 중국, 일본의 가면극은 풍요와 벽사를 목적으로 연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가면극 안에 제액초복除厄招福을 바라는 내용이 공통으로 연행된다.
〈2부 같은 마음〉에서는 풍요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하회별신굿탈놀이, 강릉관노가면극과 풍요와 벽사의 역할을 하는 삼국의 가면을 소개한다. 벽사의 왕으로 여겨지는 사자 가면, 흉악하게 생겼지만 실은 액을 없애고 복을 주는 먹중, 종규鐘馗, 오니 가면, 풍농·풍어·다산을 불러오는 장자마리, 나공傩公·나파傩婆, 다이코쿠텐大黑天·에비스恵比寿 등을 전시하였다. 풍요와 벽사의 가면에 담긴 옛사람들의 바람은 잘 먹고 잘살길 소망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바람과 다르지 않다.

닮은 듯 다른 듯 다양한 얼굴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참 잘 구별하지만 서양인 눈에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의 사람들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하다. 〈3부 다양한 얼굴〉에서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가면에 드러난 다양한 얼굴들을 소개한다. 한이 담긴 여인의 얼굴, 웃음기 가득한 익살꾼의 얼굴,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까지 위용을 떨쳤던 옛 한국인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한자로 통하고, 서로 다른 가면극을 하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삼국의 얼굴과 표정을 통해 케이 컬쳐K-Culture를 넘어 아시아 컬쳐Asia-Culture의 가능성과 가치를 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限) 많은 여인 | (왼쪽 위) 한국 양주별산대놀이 미얄할미, (오른쪽 위) 중국 안휘성(安徽省) 나희의 맹강녀(孟姜女), (아래) 일본 이와테현(岩手県)의 가네마키(鐘巻)

가면극의 이상理想
살맛이라는 말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재미, 의욕, 희망을 뜻하는 말이다. 가면극을 통해 그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결국 살맛 나는 세상이었다. 한을 풀고 시름을 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바라고, 누군가의 삶의 궤적을 되새기며 내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갔으며, 지나간 일 년에 감사하고 다시 올 일 년의 복을 기원했다.
그들이 꿈꾸던 세상,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절대 다르지 않다. 세계 평화, 우주 대통합과 같이 거대하고 먼 미래의 꿈이 아니라 오늘 하루가 즐겁고, 내일과 다가오는 한 해가 행복하길 바라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상이다. 그렇다. 우리는 늘 가면을 쓴다. 학교에 갈 때, 직장에 갈 때, 시댁에 갈 때, SNS를 할 때……. 매일 다른 가면을 쓰고 다른 가면극을 펼친다. 그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방식이다. 오늘도 가면을 쓰고 가면극을 써 내려갈 모든 가면 인류를 위해 이 전시를 바친다. 그리고 가면을 쓰고 바라본다. 한 해 건강하길, 장사가 잘 돼서 주식이 잘 돼서 돈 많이 벌길, 누구처럼 멋진 사람이 되길…….

하나 더! 한·중·일 가면을 보는 팁
◼︎울퉁불퉁, 삐뚤빼뚤
한국의 가면은 풍자성이 강하다. 특히 양반, 파계승은 혹이 있거나 눈·코·입 중 어딘가 삐뚤어져 있거나 유독 못생겼다. 이를 통해 말뚝이, 취발이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서러움과 한을 거침없이, 그리고 재치 있게 드러낸다.

◼︎화려한 머리 장식
중국의 가면은 얼굴 위에 머리 장식까지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용, 봉황, 백호 등 다양한 길상무늬를 그려 넣은 가면은 보통 우리가 본받고 싶은 영웅들이다.

◼︎표정으로 말해요.
일본의 가면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어 조명과 각도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표정으로 말하는 일본의 가면은 보통 민간에서 신앙하는 신들의 얼굴이다.

◼︎생각보다 비슷해!
서로 다른 가면을 쓰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바람은 생각보다 비슷하다. 사람들은 가면극을 통해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꿈꿨다. 붉은색 얼굴, 웃는 얼굴, 사자 얼굴을 하고서 배부름, 건강함 등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표현한 가면들을 전시장에서 찾아보자!


글 | 오아란_전시운영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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