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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이 전하는 | <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

서울에서 부산을 만나다

2021 부산민속문화의 해를 맞이하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1에서 진행하고 있는 특별전<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 전시를 기획한 김유선 학예연구사를 만나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특별전<부산, 바다와 뭍의 나들목〉을 소개한다면?
이번 전시는 지역민속문화를 발굴하는 지역민속문화의 해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국립민속박물관과 부산광역시가 2019년부터 진행해온 학술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이번 전시는 문화재를 포함한 관련 유물, 조사 연구를 통해서 수집된 자료들 약 32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1부 ‘사람·물자·문화의 나들목, 부산’은 해양 관문으로서의 부산의 역사를 조명한다. 군사 요충지이자 대일 교류의 중심지였던 조선시대부터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최초의 근대 개항장이 되었던 부산의 모습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피란민과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전쟁 이후 산업화를 거치면서 수출 무역의 거점 도시로 성장했던 부산의 역사를 다루었다. 2부 ‘농경문화와 해양 문화의 공존, 부산’에서는 문화재로서 전승되는 부산의 민속 문화를 보여주고자 했다. 현재 농사를 짓지 않는 부산의 농경문화는 동래야류, 수영야류, 수영 농청놀이 등과 같은 농경 문화재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해양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부산 사람들의 삶과 민속도 소개하고 있다. 부산의 해양 민속 문화로는 수영 지역의 좌수영어방놀이와 동해안별신굿이 있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부산의 아지매들은 역사적인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6·25 전쟁과 산업화 시기라는 격동의 세월을 거치면서 일터에 나와서 억척스럽게 일을 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 영도의 깡깡이아지매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이제는 깡깡이 일이 아지매들의 삶의 일부가 되었으며, 나아가 부산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부산 아지매들의 이야기는 과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즉, 삶의 이야기가 가장 진하게 묻어있는 전시 파트라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도 뭉클한 측면이 있었다.

전시에서 가장 주목했으면 하는 전시품은 무엇인가?
1부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품은 크게 네 가지이다. 동래부사접 왜사도는 초량왜관에서 동래부사가 일본 사신을 맞이하는 모습을 열 폭의 그림에 담은 것이다. 조선통신사 행렬도는 영조 때 일본에 파견된 통신사 행렬을 묘사한 그림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목해서 봐주셨으면 한다.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87호인 해은일록도 개항 후 근대 문물이 들어오는 개항장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자료여서 관람의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던 유물은 황산밀면 1대 사장님이 부산으로 피란을 오면서 고향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린 ‘고향지도’다. 돌아가시면서 자식들에게 식당 손님 중 고향 사람들이 있으면 나눠주라고 당부하셨다고 한다. 현재도 지도를 복사해서 손님들에게 나눠주고 있는데, 그런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2부에서는 크게 두 가지 전시품을 눈여겨 봐주셨으면 한다. 수영야류탈은 농경문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1964년도에 연희자 조덕주 선생님이 만든 것이다. 완전히 갖춘 한 벌의 탈로서 전승이 되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부산광역시 민속문화재 16호로 서울에서 보기 어려운 자료인데, 이번 기회에 관람객들이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재칫국 아지매들의 재칫국 판매 리어카가 인상 깊었다. 부산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칫국 아지매들을 기억하고 있다. 서울 사람들이 저녁마다 동네에 울려 퍼지는 ‘메밀묵’ 소리를 듣고 자랐다면, 부산 사람들은 아침에 ‘재칫국 사이소’ 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났다고 한다. 특히 재칫국 판매 리어카는 민속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료이다. 과거 재칫국 아지매들은 재칫국 동이를 이고 여러 마을을 다니면서 재칫국을 팔았다. 그러나 이제는 생활패턴도 바뀌고 재첩국 판매하던 아주머니들도 연로해지시면서 재칫국을 판매하는 모습이 변화했다. 판매하는 공간은 마을에서 시장 한쪽으로 옮겨갔으며, 주변 마을을 돌 때 동이를 머리에 이던 것도 이제는 리어카를 끄는 것으로 바뀌었다. ‘재칫국 사이소’도 육성이 아니라 리어카에 달린 카세트테이프를 틀어 소리를 반복해서 재생하고 있다. 즉, 재칫국 리어카는 시대의 흐름을 담고 있는 유물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부산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다. 부산의 역사를 다루는 부산박물관의 성격을 고려하면서 민속박물관으로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민속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여러 차례의 논의 끝에 부산은 ‘관문도시’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서 일본과 가까운 부산의 지형적·지리적 특징이 부산을 관문도시로 만든 것이다. 이때 관문은 단순히 뭍에서 바다로 나가는 관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산은 사람, 물자, 문화가 나가고 들어오며 역사 발전의 관문 역할을 수행했다. 부산은 근대 개항장에서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는 근대화의 관문이자, 전쟁 이후 산업 도시로서 현대로 나가는 시대의 관문이었던 것이다. 또한, 부산은 문화의 발전을 이끈 문화의 관문이었다. 이처럼 부산은 중의적인 의미에서 ‘관문도시’라 할 수 있으며, 지금의 대한민국의 모습을 만드는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부산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부산’에 대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부산하면 바다를 많이 떠올렸었다. 전시를 처음 기획했을 때도 해양민속을 중심으로만 구성했었다. 그러다가 부산이 전통적으로 해양문화와 농경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민속전문가로부터의 자문을 계기로 전시를 농경문화까지 확장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부산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못하지만 조선시대까지 부산은 낙동강과 수영강을 따라서 형성된 평야가 있는 농업 도시였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 잘 안다고 생각하는 부산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부산 전시를 하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서울 시민들에게 새로운 부산의 모습을 알려주고자 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전시를 준비할 때는 지역과 함께 논의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사람들을 대면하여 인터뷰하거나 자료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대부분의 인터뷰 대상자나 자료 제공자들의 연세가 연로해서 만남을 꺼리셨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 조사를 가면 시장에 사람이 없고, 분위기가 좋지 못해 예민한 상황에서 상인들에게 인터뷰나 자료를 요청하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국제 시장을 조사하러 갔을 때 코로나19 때문에 경기가 좋지 못해 국제시장 상점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었다. 그런데도 자료를 제공해주신 분들에게 전시 도록을 드리면 자신이 부산의 역사의 일부로서 역할을 한 것 같다거나 부산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졌다는 말을 들으니 뿌듯했었다. 해녀분들의 경우에도 인터뷰 후 도록을 보내드리자 뿌듯하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다. 당신들의 삶의 이야기가 박물관에서 이야기가 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으셨던 것 같다.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부산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는가?
지금 부산하면 젊은 친구들은 관광 도시, 피서지, 핫플레이스를 떠올린다. 또한, 국제도시, 해상도시, 산업도시로서의 부산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부산은 동래구라는 오래된 역사의 현장을 품은 곳으로, 최초의 근대 개항장이자 산업화의 전초기지로 대한민국 역사가 발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도시이다. 또한 바다뿐만 아니라 농경문화가 공존하며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부산의 역사성이나 부산 문화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부산이라는 도시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8월 30일에 폐막을 하고, 9월 14일부터 12월 5일까지 부산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다. 부산박물관의 전시에서는 현재 전시의 내용에서 약간 각색이 될 예정이다. 부산에 가서 직접 부산의 모습도 보고, 전시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 | 안영진_국립민속박물관 9기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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