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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담아듣는 | 어린이박물관 전시팀

민속 안에 교육과 재미를 듬뿍 넣어 조물조물 맛있게 빚어요

국립민속박물관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어린이박물관은 딱딱한 박물관 이미지에 말랑한 즐거움을 더하는 존재이다. 수장고 속 유물들에 이야기를 덧입혀 웃음과 교육적 가치를 만드는 어린이박물관 전시팀의 역할과 위상은 바로 그런 이유로 거대하고 중요하다. 민속과 교육, 재미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뛰고 있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골골이와 인형친구들, 그 출발
국립민속박물관에 어린이박물관이 생긴 것은 2003년도이다. 그 때 이후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해 왔으며,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올해 어린이박물관 전시팀은 김미겸 학예연구사를 필두로 총 10명이 일하며 여기에 연구관 1명이 더해 한팀으로 움직인다.

어린이박물관 전시팀의 업무는 명확하다. 어린이박물관 전시를 기획하고 만들어 운영하는 것. 여기에 자원봉사자 관리, 청소년자원봉사자 관리 업무까지 따라붙는다.
전시팀 작업을 좀 더 세분화해보자. 팀원들은 콘텐츠기획과 디자인, 영상제작, 운영으로 세분화되어 각자가 맡은 몫을 한다. 오선화 연구원과 장예지 연구원이 콘텐츠 기획, 강민승 연구원과 조민화 연구원이 디자인, 김라희 연구원, 원지연 연구원, 진선영 연구원, 이장미 연구원, 장유나 연구원이 운영을 담당한다. 최근 온라인 영상 제작붐과 함께 전시팀에서도 전시와 연계한 영상을 만들었는데 원지연 연구원을 중심으로 함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언제나 다양한 주제와 체험으로 수많은 어린이 고객과 가족 고객을 박물관으로 인도하는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현재 코로나19 2.5단계로 인해 개점휴업 상태이긴 하지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치열한 예약전쟁을 벌이게 했던 <골골이와 인형친구들> 전시 역시 그 중 하나다.
“<골골이와 인형친구들>은 국립민속박물관의 세계인형조사2018 ‘삶의 또 다른 모습, 인형’로 수집된 인형을 바탕으로 기획된 전시입니다. 하지만 막상 기획을 시작하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했을 때 무엇을 포인트로 잡을지 고민이 컸어요. 그러다가 저희가 어린이들의 삶의 질에 대한 통계연구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물질적으로는 만족도가 높아졌는데 개인적인 삶의 질은 굉장히 낮은 거예요. 아이들이 생각보다 어린 나이부터 자신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걸 안 뒤에 인형이 또 다른 나일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을 인형으로부터 위로 받고 용기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선화 연구원의 설명을 강민승 연구원이 이어 받는다. “전 세계의 인형을 수집하다 보니까 조사 목적에 따른 맥락은 있지만 이것을 다시 전시로 풀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이야기 구성이 필요했어요. 팀원들 모두가 스토리를 짤 때 제일 많이 고민하고 공을 들였지요. 디자인 작업도 당연히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편의 전시가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말과 회의록이 나왔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립, 민속, 전시, 재미를 말하다
사실 국립민속박물관의 어린이전시팀은 여타 어린이박물관이나 어린이미술관과는 또 다른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민속’이라는 단어가 주는 명확한 ‘선’ 때문이다. “저희는 국립민속박물관이자 어린이박물관이기 때문에 국립이라는 타이틀답게 가야 하는 게 있어요. 또 민속이기 때문에 민속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박물관적인 요소도 있어야 합니다.”

김미겸 학예사는 ‘민속’과 ‘박물관’을 어떻게 아이들한테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린이에게만 중점을 두다 보면 키즈카페처럼 되기 십상이기 때문에 키즈카페가 아니면서 재미도 있고 교육적인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숙제가 무겁다는 것이다. 조민화 연구원은 이에 요즘 아이들이 워낙 디지털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점을 감안해 이번 <골골이와 인형친구들>에는 아날로그적인 체험으로 재미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고 설명하면서 수많은 고민들의 타협지점을 말하기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어떤 일이 쉽겠냐만 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시팀에게 더 섬세하고 다양한 역량이 요구된다. “우선은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해요. 어린이라고 해도 유치원부터 초고학년까지 단계가 있고 민속박물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차별성도 가져야 하죠. 저도 이전까지는 민속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솔직히 뒤떨어진 느낌이나 오래된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었는데 막상 일을 해보니 민속과 관련된 어린이 콘텐츠나 소재가 굉장히 풍부해 놀랐습니다.”
장예지 연구원은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주변 아이들과 해본다던가 교육 트렌드, 방향성에 대해 여러 글을 읽으면서 힌트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나 연구원이 여기에 하나를 더 얹는다. “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만 이용하는 곳은 아니다. 아무래도 가족들이나 보호자들과 같이 방문하는 곳인 만큼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엄마, 아빠들도 읽을 수 있는 패널이라든지 다 같이 해볼 수 있는 체험물을 만들어 어린이는 물론, 가족도 관통할 수 있는 흥행성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전시가 오픈을 하면 공은 이제 운영팀으로 넘어오게 된다. 운영팀은 전시의 최일선에 있는 팀으로서 항상 현장에서 관람객을 만나고 그들의 반응을 살피며 전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지 돌보고 파악하는 팀이다. 김라희 연구원은 “전시운영을 하다 보면 불가피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다. 잘되던 체험이 갑자기 안 된다거나 굉장히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별로 반응이 안좋다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런 경우 의견을 정리해 현재 전시와 다음 전시에 반영이 되도록 기획팀과 합을 맞춘다”라는 말로 운영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김미겸 학예연구사는 특히 이번 전시는 운영팀이 기획단계부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 전시의 지분율이 40%쯤 된다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자부심과 동료애로 최고의 전시를 만들다
현장에서 직접 관람객들의 목소리를 듣는 운영팀은 아무래도 이야기 거리가 많다. 특히 이번 <골골이와 인형친구들> 같은 경우 기증 받은 인형들로 꾸민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더 많이 받았다는 게 여타 전시회는 좀 달랐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험물이 안 될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늘 스텐바이 느낌으로 있어요.” “가장 보람찬 순간은 아이들은 물론, 함께 오신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도 함께 함박웃음을 짓는 모습을 볼 때예요.” 이장미 연구원과 진선영 연구원이 입을 모은다.

비주얼 시대, 영상시대에 전시회에서 차지하는 영상의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이때 원지연 연구원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주제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춰 촬영을 한 뒤 그걸 한 장면씩 이어 붙여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원지연 연구원은 “과거에는 영상이 보조수단으로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아날로그 조화를 이루면서 나가아간다”며 “민속=재미없음, 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재미 포인트를 찾아 확장해가고 있다”고 ‘영상’의 역할을 설명한다. 한 편의 전시를 올리기까지 1년 내내 머리를 맞대고 분주히 움직이는 전시팀이지만 이들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세계 어디다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 최고의 어린이 전시를 만들어낸다는 ‘자부심’과 선후배, 동료들이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어우러지는,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동료애’가 바로 그것이다.

기뇰극장 노래 녹음과정

2020년 모두가 고단했던 코로나 시대, 여기에 또 하나가 똬리를 튼다. “솔직히 휴관 첫 한 달은 행복했어요. 늘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이던 곳이 텅 비니까 아, 쉰다, 하는 느낌이 들었던 거죠. 하지만 이게 오래 계속되니 마음이 달라지더라고요. 아무리 정성들여 준비해도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박물관의 존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막내 장유나 연구원의 말에 모두가 콩자루 터진 듯 와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익숙한 것에 속아 감사함을 잊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고 있는 전시팀은 요즘 2021년 전시준비로 한참 바쁘다. “한국 민속과 이야기를 주제로 한 1층 전시가 내년에 <견우와 직녀>로 바뀔 예정입니다. 지금 한창 전시를 위한 주제와 구성을 논의 중이에요. 내년 봄에 새로운 전시로 안전하게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주십시오.”


글 |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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