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극은 조선 후기 전국 각지에서 활발하게 연행되었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산대놀이, 경상도 지역에서는 야류와 오광대, 황해도 지역에서는 탈춤으로 불리면서 지역별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내용이나 주제는 조선 후기 사회 현실에 대한 민중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승려나 양반, 남성의 권력에 대한 비판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 중 양반에 대한 풍자는 등장인물의 이름과 함께 탈의 조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통영오광대중요무형문화재 제6호 중 2과장에서는 일곱 양반과 그 하인인 말뚝이가 등장한다.
첫째 양반 원양반
둘째 양반 차양반
셋째 양반 홍백양반
넷째 양반 검정양반
다섯째 양반 손님양반
여섯째 양반 비뚤양반
일곱째 양반 조리중
이렇게 일곱 양반이 등장하여 한바탕 춤을 추며 놀다가 말뚝이를 상대로 심심풀이 말장난을 하려 하나, 그 신분은 하인이나 양반의 배나 더 되는 큼직한 탈을 쓴 말뚝이는 채찍을 휘두르며 양반들의 집안 내력을 하나하나 까발린다.
얼굴 반쪽은 붉고 반쪽은 흰 홍백양반
비뚤어진 얼굴에 몸까지 온통 뒤틀어진 비뚤양반
온몸이 먹처럼 시커먼 검정양반
얼굴이 박박 얽은 곰보양반
온전한 중도 못 되는 조리중양반
조상들의 잘못된 행실 때문에 제각기 허물을 지니고 태어났으니 근본이 양반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 행실 또한 양반답지 못하다고 꾸짖는 것이다.
야류, 산대놀이, 탈춤에서 역시 양반탈은 한쪽 눈은 쑥 올라갔는데 반대쪽은 거꾸로 내려앉은 탈, 눈과 코, 입이 모두 제각기 삐뚤어 우스꽝스러운 탈, 얼굴이 온통 털로 뒤덮인 탈, 곰보 자국으로 울퉁불퉁 일그러진 탈, 주근깨와 검버섯이 가득한 탈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하나 같이 하인인 말뚝이나 취발이에게 조롱을 당하거나, 영노나 비비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가면극에서는 이와 같이 양반들의 허세를 비웃고 조롱하는 풍자와 비판을 비정상적인 탈의 모습을 통해 극대화한 것이다.
글_임세경│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