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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설

돼지는 정말 복을 가져다 줄까?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책가방을 벗어 던지며 다급하게 물었다. “엄마, 나는 나는 무슨 꿈으로 태어났어?”

무슨 소리인가 싶어 자세히 물었더니 짝꿍이 자신의 태몽을 이야기해준 모양이었다. 나는 아이에게 토실토실한 돼지가 치마에 폭 안기는 꿈을 꾸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하필 돼지냐며 다른 꿈으로 바꿔달라고 떼를 썼다. 열 살 된 아이에게 돼지는 뚱뚱한 사람을 놀릴 때 쓰는 말이니까. 사실 당시 그 꿈을 꾸었을 땐 태몽이 아니라 큰 돈이 생기는 줄 알고 복권을 샀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우리나라에서 돼지꿈은 복을 준다고 하여 길몽으로 여겨진다. 돼지는 12지의 열두 번째 동물로 시간밤 9시부터 11시과 방향북북서을 지키는 시간신時間神이자 방위신方位神에 해당된다. 또한 신화에서 길상, 재산, 복의 근원, 집안의 재신財神을 상징한다. 이와 같은 문화적 상징이 “돼지꿈은 곧 재물과 복을 불러온다.”는 관념을 만들었고, 누구나 즐기는 마음과 기대감으로 반신반의한다. 반대로 돼지를 잃어버리거나 돼지와 싸우는 꿈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신화의 영향인지 돼지꿈에 대한 설화도 있다. 똑같이 돼지꿈을 꾼 세 사람이 해몽가에게 꿈풀이를 하니, 첫 번째 사람은 재수 있겠다고 하고 다음 사람은 푼돈이나 생기겠다고 하고 마지막 사람은 낭패를 당하겠다고 했다고 풀어준다는 내용이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것을 반영한 이야기인데, 결국 이 설화는 길몽만 믿지 말고 행동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돼지꿈을 둘러싼 이야기는 이처럼 다양하지만 돼지꿈이 복을 가져온다는 기본적인 시각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부푼 꿈을 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나 또한 돼지꿈을 꾸고 재물에 욕심을 냈지만 아이라는 더 큰 행운을 얻었던 것처럼 말이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돼지꿈에 대한 속설은 무엇인가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글_ 편집팀
감수_ 장장식 |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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