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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체험기

박물관에도 있다, ‘야간개장’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특별한 날입니다. 바로 ‘문화가 있는 날’입니다. 이날은 박물관, 미술관, 고궁, 영화관과 공연장을 무료나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 대표 생활사 박물관인 국립민속박물관은 그날, 오후 9시까지 개관한다고 합니다. 박물관의 야간 풍경은 어떨까요?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며 어둠이 내려앉는 저녁 7시 그곳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어둠과 빛을 만끽하는 야외전시장

해가 지기 전, 천천히 어둠이 내리는 동안 하나 둘씩 조명이 불을 밝힙니다. 낮과는 다른 분위기로 멋진 야경을 이루고 있었는데요. 관람객으로 붐비던 국립민속박물관이 조용하고 고즈넉한 곳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시간이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 정문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장승’입니다. 박물관 야외 전시는 하나의 마을처럼 꾸며놓았다고 하는데요. 마을 어귀에서 보이는 것처럼 장승을 배치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걸으니 마을을 산책하는 듯하면서 시골 고향집을 방문한 것처럼 정겨움도 느껴집니다. 장승 동산을 지나면 효자각과 효자문이 나옵니다. 전라북도 부안군 월천리에서 온 효자각과 효자문은 국립민속박물관을 더욱 고풍스럽게 만들어 주는 것들 중 하나이지요. 길을 걷다 보니 서울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조용하고 마음이 평안해 지는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거닐었던 곳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게 한적한 모습이네요.
더 걸음을 옮기면, 많은 사랑을 받는 ‘오촌댁’이 등장합니다. 금방이라도 할머니가 버선발로 뛰어 나와 반겨주실 것만 같아요. 방문하는 사람마다 카메라로 고풍스런 모습을 담고 싶어지는 오촌댁의 환하게 불 밝힌 모습은 참 아름답고 정겹습니다. 오촌댁 내부에도 방마다 불이 켜 있는데요. 오래 전에 누군가 사용했던 물건들이 조화롭게 오촌댁을 채우고 있습니다. 잠시 마루에 앉아 쉬어 갑니다. 밤에 보는 오촌댁은 낮에 보는 것과는 참 많이 달라요. 오촌댁이 누구나에게 문을 여는 따뜻한 시골집 이미지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곳인데요. 한국 전통을 남기기에 이만큼 사진 찍기 좋은 곳은 없겠죠? 구석구석 살펴보고 발길을 옮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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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좋아하는 곳, 사진으로 가장 많이 남기는 또 다른 곳! 어딘지 아시나요? 바로 60년대와 70년대의 골목길 모습을 재현해 놓은 ‘추억의 거리’입니다. 추억의 거리를 걷다 보면 정말 그 시절의 모습을 잘 표현해 감탄이 나온답니다. 어린이박물관 옆에 있는 추억의 거리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가족들 나들이 장소로 아주 좋은 곳이죠.

전차를 지나야 추억의 거리가 시작되는데요. 화개 이발관이 친절봉사를 외치며 손님을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발관 안을 채우고 있는 그 시절 이발관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아주 쏠쏠하답니다. 맞은편 고향식당은 간판만 봐도 배가 고파지는 곳이죠. 소머리국밥 한 그릇 뚝딱 먹고 싶어집니다. 밥을 먹고 커피도 마셔야지요? 약속다방은 다른 곳과 다르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요. 사람이 많이 몰려 시간과 인원이 조금 제한되었네요. 다방으로 들어가면 옛 다방의 소파가 있고, 그곳에 앉아 자판기 커피도 마실 수 있습니다.
디제이 공간도 있어 음악을 들으며 한잔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다방 앞에는 자전거도 있고, 공중전화도 있어요. 지금은 보기 힘든 소품들과 마주하니 이야기가 넘쳐 납니다. 저마다의 추억들이 생각나는 시간이에요. 다방 말고 추억의 거리에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는데요. 바로 은하사진관입니다. 사진관은 시간마다 옛 교복체험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추억의 거리에서 가장 밝은 만화방은 안으로 들어가 만화책을 읽고 싶게 만듭니다. 그렇게 거리에서 푹 잠겨있던 추억에서 나와 보는데요. 반가운 소식은 다음달 4월부터는 이곳 추억의 거리에서 어린이프로그램 <그땐, 그랬지>가 다시 운영된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이 가족과 함께 추억의 거리를 느껴보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 엄마 어렸을 적, 그때의 거리 <그땐 그랬지> 현장 후기 – 바로가기
| 2016 <그땐 그랬지> 신청하기 – 바로가기

 

여유와 감상을 더하는 상설전시장

 

야외전시를 다 둘러보고, 이제 상설전시장으로 들어가 봅니다. 낮에는 단체 관광객들로 빽빽한 곳이 이렇게 한산하다니 생소하네요. 상설전시는 물론 기획전시도 야간개장에는 동일하게 밤 9시까지 공개되는데요. 전시를 조용하고 차분하게 감상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제격입니다. 오래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전시와 하나가 될 수 있었어요.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는 삶고 연결이 되어 있고, 보고 있으면 그 유물을 사용한 사람들의 생애도 관심이 가게 됩니다. 또 저녁의 감상이 더해져 낮보다 더욱 매력적이네요. 전시를 충분히 음미하고 되새기면서 즐기시길 원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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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국립민속박물관은 경복궁 궐내에 있습니다. 나가는 길에 보니 경복궁 전각들이 보이네요. 정문 바로 앞에는 소주방이 보이고, 울타리 근처에서 경복궁을 몰래 바라보는 느낌도 드니, 일석이조입니다.
박물관을 다 둘러보니, 어느새 어둠이 더 깊게 내려앉았는데요. 도시의 소음과 분주한 삶에서 벗어나 나를 생각하고, 나와 마주할 볼 수 있었습니다. 사색의 시간이 필요한 분이라면 문화가 있는 날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에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아보세요. 힐링을 경험하며 여유를 되찾는 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글_ 김은주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사진_주희진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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