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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큐레이션

『민속학 입문』과 『박물관에서 서성이다』
민속과 박물관으로의 첫걸음

우리의 일상과 전통을 이해하는 학문인 민속학과 그것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소중한 다리 역할을 한다. 오늘은 국립민속박물관을 통해 민속과 박물관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이용자를 위한 책을 소개한다.

‘민속=옛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민속학 입문』과 함께 민속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일본의 민속학 강사인 기쿠치 아키라의 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입문서이다. 일본 민속에 관한 실제 사례를 통해 민속학의 개념과 방법론을 설명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일상에서 민속학적 관점을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접근은 독자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되는 민속을 경험하게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민속의 경험은 민속학이 단순히 과거에 머무른 전통을 연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함으로써 민속학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저자는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감정과 그 상황을 극복하며 실천력을 기르는 모든 것이 민속학의 기초라고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에서는 근현대 일본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입고 먹고 사는지, 일하며 이동하는지, 관계를 맺는지에 대해 3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분석한다. 각각의 내용은 실제 강의에 참여한 학생들의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여 일본 생활문화의 생생함을 더해 흥미를 유발한다. 이 책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고 있는 내용은 ‘우리’가 자료라는 것이다.

민속학은 보통 사람의 일상생활을 분석하기 위한 학문이기 때문에 기록이 가능한 특별한 사람들이 남긴 특별한 사건에 대한 문자자료를 파악하는 것에서 나아가야 한다. 문자자료로 남지 않는 보통 사람인 우리가 보내는 일상생활이 민속자료이며, 그 주체가 되는 우리 자신이 곧 자료인 셈이다. 민속학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 이 책은 민속이 지루한 옛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일상생활이 민속 그 자체라는 신선한 깨달음을 준다.

“민속학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왜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는지 그 내력의 해명을 목적으로 한 학문이다. ‘지금까지’에 대한 완전한 이해 없이는 ‘지금부터’의 풍요로운 미래는 있을 수 없다.” – 책 중에서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민속학이 과거에 머무른 학문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지나온 길과 걸어가고 있는 지금을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것을 살포시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민속학의 연구 결과와 예술품 및 학술 자료들은 박물관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소개되고 전파된다. 박물관에서 다루는 자료와 유물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해석해본다면 어떨까? 『박물관에서 서성이다』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한 박현태 저자의 감성을 통해 문화재를 감상하고 삶의 환경을 바라보는 디자인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문화유산과 예술작품 그리고 디자인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잘 디자인된 작품들이 시대를 넘어 어떻게 가치 있는 문화재로 남을 수 있으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지 깊이 있게 탐구한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저자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예술의 세계를 깊이 있게 추구하면서도 이를 일반 독자가 접근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낸다. ‘옛것은 살아있다’에서는 오래된 것의 새로운 이야기를, ‘예술과 디자인 사이에서 진화하다’라는 여러 소재에 대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중 우리에게 익숙한 빗살무늬토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빛과 비의 살’에서는 토기의 빗금(빗살)이 고열에 깨지거나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이라는 가설에서 나아가 자연 현상을 경외하는 원시문명에서 절대적 숭배대상인 태양빛빛살의 형상화이거나 농경사회의 선물인 비를 상징하는 하늘여신의 머리카락을 빗는 빗의 모양새일 수 있다는 디자인적인 해석을 전한다. 신석기시대의 유물을 외웠던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종은 소리를 내는 도구다. … 소리를 내는 도구라는 실용성과 감상 대상으로서의 조형성, 영적인 매개체로서의 상징성이 잘 표출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획과 제작 전반이 곧 ‘디자인’이다. 성덕대왕신종은 천년이 넘도록 지속가능한 신라의 ‘사운드 디자인’이다.” – 책 중에서

박물관과 유물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과 통찰을 얻고 싶은 모든 이들은 이 책과 함께 박물관을 서성여보기를. 국립민속박물관 3층에 있는 자료실에는 오늘 소개한 도서 외에도 민속에 관한 다양한 도서와 박물관 발간 자료 및 전시 도록을 소장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도서 중 오늘 소개한 도서와 함께 읽으면 좋을 도서들을 간단히 소개하며 모두에게 열려있는 국립민속박물관과 자료실을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글쓴이 | 권유미_국립민속박물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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