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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이 전하는

마을공동체의 염원을 찾아서
대구 감삼동 대동제

백리부동풍百里不同風
(백리 밖 바람이 같지 않고)
십리부동속十里不同俗
(십리 밖 풍속이 같지 않다)

우리나라는 지역, 마을마다 생활방식과 문화가 다르다. 오늘날 행정 편의에 따라 구획된 행정구역과 달리, 예로부터 자연 촌락을 구분하고 확인하는 첫 번째 지표는 마을 제의였다. 마을의 경계나 중심에는 서낭당이 있어, 제의를 함께 지내고 우리 마을이라는 의식을 강화한다. 마을제의는 신격이나 제의의 특성에 따라, 또는 지역에 따라 그 명칭이 다른데 경상도에서는 주로 당산제, 동제라고 부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22년부터 전국을 여섯 개 권역으로 나누어 매년 해당하는 권역의 마을신앙을 조사 및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대구, 울산을 포함한 경상도를 조사의 대상으로 담아 진행했다. 부산은 제외되었는데, 지난 2020년 ‘2021 부산민속문화의 해’를 앞두고 두 달 동안 부산 전 지역을 조사하여 182개의 마을 제의를 확인하고 4권의 조사보고서를 펴냈기 때문이다.

감삼동 대동제 제의 장소 
감삼동 대동제를 지내는 제관들

감삼동은 어떤 곳?
2월 25일, 민속박물관에서 진행한 조사 중 대구광역시 달서구 감삼동에서 진행되는 감삼동 대동제에 다녀왔다. 감삼동은 와룡산에서 낮은 산등성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길게 뻗어 마을 한가운데서 끝나는 지형을 이루고 있으며, 낮은 산에는 소나무들이 자라고, 산등성이와 비탈진 땅에는 감나무들이 자생하여 감이 많이 나는 곳으로 알려졌다. 1833년 편찬한 『경상도읍지』에는 ‘감삼못’이 달서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감삼동의 지형을 보면 풍수지리적으로 세 장군이 태어날 형상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런 말이 널리 퍼지게 되면 도리어 마을 사람들이 해를 입기 쉽다 해서 이 얘기를 숨기고자 그 부근에 샘이 세 곳에서 솟아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얼마 후 이 마을에는 정말 세 곳에 샘이 생겨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그 샘물이 마르지 않았다고 해 ‘감새미감삼동’이라 불렸다고 한다출처: 대구일보, 동네방네 <달서구 편> 중 감삼동.

감삼동 수림원에서는 매년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지역민의 안녕과 지역 발전을 기원하는 대동제가 열린다. 행사는 감삼민속단의 길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대동제, 소금복단지 기원 행사 순으로 진행되었다. 과거 감삼동에는 당산이 있었으나, 도로가 정비되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성서 조약국’으로 알려진 흥생한의원의 조경제 원장은 감삼동에 노인정이 없는 것을 알고 수림원을 건립하여 지역민에게 제공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의 전통문화인 동제와 지신밟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매년 정월대보름에 대동제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한다. 2019년까지 매년 감삼동 대동제가 이어졌으나, 2020년부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잠정적으로 중단되었고, 2024년인 올해 다시 대동제를 열게 되었다.

감삼동 대동제
제관이 술잔을 올리는 모습과 홍생한의원

소망을 담는 자리
감삼동 당산제는 큰 바위를 당산 자리로 정하고, 그 앞에 제단을 마련해 놓았다. 그 옆에는 ‘소금복단지’가 있는데, 커다란 단지 겉면에는 소금과 빛 같은 마음이라는 뜻의 ‘鹽光如心염광여심’이 새겨져 있다. 당산제는 전통 예복을 갖춘 헌관들이 절차에 따라 술잔을 올리는 고유의 의식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동민들이 건강, 화합, 인재 양성 등 지역 발전을 기원하는 축문을 읽고, 소원지를 태우며 감삼동민 모두의 소망을 하늘에 전한다. 또한 감삼동 대동제가 끝나고 소금복단지 기원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동민들이 준비하여 온 소금을 단지에 넣으며 각자의 소원을 비는 이 행사는 감삼동민의 소망과 기원을 담아내는 시간이었다. 당일 아침 당산제에 참석한 나와 달리, 민속박물관 연구사님들은 전날 참석해 마을 조사를 진행하셨다. 이번 당산제는 앞에 서술했듯, 코로나 이후 잠시 정지되었다가 진행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주민도 헷갈리는 지점들이 몇 군데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짚을 꼬아 새끼를 만드는 방향이 잘못되었었다. 짚을 꼬는 방향에는 오른쪽 꼬기와 왼쪽 꼬기가 있는데, 대부분 오른쪽으로 꼬아 생활용품을 만들지만, 아이를 낳은 집에 치는 금줄과 상가에서 사용하는 새끼줄은 왼쪽 꼬기를 한다. 당산제의 새끼가 처음에 왼쪽으로 꼬아져, 오른쪽으로 새끼를 다시 꼬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당산제에 쓸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과 소금복단지에 소금을 던지는 마을 주민

서로의 안녕을 빌 수 있는
어떤 행사들은 아주 잠깐 명맥이 끊겨도 다시 완벽하게 그 모습을 재현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마을 당산제는 마을 주민의 네트워크를 통해 어렵지만 진행될 수 있었다. 다만 ‘마을’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는 현대 사회에 이런 문화들이 소위 말하는 ‘MZ세대’에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아쉬움이 들었다. 그럼에도 함께 사는 이웃의 안녕을 빌고, 얼굴을 마주 보며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이 어떤 형태로든 지속했으면 한다. 감삼동 주민들이 소금을 던진 소금복단지에, 나도 소금을 담으며 올해 나의 행복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빌었다.


글 | 윤지우_제12기 국립민속박물관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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