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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1

손끝으로 만나는 삶의 추억
<내 추억에 놀러와>

사람들은 저마다 추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추억의 페이지에는 추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물건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전기밥솥’ 하면 따뜻한 밥 속에 담긴 엄마의 사랑이, ‘라디오’ 하면 찬란하게 빛나던 그 시절을 함께 한 음악이 떠오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소장 생활사 자료를 활용하여 장소와 거리의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웹 콘텐츠 <내 추억에 놀러와>를 2월 11일 공개했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설 기간 부모님의 추억과 나의 추억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지길 기대하며 설 기간을 콘텐츠 오픈일로 정했다. 박물관 내부에 설치된 오프라인 홍보부스에서는 콘텐츠 참여자에게 추억의 시대에 유행했던 간식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이루어졌다.

오픈 홍보부스에서 콘텐츠를 체험하는 관람객
홍보영상을 보는 엄마와 딸

장노년층을 주 대상으로 한 <내 추억에 놀러와>는 물건에 얽힌 추억을 기억하고 공유하는 콘텐츠로 익숙한 물건 속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기 물건에 담긴 나만의 추억을 기억의 창고에서 끄집어내어 ‘추억의 전당’에 기증한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세대별로 기억하는 물건은 다르지만 물건 속에 담긴 추억의 크기는 동일하다.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60대 이상 인구는 763만 명으로 전체 인구수의 27%에 해당하며 해마다 그 수는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2025년에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17년이 걸렸지만,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는 불과 7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1)

서구 선진국이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들어가기까지 75~154년 걸린 것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증가 속도는 압도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년 인구는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시설의 중요한 향유자로 떠올랐다. 노년 인구가 문화예술을 통해 창의적인 삶을 누리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소통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중요하다.
<내 추억에 놀러와>는 초기부터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기획된 온라인 콘텐츠이다. 그래서 이미지 크기, 텍스트양, 화면 배열 등의 UI 디자인을 최대한 간단하게 설계하였다. 박물관의 많은 자료를 보여주겠다기보다는 생활사 자료가 과거의 매개체로서만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내 추억에 놀러와>는 삶을 물건과 연계하여 개인의 추억에 집중하였다. 어린 시절, 청소년기, 성인기로 구분해 추억의 물건들을 선택할 수 있게 하였고, 선택한 물건에 관해 나의 추억을 녹음이나 글쓰기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연대별 유행 패션과 헤어스타일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는 소소한 재미도 주었다. 1970년대의 미니스커트, 가죽점퍼, 장발, 1980년대의 청청패션, 멜빵바지, 2:8 가르마 머리 등 당시 유행하던 패션을 통해 그 시대의 나로 되돌아갈 수 있다. 캐릭터는 나의 실제 연령을, 캐릭터의 공간 배경은 내가 선택한 추억의 물건들의 시대를 반영해 나와 내가 경험한 시간에 관해 맞춰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레트로는 기성세대들에게 추억을 회상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고 MZ세대들에게는 색다르고 독특한 하나의 트렌드이다. 장노년층이 콘텐츠의 주 대상이지만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MZ세대 및 가족과의 소통이 가능하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유행한 이유도, 포켓몬빵이 재출시되는 이유도 기성세대의 추억과 맞닿아 있다. <내 추억에 놀러와>가 노년 인구에게는 향수를, MZ세대에게는 레트로 감성을 느끼게 하며 세대 간 추억 소통이 가능한 콘텐츠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현재 추억의 전당에서 인기투표 이벤트가 진행 중이며, 한 달간의 인기투표 이벤트 기간을 거쳐 하트를 가장 많이 받은 3명의 추억 공유자에게는 10만 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증정할 예정이다.

‘비록 어떠한 종류의 것이든 추억을 갖는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기쁘게 하여 준다.’라는 구절이 있다(「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마음을 고요하게 그리고 기쁘게 하는 시간으로 <내 추억에 놀러와>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를 기대하며 이 초청장을 드린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온라인 민속문화 콘텐츠 사업은 장소와 거리의 제약 없이 민속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21년부터 시작되었다. 2021년에는 세시(설, 단오, 추석, 동지)에 관한 영상과 상설전시 2관 연계 ‘도전! 농사꾼의 한 판 대결’을 개발하였고, 2022년에는 메타버스 ‘한국인의 일생-네컷사진관’을 개발하였다. 2023년에는 우리 관 생활사 자료를 활용한 중장년층 대상 <내 추억에 놀러와>와 야외전시 7080추억의 거리와 연계한 ‘잃어버린 수험표를 찾아라’를 제작하였다. 앞으로도 국립민속박물관은 손끝으로 민속문화를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보급할 예정이다.

1)고령화사회: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
고령사회: 65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인 사회
초고령화 시회: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


글 | 권선영_섭외교육과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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