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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문화사 | 전통복식문화의 변화

손바느질과 재봉틀

20여 년 전 인연이 되어 광주지역에서 발굴된 고운高雲묘 출토복식出土服飾인 유물을 직접 정리한 적이 있다. 내가 마주한 전통복식은 700년 동안 매장되었던 빛바랜 옷이었지만, 세월 속에서도 형태와 손바느질은 신기神技에 가까웠다. 출토된 전통복식은 재봉틀의 기계보다도 일정한 간격의 촘촘한 손바느질로 완성된 옷이었는데 인간이 할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서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세월에 얽힌 시간의 흔적과 한 올 한 올 가족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나 사랑이 묻어있는 손바느질로 염원을 그려냈을 옛 여인들을 그곳에서 만났다. 이렇게 재봉틀로 박은 간격보다도 더 정밀하게 바느질 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옷을 제작하는 문화적 배경이 오로지 손놀림을 통한 수공예적인 바느질방법 때문이 아니었을까?

최근에는 손바느질을 해서 한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문화도 아니고, 서양문화의 도입으로 인해 복식문화가 변하여 기성복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재봉틀이 유입되기 100여 년 전만해도 수공업인 바느질방법은 의생활문화를 해결해야하는 가족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부녀자들의 일상적인 일과였을 뿐만 아니라 당시대 여성들의 실용적인 노동으로 생계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재봉틀의 도입에 따른 바느질법의 시기적 변화
근대이후의 한국 전통복식은 개화기, 1950년대 이후 산업화시기, 1980년대 이후 세계화시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각각의 시점은 한국사회의 기존가치와 질서에 대한 변화를 요구받았던 정치, 사회, 경제에서 중요한 가속도를 요구하는 시기이다. 1900년대 격동의 한국 근대사에서 사회전반에 일어나는 많은 변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던 개화기에는 한국 복식문화에 서양복식이 유입되고 혼돈과 선망이 뒤엉켜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개화기 이후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재봉틀 도입은 산업화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생산기술력을 향상시키는 기계 중 하나였으며, 의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농업사회에 머물렀던 우리나라는 직물이나 봉제 공업이 주요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러한 현상 속에 의생활문화는 국가적인 산업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1970~80년대만 해도 가정에서는 재봉틀 한 대씩을 장만하는 것이 재산목록이 되기도 했으며, 신부가 혼인을 할 때 혼수용품으로도 중요한 품목이 되기도 하였다. 기계의 도입으로 자연스럽게 손바느질은 감소하게 되었고 재봉틀을 사용하는 추세는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추세를 살펴보기 위해 제시된 표에 손바느질과 재봉틀의 시기별 상관관계를 비교해 보았다. 제시한 자료는 실물 전통복식 수집의 한계 때문에 한복저고리에 한정하였고, 자료의 수량이 동일하지 않아 비교하는데 한계는 있다. 하지만, 서양복이 유입되어 기성복을 착용하는 유행의 현상 때문으로 전통한복을 착용하는 사람들이 감소하여 시기적으로 유행되었던 실물 저고리를 직접 측정한 통계 자료를 이용했다는 실증성이 있다. 바느질 방법을 객관적으로 봉제과정에 따라 손바느질, 손바느질과 재봉틀을 혼합하여 사용한 것, 재봉틀깨끼바느질포함을 사용된 것으로 분류하여 정리한 위의 표1)를 보면 시대적 변화추이는 다음과 같다.

시기에 따른 손바느질과 재봉틀의 상관관계

기계문명의 변화 속에 기성복 등장
서양문물의 도입과 서양복식 착용으로 한국의 전통복식은 일상복으로써의 기능이 상실되고 예복으로 착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이르러 한류문화의 열풍으로 한국 전통복식은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문화로써 대중에게 관심을 유도하게 된다.

최근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문화재청과 고궁박물관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김영진 디자이너는 ‘차이김영진’과 ‘차이킴’ 두 브랜드로 선별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브랜드를 구별해서 운영하는 것은 고객에 맞춰 전통한복인 속옷에서 치마, 저고리까지 손바느질 작업을 통해 제작하는 전통맞춤 한복브랜드가 ‘차이김영진’이다. 또 다른 브랜드는 김영진의 기성복 라인, 세컨드 브랜드인 ‘차이킴’으로 재봉틀을 사용하여 기성복으로 제작 하는 것이다. 산업화에 따른 재봉틀의 출현과 서양복의 도입으로 대량생산화가 되었고 기성복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지금도 전통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손바느질한 옷을 사랑하고 즐기고 있다.2)

전통가치를 담는 한복의 아이덴티티 진화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전 세계가 혼란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가수 그룹인 BTS가 빌보드차트를 석권하면서 조명을 받고 있다. 영상물에 BTS가 입었던 신한복은 동양의 신비롭고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한 나라의 민속복식이 아닌 패션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전통한복이 고루한 민속 문화가 아닌 현재도 미래에도 문화의 융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문화의 속성으로 문화는 이동하고 복합적인 것이 본질이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진 민족문화의 개성적 성격이 고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유하다는 말은 다른 것과 같으면서 다른 것과 구별되는 다른 곳에는 다시 있을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고유성은 전통복식의 기본적인 형태를 유지하면서 현대의 개성적이고 새로운 복식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전통복식은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일상복으로 대중에게 일상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전통복식은 문화의 전통 속에서 또 다른 개성을 담아 새로운 문화로서 기성복이 대중화되어 새로운 한복의 재전유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이태옥 외 2인, 19세기 이후 여자 저고리 봉제 변천에 관한 실증적 연구, 한복문화 제13권 1호, 한복문화학회, 2010, PP. 5-6.
2) http://www.newspim.com/news/view/20210125000903


글 | 김은정_전남대학교 의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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