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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에는 | 보름달

달 달 고마운 달

달이라는 커다란 위성의 존재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 참 다행인 일이다. 호수나 강 위로 떠오른 보름달을 볼 때면 눈부시게 환한 모습이 참 곱다. 교교하고 은은한 달빛이 없었다면 그동안 달을 노래했던 수많은 시와 노래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밝은 별 수백 개와 별자리를 노래하는 시들이 달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겠지만 문학적으로나 예술적으로도 정감이 훨씬 덜했을 것이다. 달이 있는 덕분에 달빛 아래 연인들의 속삭임이 밤하늘을 훨씬 더 낭만적으로 만들고, 밝은 달을 품에 안는 태몽도 꿀 수 있었다. 백로白露와 추분秋分의 두 절기를 거치며 선선한 공기를 품은 올 10월, 한가위 달에 대해 천문학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달, 지구의 중심을 잡다
천문학자로서 바라보는 달은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달은 지구와 중력으로 연을 맺은 단순한 동반자만이 아니며, 또한 낭만만을 선사해 주는 천체가 아니다. 달의 가장 큰 역할은 지구가 안정적으로 자전할 수 있게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다. 달이 없다면 지구의 자전속도는 훨씬 빨랐을 것이며, 또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거려서 지금보다 지구의 자전축 변화가 더 커질 수 있다. 청년시절 천방지축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훌륭한 반려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면 가장으로서 중심을 잡아가는 청년들이 있듯이, 지구의 자전축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달이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구의 자전축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계절의 순차적인 변화의 주기도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달이 없었다면 지구의 자전주기는 지금보다 훨씬 짧은 6시간 정도라고 한다. 지금보다 4배나 빨리 돈다는 얘기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어지러움을 느낄까?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지구의 기후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게 될 것이다. 모든 바람은 최소 4배 이상 셀 것이고, 조석에 의한 쏠림현상이 커져 파도는 훨씬 높을 것이다. 모든 해류 또한 4배 이상 빨라지므로 각 지역의 기후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의 진폭이 커질 것이다.

생명체들은 항상 강풍 속에서 살아야 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몸집이 작고 빨리 움직이는 동물만이 살아남을 것이고, 나무 중에서 잎사귀가 큰 활엽수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키가 작고 단단한 나무들만 적응할 것이다. 달이 없었다면 지구에 생명체가 태어났더라도 진화의 방향과 과정은 매우 달랐을 것이며 아마도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달은 아름답고 풍성한 모습으로 어둠을 밝혀주는 동시에 지축을 잡아주고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생존과 진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천체이므로 고맙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달, 궁금한 이야기
달은 우리 민족의 생활습속에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태고적부터 조선시대까지 오랫동안 음력을 사용한 것만 보아도 우리의 전통사회는 태양보다는 달이 중심이었다. 보름달이 관련된 민족의 큰 명절 중에는 정월 대보름, 칠월 백중, 그리고 팔월의 한가위가 있으며, 그중 민족 최대의 명절은 단연코 한가위이다. 아마도 오곡이 무르익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크게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한가위를 맞아 천문학자로서 종종 받는 달과 관련한 여러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하고자 한다.

Q1 정월 대보름과 한가위 달 중 어느 것이 더 크나요?
‘그 때 그때 달라요’라는 다소 메마른 답변을 드려야 할 것 같다. 그 이유는 달의 궤도가 타원형이라 지구와 가까울 때와 멀어질 때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의 보름달을 ‘슈퍼문’이라고 하며, 지구와 가장 멀리 있을 때의 보름달보다 약 14%나 더 크게 보인다.

Q2 ‘달 타령’에서 이태백이 놀던 달이 무엇인가요?
당나라 최고의 시인 이태백은 뛰어난 상상력과 정감어린 언어구사로 수많은 시와 설화 등을 남겼다. 그가 좋아했던 술과 호수, 그리고 달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했으며, ‘이태백이 놀던 달아’라는 말은 이태백이 중국의 양쯔강장강 둥팅호동정호에서 술을 마시고 뱃놀이를 하다가 물에 비친 달을 잡기 위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설화로 인해 생긴 듯하다.

Q3 달에 정말 토끼가 사나요?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문화권에서는 달의 바다1)를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으로 보아왔는데, 문화권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전래되고 있다. 어떤 형태를 보면서 동물이나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처럼 불분명하고 불특정한 현상이나 소리, 이미지 등에서 특정한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현상을 변상증Pareiodolia이라고 하는데, 밤마다 달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 문화권에서 게, 사람, 두꺼비 등 각기 다른 형상을 상상하면서 전래해 오고 있다.

Q4 늑대인간은 왜 보름달을 보면 늑대로 변신하나요?
늑대인간과 보름달의 관계는 원래 동유럽의 슬라브 지방에서 전해온 이야기로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의 책에도 기술되어 있을 만큼 기원이 깊다. 그 외에도 여러 나라에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전해오는데 어디까지나 신화이자 미신으로, 실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므로 각 지방의 토속적인 이야기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Q5 달은 누구 소유인가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110여 개국이 서명한 ‘우주조약2)’에서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에 대하여, 모든 국가는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물론,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데니스 호프라는 미국기업인이 국가가 아닌 개인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달땅을 1에이커Acre 3)당 약 3만원씩, 지금껏 140억 원이 넘게 팔았으니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 하겠다. 그러나 미래에는 우주강국들이 달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달에는 무궁무진한 에너지원과 광물, 희토류 등이 많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도 우주개척 분야의 인재를 기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Q6 지구와 달은 형제(같은 기원)인가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전래동화에는 달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나, 천문학적으로 보면 지구와 달은 거의 동시에 형성되었다는 설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태양계 형성초기에 행성 두 개가 스치듯이 충돌하여 서로의 중력권에 동반자가 되었는데, 이를 충돌설이라고 하며 가장 그럴 듯한 달 형성이론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한가위 달맞이
한가위 달이 뜨면 한강을 비롯한 우리나라 곳곳에서 다양한 달맞이 행사가 즐비하게 열렸는데, 코로나19로 많은 행사들이 축소되거나 연기되어 마음이 무겁다. 색색깔의 물줄기가 유려하게 춤추는 ‘달빛무지개분수’, LED조명으로 둘러싸여 밤이면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세빛섬’, <강의 유람선>에서 특별한 달맞이, 그리고 강릉 경포대의 달맞이 축제, 영암 월출산달맞이, 해운대 달맞이길 등 우리 민족과 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달을 걱정 없이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바이러스와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응원 보내며, 달맞이 행사들을 만끽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한가위 달을 보며 빌고 싶다.

1) 상대적으로 지대가 낮아서 어둡게 보이는 지역
2) Outer Space Treaty, 또는 외기권조약
3) 1에이커는 4,046제곱미터(약 1,224평)로 축구장의 절반에 달할 정도의 면적이다.


글 | 이영웅_한국천문연구원 대덕전파천문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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