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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국립민속박물관 사업 소개 #3

여러분의 기억을 소환하는
2025년 전시운영과 사업을 소개합니다

국립민속박물에서는 현재 전시 중인 기증 특별전 《꼭두》, 뱀띠 해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과 함께 2024년에 《龍, 날아오르다》, 《아버지》,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요즘 커피》, K-Museums 공동기획전 등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시대와의 공감’, ‘민속 문화의 탐구’, ‘지역과의 상생’이라는 전시 목표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꾸려왔습니다. 관람객들의 많은 성원과 공감 그리고 때로는 질책과 조언을 접하면서 2025년도에는 전보다 나은 새로운 주제와 내용으로 여러분께 민속 문화의 다양성과 현재성을 전시로 풀어내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은 ‘시간’이란 개념을 삶 속에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크게 ‘과거·현재·미래’로 대별하고 여기에 시간의 단위를 입혀 사람의 삶을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것의 일부로 파악하고자 했던 듯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은 시간이 존재한다고 느끼지만, 사실 시간이 존재하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고 마찬가지로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들 중 우리는 특히 ‘과거’에 많은 애착을 갖습니다. ‘과거’라는 이 가상의 주머니에는 지나간 우리의 삶 모두가 담겨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한데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리의 삶 전체가 지워진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지워진 듯한 삶을 ‘기억’이라는 실마리를 이용해 되살려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유일한 존재 방식이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시대와 기억 시리즈 1: 《사진관》 특별전
수많은 기억들 속에서도 누구나 꼭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하기 위해 사람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 순간을 기록합니다. 사람이 고안해 낸 다양한 기록 방식 중 19세기 이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등장한 것이 바로 사진입니다. 사진은 이후 100여 년을 거치며 대표적인 기록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진관용 사진기

일상생활 속에서의 사진은 기록이라기보다는 ‘기억’이나 ‘추억’의 영역에서 더 많은 의미를 갖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스스로 기록할 수 있는 장치를 하나 이상씩 지니고 있어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가 밥 먹듯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사진이 일상이 되기 불과 몇십 년 전까지도 사진을 찍는 행위는 특별한 날, 특별한 장소에서나 가능한 비일상적 행위였고 그 비일상적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가 바로 사진관이었습니다. 사진관은 누군가에겐 일터이며 추억의 저장소이기도 했지만, 또한 누군가에겐 세상에서 가장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사진관의 모습도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필름이 사라지고, 촬영 기계가 등장하고,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는 놀이의 장소로 변한 곳도 있습니다. 더불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가장 비일상적인 장소가 이제는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사진관》 전시에서 기억과 추억으로 대변되는 사진관의 출발 시점에서 전시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사진관이란 공간을 거쳐 간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이 공간을 이용했던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기억’과 ‘추억’이 남겨지고 변화되는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제는 짐작조차 어려운 사진관의 미래 모습, 어떤 형식으로 존재하고 변화할지 궁금한 사진관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상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대와 기억 시리즈 2: 《기념》 특별전
《기념》 특별전은 앞서 《사진관》 특별전과 연결되는 일면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억’이라는 매개에 대해 우리관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에서입니다. ‘기념記念’은 이러한 여러 가지 다양한 기억 중에서도 특별히 ‘잊지 않고 간직함’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람의 삶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것에서부터 사회적·집단적 차원의 것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기념’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기념의 대상은 개인마다, 집단마다 서로 다르게 정해집니다. 개인적 취향, 사회적 관습, 집단적 가치 등의 차이에 따라 공통적으로도 개별적으로도 나타나므로, 이 기념에 대한 면밀한 관찰은 한 개인의 삶이나 집단의 가치를 비교해볼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에 찍은 기념사진
쌍계사 관광 기념 사진첩

현재 우리 사회에서 ‘기념’이라 하면 흔히 새해 달력에 표시된 국경일이나 생일, 졸업 같은 개인적 기념일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때와 연관된 의미 있는 물건들과 행위들이 어렵지 않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1960~70년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던 시절에는 ‘수출 기념탑’ 등이 기념의 한 자락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사회에서는 출생, 환갑 같은 생애주기가 주요한 기념 또는 기념일로 여겨졌고 과거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결혼 같은 기념일도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의 삶에는 셀 수도 없이 다양한 기념의 순간이 존재하며 이 순간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사람들은 특별한 행위를 하게 됩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서로 다른 기념의 상황과 서로 다른 기념의 행위를 보게 됩니다.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지닌 사람들의 취향과 관습과 행위, 바로 여기가 《기념》 특별전이 집중하는 부분입니다. 일상을 특별한 기억으로 생성해내는 과정은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지만 그 수많은 기억들 중에서 어떤 것을 특별한 기억으로 선택할지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서부터 2025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특별히 기억할 만한 일상은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시를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기념》 특별전의 결말이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시대와 기억 시리즈 3: 《너와 우리》 특별전
‘기억’ 시리즈의 세 번째 전시는 《너와 우리》입니다. 제목만을 봐서는 어떤 주제의 전시인지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너와 우리》 특별전의 주제는 ‘출산’입니다. 이 전시의 제목을 ‘너와 우리’로 정한 것은 출산이라는 과정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면서도 동시에 한 사회의 존폐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사회에서 출산의 의미와 과정이 지금까지 박물관이 주로 다루었던 출산이란 주제의 내용이었다면, 지난 2014년도에 우리관이 개최했던 《출산, 三代 이야기》 특별전은 현대 사회에서의 출산의 과정과 의미를 정리해보았던 전시였습니다. 그리고 2025년 현재 ‘출산’을 주제로 한 《너와 우리》 특별전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변화된 사회 환경 속에서 준비하는 조금은 무거운 전시입니다.

1968년 미국의 동물행동학자 칼훈John B. Calhoun은 ‘유니버스 25Universe 25’라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쥐들이 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이후의 변화 과정을 관찰하는 실험이었고, 결과적으로 최적의 환경 속에서도 쥐들은 끝내 멸망으로 치달았습니다. 멸망의 주된 원인은 경쟁, 출산·생존 환경, 사회적 무관심 등이었습니다. 직접적 비교는 어렵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이 쥐들과 무척 닮아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쯤에 와 있는 것일까요. 《너와 우리》 특별전은 출산에 대한 다양한 기억·기록과 함께 앞으로 우리 사회의 현실을 깊게 공감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양한 민속 문화 전시: 《병오년 말띠 해》 특별전, 《신·구법천문도》 특별전, K-Museums 공동기획전
국립민속박물관은 앞서 소개한 특별전 외에도 《병오년 말띠 해》 특별전 등 국립민속박물관이 매년 준비하는 열두 띠 전시와 주요 소장품을 소개하는 《신·구법천문도》 특별전, 지역 박물관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K-Museums 공동기획전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매듭》 해외 순회전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K-Museums 공동기획전 《노릇노릇 부산》

그리고 여러 새로운 시도 속에서도 올해부터는 특별히 세계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뱀띠 해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부터는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동물 관련 전시자료를 포함하고 있고 앞으로도 특별전은 물론 상설전에서도 세계 여러 나라의 전시자료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해 우리 문화와 세계 문화를 포괄하는 전시로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더불어 한국의 민속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국외 한국실 운영과 보완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입니다.

2025년에도 국립민속박물관은 전시 주제의 확장과 속 깊은 이야기로 여러분을 맞이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글 | 위철_전시운영과 학예연구관

『민속소식』 2025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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